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이 배터리에서 모터와 소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전기강판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흐름도 이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전기차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더 큰 배터리를 넣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강판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품은 아니지만, 전기차 구동모터의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모터가 같은 전력으로 더 강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전기차는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더 멀리 달릴 가능성이 커진다. 철강 소재가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의 한복판에 들어온 이유다.
1단계: 협력의 초점은 배터리 밖에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배터리 용량이다. 배터리를 크게 만들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늘어나고, 그만큼 주행거리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만 키우는 방식에는 무게, 공간, 비용이라는 부담이 따라온다. 그래서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품이 구동모터다.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구동모터는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바퀴를 움직이는 힘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의 협력은 이 구동모터 효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소재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코는 철강 소재 기술을 갖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플랫폼과 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완성차 기업이다. 서로 다른 영역의 기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전기강판이다. 전기강판은 일반 철판과 달리 전기적·자기적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강판이다. 모터 내부에서 자기장이 빠르게 바뀔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손실이 줄어들수록 모터 효율은 높아지고, 같은 배터리로 더 긴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2단계: 왜 전기강판이 주행거리와 연결될까
전기차는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고 달리는 기계가 아니다. 배터리, 인버터, 모터, 감속기, 열관리 시스템이 함께 움직이며 효율을 만든다. 그중 모터는 전력 소비와 주행 성능을 동시에 좌우하는 부품이다. 모터 내부에서는 전기에너지가 자기장을 거쳐 회전력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손실이 생긴다. 열로 빠져나가는 에너지, 자기장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고속 회전 시 생기는 효율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강판은 이 손실을 줄이는 데 쓰인다. 특히 전기차용 구동모터는 높은 출력과 고속 회전을 요구하기 때문에 소재의 성능이 더 중요해진다. 강판이 얇고 균일하며 자기적 특성이 뛰어날수록 모터 설계의 자유도도 커질 수 있다. 이 변화는 전기차 개발 경쟁의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얼마나 큰 배터리를 넣을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같은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강판은 소비자가 직접 보는 부품은 아니지만, 체감 성능 뒤에서 조용히 역할을 하는 소재다. 전기강판 성능 개선이 의미를 갖는 영역은 다음과 같다.- 구동모터의 에너지 손실을 줄여 전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 고속 주행이나 급가속 상황에서 모터 효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모터 소형화와 경량화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배터리 용량 확대에만 의존하지 않는 주행거리 개선 방향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