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원룸 보증금, 부모 이름으로 보냈더니 집주인이 바뀌고 생긴 일

“부모 이름으로 들어온 돈인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던 학생이 원룸 만기 퇴실을 앞두고 새 임대인에게 들은 말이다.

계약서에 적힌 임차인은 분명히 학생이었다. 그런데 임대인이 입금내역을 확인해 보니 학생 이름으로 들어온 보증금이 없었다.

계약 당시 보증금 잔금은 타지역에 있던 학생의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보냈다. 송금할 때 학생 이름이나 호실을 따로 남기지 않았고, 계약서 특약에도 어머니가 대신 입금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보증금은 분명히 냈는데도, 그 돈이 학생의 보증금이었다는 사실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학생 원룸 보증금을 부모 이름으로 송금한 뒤 집주인이 바뀌어 입금내역을 확인한 사례

계약자는 학생, 보증금은 어머니 이름이었다

대학생 원룸을 중개하다 보면 계약자와 실제로 돈을 보내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있다.

계약서는 실제 거주할 학생 이름으로 작성하고, 계약금이나 보증금은 부모가 대신 보내는 방식이다. 특히 자녀가 타지역 대학에 다니면 부모는 계약 현장에 오지 않고 전화로 계약 내용을 확인한 뒤 부모 명의로 보증금을 보내기도 한다.

이 계약도 그랬다.

학생 이름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고, 잔금일에 약속한 금액이 임대인 계좌로 들어왔다. 입금자는 어머니였지만 금액이 정확했기 때문에 입금을 확인하고 열쇠를 넘겼다.

어머니가 학생을 대신해 보낸다는 문자는 없었다. 계약서 특약에도 입금자에 관한 내용은 한 줄도 적지 않았다.

그때는 기존 임대인도, 학생도, 어머니도, 중개한 나도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따로 기록을 남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문제는 계약 당시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임대인이 된 뒤에 생겼다.

집주인이 바뀌자 계약서와 입금내역이 맞지 않았다

학생이 사는 동안 원룸 통건물이 매매됐다.

학생과 어머니는 거주 중에 건물주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새 임대인은 건물을 사면서 각 방의 보증금과 월세 현황을 넘겨받았다. 다만 현황표에 적힌 보증금액과 과거 통장에 남은 실제 입금자 이름까지 모두 연결돼 있던 것은 아니었다.

퇴실 정산을 앞두고 새 임대인은 보증금 입금내역과 월세 납부내역, 방 상태를 하나씩 확인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학생 이름이 있는데 통장에서는 학생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학생은 당황했다. 어머니도 오래된 문자와 카카오톡을 뒤졌지만, 딸을 대신해 보증금을 보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고, 순간적으로는 경찰 신고까지 생각했다.

부동산도 과거 계약서를 다시 꺼내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보증금을 보낸 장면은 기억났지만, 그 기억을 뒷받침할 특약이나 문자는 없었다.

몇 년 전에는 모두가 알던 사실이, 집주인이 바뀐 뒤에는 새로 확인해야 할 과거의 일이 되어 있었다.

새 임대인도 확인할 이유가 있었다

새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다.

여러 임차인이 사는 원룸 건물에는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가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들어온다. 새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돌려줄 돈이 어느 임차인의 보증금인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건물을 살 때 현황을 넘겨받았더라도, 실제 반환을 앞두고 계약서와 입금내역을 다시 맞춰 보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계약서에는 학생 이름이 있고 입금내역에는 어머니 이름만 있으니, 잠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누가 악의를 품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계약자와 입금자를 이어 주는 기록이 없어서 학생과 어머니, 새 임대인 모두가 불필요한 확인을 해야 했던 것이다.

부모가 계약자인 자녀를 대신해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지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469조는 원칙적으로 제3자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또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쳐 대항요건을 갖췄다면, 주택 양수인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

다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과, 퇴실 현장에서 입금내역을 곧바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법 제469조 제3자의 변제 확인하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확인하기

가족관계증명서와 계좌내역을 다시 맞췄다

학생 이름으로 된 송금내역은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기록을 계속 찾을 수는 없으니, 계약 당시의 흐름을 하나씩 다시 이어야 했다.

  • 학생 이름으로 작성한 임대차계약서
  • 어머니 계좌의 보증금 송금내역
  • 학생과 송금자의 관계를 확인할 가족관계증명서
  • 계약서상 잔금일과 실제 송금일
  • 계약서상 보증금과 실제 송금액
  • 건물을 판 이전 임대인의 확인

부동산에서는 이전 임대인과 통화하며 계약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어머니의 송금일과 금액이 계약 내용과 맞았고, 가족관계증명서로 학생과 입금자의 관계도 확인됐다. 이전 임대인도 그 금액이 학생의 원룸 보증금이었다고 확인해 줬다.

여러 자료가 하나로 이어지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됐다. 보증금은 정상적으로 반환됐고, 경찰 신고나 큰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해결됐지만, 계약 당시 한 줄만 남겼다면 오래된 계좌내역을 뒤지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고 이전 임대인에게까지 연락할 일은 없었다.

그 뒤부터 부모가 보내는 돈은 특약에 남겼다

이 일을 겪은 뒤부터, 학생 대신 부모가 계약금이나 보증금을 보내는 경우에는 계약서 특약에 반드시 기록한다.

문구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

임대차보증금 중 잔금 ○○원은 임차인의 모 ○○○ 명의 계좌에서 임차인 ○○○을 대신하여 지급하며, 임대인은 이를 본 계약의 임대차보증금으로 수령한다.

계약서에 미처 적지 못했다면, 송금 직후 문자라도 남겨야 한다.

오늘 임차인의 어머니 ○○○ 명의로 보낸 ○○원은 ○○호 임차인 ○○○의 임대차보증금 잔금입니다.

임대인이 수령 사실을 확인하는 답장을 남기면, 계약자와 입금자를 잇는 자료가 된다.

송금 기록에는 다음 내용이 함께 남아 있으면 좋다.

  • 계약자인 학생의 이름
  • 입금한 부모의 이름
  • 학생과 입금자의 관계
  • 건물명과 호실
  • 보증금·계약금·월세 중 어떤 돈인지
  • 송금 금액과 날짜

계약서에 한 줄을 남기는 일이 왜 중요한지는, 잔금일에 새로운 권리가 생기는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련 내용은 잔금일 근저당 위험 줄이는 전세 특약, 이 문구를 꼭 넣으십시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학가 원룸을 중개하다 보면 계약자는 학생이고 실제 보증금은 부모가 보내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그래서 입금자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건물이 매매되고 계약 당시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임대인이 되면, 남아 있는 계약서와 계좌내역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사례에서 보증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없었고, 새 임대인이 반환을 거부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 돈을 보낸 기록은 있었지만, 그 돈이 누구의 어떤 계약을 위한 것인지 남긴 기록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큰돈이 오갈 때는 돈만 정확히 보내서는 부족하다. 누가 누구를 대신해, 어느 계약의 돈을 보냈는지까지 함께 남겨야 한다. 특히 부모가 대학생 자녀의 원룸 보증금을 대신 보낸다면, 계약서 특약이나 문자 한 줄을 반드시 남기기 바란다.

※ 이 글은 실제 중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일부 내용은 정리해 작성했다. 임대인의 지위승계와 보증금 반환책임은 주택 인도, 전입신고, 계약 내용과 개별 권리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분쟁은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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