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재개발 이슈로 주택 매매가 한창 붐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4억대 주택 한 건을 여러 차례 중개한 끝에, 매수인이 계약금 1,000만 원까지 걸고 계약서를 모두 작성했습니다. 상속으로 형제들이 나눠 받은 집이었습니다. 저는 계약 자리에서 매수인과 매도인 양쪽에게, 세금 문제는 반드시 세무사와 확인하시라고 분명히 일러두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매도인 측이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세무사에게 가보니 양도소득세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나왔다는 이유였습니다. 매도인은 부동산에 와서 하소연했습니다. “계약 전에 세무사 한 명만 소개해 주시지 그랬어요.”
이런 경우, 복비는 어떻게 될까요.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계약이 한번 성립했다면, 이렇게 한쪽 사정으로 깨지더라도 복비는 원칙적으로 냅니다. 안 내도 되는 경우는 따로 정해져 있는데, 그 경계가 어디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계약이 깨져도 복비는 원칙적으로 냅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는 중개사가 중개 업무에 대해 보수를 받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도, 일단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그 뒤에 해제되더라도 중개사의 보수 청구권은 그대로 발생한다고 봅니다. 중개사는 집을 보여주고,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양쪽을 연결해 계약서 작성까지 끌고 오는 일을 이미 다 했기 때문입니다.
거제동 그 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도인이 양도세 때문에 계약을 깬 것은 안타깝지만, 그건 매도인 본인의 사정이지 거래가 잘못 중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매수인이든 매도인이든 단순히 사정이 생겨 계약을 깬 경우라면, 복비는 냅니다. 여기서 많이들 헷갈리는데, ‘계약을 누가 깼느냐’와 ‘복비를 내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파기 책임은 위약금으로 정리되고, 복비는 그것과 별도로 각자 자기 중개사에게 내는 돈입니다.
복비를 안 내도 되는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안 내도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중개사의 잘못으로 계약이 깨졌을 때입니다. 제32조 단서는 중개사의 고의나 과실로 거래가 무효·취소·해제된 경우에는 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중개사가 권리관계를 잘못 확인했거나, 설명해야 할 하자를 빠뜨려 계약이 깨졌다면 복비를 청구할 일이 아닙니다. 거제동 건에서 제가 양쪽에게 ‘세금은 세무사와 확인하라’고 분명히 일러둔 것도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양도세 계산까지가 중개사의 의무는 아니지만, 세금은 세무사와 확인하라고 짚어 주는 것까지는 제 몫입니다. 그 안내를 했기에 이 파기는 제 책임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 말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가계약이 아직 ‘계약’으로 성립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가계약이라도 거래 금액과 지급 시기, 어떤 물건인지가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면 사실상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아 복비 의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동·호수도 확정되지 않은 채 예약금 성격으로 돈만 살짝 걸어둔 정도라면,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려워 복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기웁니다. 가계약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구체적이었느냐가 갈림길입니다.
계약서 한 줄로 분쟁을 막습니다
그럼 아예 중개사를 빼면 어떨까요. 수수료가 아까워서 거의 다 된 거래를 둘이서 직접 맺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통하지 않습니다. 거래가 사실상 성사 단계까지 왔는데 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중개사를 배제하고 직접 계약하면, 신의칙상 중개사가 그동안의 중개 정도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게 판례의 입장입니다.
사실 이런 다툼의 거의 전부는, 복비를 언제 어떤 경우에 내는지를 미리 정해두지 않아서 생깁니다. 복비 지급 시기는 약정이 없으면 잔금을 치르는 날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거제동 건처럼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 파기되면, 잔금 전이라 다툼의 여지가 큽니다. 그래서 가장 깔끔한 방법은, 계약서를 쓰기 전에 ‘계약이 깨질 경우 복비를 어떻게 한다’를 특약 한 줄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약이 성립했고 중개사 잘못이 아니라면, 복비는 냅니다. 안 내도 되는 건 중개사의 고의·과실이 있거나 가계약이 계약으로 성립하지 않은 경우뿐입니다. 그리고 매도인이든 매수인이든, 계약 전에 세금은 세무사와, 복비와 파기 조건은 계약서 특약으로 미리 짚어 두십시오. 억울함은 대개, 그 한 줄과 그 한마디가 없어서 생깁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제도와 판례 경향을 설명한 정보 글이며,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이 우려된다면 거래 지역의 공인중개사 또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