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기를 치는 쪽이 어떻게 일을 벌이는지 먼저 아는 것입니다. 전세사기는 운이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수법은 생각보다 몇 가지로 정해져 있고, 그 패턴만 알면 위험한 집은 들어가기 전에 거의 다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막는 법을 말하기 전에, 그들이 어떻게 치는지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모든 전세사기는 돈의 순서를 악용합니다
수법은 여러 가지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내 보증금보다 그 집에 먼저 잡힌 돈을 더 많게 만드는 것입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돈은 순서대로 갚습니다. 먼저 줄을 선 빚, 즉 은행 근저당이나 나보다 먼저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부터 갚고, 남는 것으로 내 보증금을 돌려줍니다. 앞에 줄 선 돈이 너무 많으면 내 차례에는 남는 게 없습니다. 사기를 치는 쪽은 바로 이 순서를 이용합니다. 내 앞에 돈을 잔뜩 세워 두고, 그 사실을 내가 모르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일입니다. 그래서 건물 유형마다 ‘앞에 돈을 세우는’ 방식이 다릅니다.
다가구는 전세로 바꿔 한꺼번에 당깁니다
먼저 다가구주택입니다. 원룸 건물처럼 주인도 하나, 등기도 하나인 집입니다. 등기가 건물 하나로 통째라, 그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나 말고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까지 모두 합쳐 순서를 따집니다.
여기서 가장 악질적인 수법이 나옵니다. 멀쩡히 월세로 굴러가던 건물을 어느 순간 전 호실 전세로 싹 돌리는 것입니다. 원룸 열 개를 월세로 두면 보증금이 다 합쳐 1억 안팎이지만, 전세로 바꾸면 호실당 1억 5천만 잡아도 순식간에 15억이 주인 통장으로 들어옵니다. 건물값보다 더 많은 돈을 한꺼번에 끌어모으는 것입니다.
그렇게 당긴 돈을 들고 잠적하거나, 명의만 빌려준 바지사장을 세워 두고 빠져나갑니다. 처음부터 작정한 경우도 있고, 앞 세입자 보증금을 뒤 세입자 돈으로 막는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라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 들어간 세입자가 가장 크게 당합니다. 그래서 멀쩡하던 다가구가 갑자기 전세로만 채워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신호입니다.
다세대와 빌라왕은 시세와 명의로 속입니다
다세대주택은 구조가 다릅니다. 빌라처럼 호수마다 주인도 등기도 따로입니다. 그래서 권리관계는 내가 들어갈 호수만 따지면 되고, 옆집 보증금은 내 보증금과 엮이지 않습니다. 이 점은 분명히 다가구보다 낫습니다.
대신 다세대에는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신축 빌라는 거래 사례가 거의 없어 진짜 시세를 알기 어렵습니다. 사기를 치는 쪽은 이 틈을 노려 시세를 부풀립니다. 분양가나 감정가를 높여 보여주고, 그 부풀린 값에 맞춰 전세를 놓습니다. 알고 보면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깡통인 경우입니다. 호수별로 따로 팔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전세를 낀 채 명의를 바지사장에게 넘겨 버리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다세대인데 건물 전체를 한 사람이 통째로 가진 경우입니다. 등기가 호수별로 나뉘어 있으니 법적으로는 여전히 다세대이고, 권리도 내 호수만 따지면 됩니다. 그러나 소유자가 한 명이라는 말은, 위험도 그 한 명에게 몰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이 수십 채를 깔고 전세보증금 수십억을 짊어지고 있다면, 그가 휘청하는 순간 그 집들의 세입자가 한꺼번에 위험해집니다. 뉴스에 나오는 ‘빌라왕’이 정확히 이 구조입니다.
수법을 알면 거꾸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제 막는 법은 단순해집니다. 그들이 ‘앞에 돈을 세우는’ 방식을 알았으니, 그걸 거꾸로 확인하면 됩니다.
공통으로, 등기부등본의 ‘을구’를 떼어 은행 빚부터 봅니다. 다가구라면 여기에 더해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떼어, 나보다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모두 더합니다. 이 서류는 집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더한 돈이 건물 시세의 70에서 80퍼센트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봅니다.
다세대라면 빚보다 먼저 시세를 의심합니다. 그 전세가가 진짜 시세에 맞는지, 주변 실거래가와 견줘 봅니다.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가장 빠른 필터가 하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흔히 HUG라고 부르는 보증입니다. 이 보증은 집의 권리관계는 물론 그 집주인이 위험인물인지까지 걸러 심사합니다. 그래서 보증보험에 가입이 되는 집이라면, 집도 집주인도 일단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거절된다면 둘 중 하나가 걸린 것이니, 그 집은 들어가지 않으면 됩니다.
결국 한 줄로 남습니다. 내 보증금보다 그 집에 먼저 잡힌 돈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보증보험이 받아 주는 집인가. 사기의 수법은 화려해 보여도 막는 원리는 이렇게 단순합니다. 들어가는 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당일에 마치는 것까지 더하면, 뉴스에 나오는 그 사고의 대부분은 내 일이 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매물의 권리관계와 위험은 등기부와 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계약 전에는 등기부등본과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