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시장을 봐야 한다.
줍줍 시대가 갑자기 열릴 수도 있다. 다만 줍줍의 의미부터 정확히 잡고 가야 한다. 싸게 나온 물건을 무작정 주워 담는 일과, 누가 왜 버티지 못하고 물건을 내놓는지 그 흐름을 읽는 일은 전혀 다르다. 기회는 후자를 아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나는 부동산을 볼 때 가격만 보지 않는다. 금리를 본다. 돈의 값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본다. 저금리 시절에는 대출을 잘 활용한 사람이 자산을 키웠다. 나도 그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다. 그때 움직인 사람 일부는 지금 자산을 손에 쥐었다.
같은 시기에 정반대 방향으로 간 사람들도 있다. 꼬마빌딩, 상가건물, 원룸건물을 거의 풀대출로 산 사람들이다. 임대수익률을 보수적으로 따지기보다,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건물은 결국 오른다”는 말만 믿고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들은 지금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에 산 수익형 부동산은 고금리에 다른 물건이 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0%까지 내려갔다. 이후 2023년 1월 3.50%까지 올랐고, 2026년 들어서도 2.50% 수준에서 여러 차례 동결됐다. 숫자만 봐도 저금리 시절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여기서 초보는 착각한다. 건물은 가격만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익형 부동산은 가격보다 이자가 먼저다.
월 이자 1,000만 원을 내던 건물주가 어느 순간 1,800만 원, 2,0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해 보자. 부담이 조금 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임대수익률 계산 자체가 무너진다.
그렇다고 기존 임차인에게 월세를 두 배로 올릴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상가 임차인은 장사가 돼야 월세를 내고, 원룸 임차인도 주변 시세를 벗어난 인상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대출이자는 임차인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이 지점부터 건물주는 버티기 싸움에 들어간다.
버티는 건물주와 늘어나는 경매 신청
가까이서 본 사례가 있다. 동네 먹자골목에서 상가 건물을 가진 한 분은 한동안 거의 출근하듯 사무실에 들렀다. 올 때마다 의논은 비슷했다. 보증금과 월세를 얼마로 잡아야 할지였다. 이자가 뛰면서 그분의 관심은 더 받는 쪽에서 비우지 않는 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결국 월세를 낮춰서라도 공실을 막는 길을 택했다. 받고 싶은 월세보다 공실 없는 상태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공실은 그 자리에서 수익이 0이 되지만, 월세를 낮춰서라도 채우면 이자 일부라도 메울 수 있다. 그분은 그렇게 지금도 버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도 하나 다시 배웠다. 이자가 몇 달 밀려도 등기에 곧바로 경매가 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행도 무작정 경매로 넘기기보다, 차주가 버틸 의지가 있으면 기한을 주며 기다리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책에서 본 상식과 현장은 이렇게 달랐다.
이건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경매 신청은 늘고 있다. 2026년 1분기 법원에 신규로 접수된 경매 신청은 3만541건으로, 2013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경매 신청 건수는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고 담보 처분을 법원에 요청한 신규 물건 수라, 지금 경기를 비교적 정확히 비추는 지표다.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무겁다. 지난해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7만 건을 넘겨 전년보다 40% 넘게 늘었고, 빌라 같은 비아파트 주거시설도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 건물주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돈의 값이 오른 뒤 그 부담을 임대료로 넘기지 못한 자리마다 같은 일이 벌어졌다.
건물주는 월세를 더 받고 싶어도 임차인에게 무작정 올리지 못한다. 공실이 생기면 손실은 고스란히 건물주 몫이다. 게다가 건물은 팔아도 끝이 아니다. 대출 상환, 임차인 보증금, 중개보수, 양도소득세가 줄줄이 따라온다. 토지·건물 같은 부동산은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세율 50%, 2년 미만이면 40%가 매겨지고, 2년을 넘겨야 기본세율 구간으로 들어온다. 실제 세액은 취득가와 필요경비, 장기보유특별공제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건물주는 팔고 싶어도 쉽게 못 팔고, 버티고 싶어도 이자가 발목을 잡는다. 지금 일부 풀대출 건물주가 놓인 현실이다.
경매가 왜 한꺼번에 터지지 않을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힘든 사람이 많다면 왜 경매가 한 번에 쏟아지지 않을까.
은행도 곧바로 경매로 넘기는 쪽이 늘 이득은 아니다. 경매에 부친 물건이 유찰을 거듭하면 감정가보다 훨씬 낮게 팔린다. 그러면 1순위 채권자인 은행마저 빌려준 돈을 다 회수하지 못한다. 담보가 있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 담보가 제값에 팔려야 안전하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여러 방법으로 시간을 번다.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재구조화, 회생, 부실채권 매각이 그런 수단이다. 정부와 금융권도 부실이 한 번에 터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가 이어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도 연착륙과 정리·재구조화 흐름으로 관리되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오히려 반대다. 부실이 곧장 경매로 드러나지 않고 뒤로 밀린다는 뜻이다. 경매가 끝났다기보다, 아직 덜 드러난 것일 수 있다.
경매 초보는 싸다는 말보다 왜 싼지를 본다
앞으로 경공매 시장에 물건은 더 나올 수 있다. 저금리 때 무리하게 빚을 낸 꼬마빌딩, 상가, 원룸건물, 지방 구축은 계속 지켜볼 대상이다.
그러나 물건이 많아진다고 전부 기회는 아니다. 싸게 보이는 물건일수록 왜 그 값에 나왔는지 따져야 한다. 권리분석은 기본이고, 거기에 임차인 상황, 명도 가능성, 미납 관리비, 공실 위험, 수리비, 주변 임대 수요, 대출 가능 여부, 세금까지 함께 봐야 한다. 낙찰가만 보고 싸다고 들어가면 싸게 산 줄 알았다가 비싸게 물린다.
경공매는 돈을 버는 기술처럼 보이지만, 초보에게는 먼저 돈을 잃지 않는 공부여야 한다.
나는 지금 시장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저금리 때 무리하게 대출받아 건물을 산 사람들의 고통이 이제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이자는 한 번 뛴 뒤 더디게 내려오고, 임대료는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고, 팔자니 세금과 대출이 따라붙는다.
이런 시장에서 준비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 준비 안 된 사람에게는 경매마저 또 하나의 함정이 된다.
경공매에 관심 있다면 지금부터 봐야 한다. 법원 경매 물건 숫자만 세는 데 그치면 곤란하다. 그 물건이 왜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누가 버티지 못했는지, 은행은 왜 기다렸는지, 유찰이 반복되면 누가 손해를 보는지까지 봐야 한다.
진짜 줍줍 시대는 운 좋은 사람의 것이 아니다. 미리 공부해 둔 사람이 골라 담는다. 오늘 할 일은 단순하다. 관심 지역의 법원 경매 물건을 띄워 놓고, 싸게 나온 한 건을 골라 왜 그 값이 됐는지 끝까지 추적해 보는 것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물건의 투자나 입찰을 권유하지 않는다. 경매 권리분석과 세금은 사안마다 달라지므로 실제 입찰 전에는 관할 법원 자료와 전문가 확인을 거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