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무인 빨래방인데 밤 10시부터 손님이 못 들어왔다

24시간 무인 빨래방인데 밤 11시에 이불을 들고 찾아온 손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빨래방 문이 잠긴 게 아니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 빨래방까지 가기 전에 있는 건물 공동출입문이었다.

밤 10시가 되면 외부인은 그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펫미용실이 나간 30평 상가에 24시간 빨래방이 들어왔다

부산 기장 정관신도시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이 건물을 시공한 건설사 대표와 내가 친분이 있었고, 1층 상가들도 건설사 소유였다. 원래는 상가를 분양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임대를 놓고 수익률을 만든 뒤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중 1층에 약 30평 정도 되는 상가가 하나 비어 있었다.

기존에는 펫미용실이 사용하던 자리였다. 내부도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내가 만난 손님은 그 자리에 24시간 무인 셀프빨래방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건물주도 나와 아는 사이였고 상가도 빨리 임대를 놓고 싶어 했다. 렌트프리를 포함해서 임대조건도 내가 적극적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

4층부터는 주거용 오피스텔이었다.

나도 1층에 24시간 빨래방이 들어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피스텔 입주민들도 이불이나 큰 빨래를 할 일이 있으니 편의시설이 하나 생기는 셈이었다.

24시간 운영에 따른 소음이나 민원 문제도 특별히 걸리는 것이 없었다.

조건도 잘 맞았다.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가 시작됐다.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들어왔고 내부공사도 끝났다. 간판까지 걸었다.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 광고도 하고 전단지도 뿌렸다. 관리실에 양해를 구해서 오피스텔 우편함에도 홍보물을 넣었다.

나는 이제 영업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밤 10시가 되면 외부 손님만 건물 밖에 남았다

영업을 시작하고 뜻밖의 연락이 왔다.

외부 손님 한 명이 낮에 연락을 해왔다.

일을 마치고 밤 11시쯤 이불을 들고 빨래방을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는 것이다.

확인해보니 밤 10시가 되면 관리실 직원도 퇴근했다.

그 이후부터는 오피스텔 거주자가 가지고 있는 카드키를 찍어야 공동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오피스텔 입주민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 빨래방을 이용하면 됐다.

그런데 주변 아파트나 다른 곳에서 오는 외부 손님은 달랐다.

24시간 빨래방인데 밤 10시부터 외부 손님은 빨래방 문 앞까지 갈 수가 없었다.

임차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상가 위치를 정할 때 오피스텔 입주민만 계산한 게 아니었다. 인근에 사는 외부 손님까지 예상해서 매출과 지출을 계산했다고 했다.

24시간 운영이 안 된다면 여기에서 빨래방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왜 이런 부분을 계약 전에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말도 나왔다.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상가 내부도 확인했고 임대조건도 맞췄고 업종 자체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봤는데, 건물 공동출입문이 밤에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건물을 지은 회사도 거의 10년 동안 몰랐다

더 황당했던 건 상가 소유주인 건설사 측도 이 사실을 거의 10년 동안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시공한 건물인데도 밤 10시 이후 외부인의 출입이 이렇게 막혀 있다는 것을 상가 임대 문제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다.

이 자리의 이전 업종은 펫미용실이었다.

밤늦게까지 외부 손님이 계속 찾아오는 업종이 아니었다.

밤 10시에 공동출입문이 잠겨도 영업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동안 1층 상가에 새벽까지 외부 고객이 계속 드나들어야 하는 업종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었다.

펫미용실에는 아무 문제가 아니었던 문 하나가, 24시간 빨래방이 들어오자 영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됐다.

건물 측에서도 해결방법을 고민했다.

공동출입 시스템 전체를 변경하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밤새 문을 열어두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예전에 공동출입문을 열어뒀다가 새벽에 술을 마신 외부인이 들어와 상가 공용화장실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 일 이후에는 보안을 상당히 강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공동출입문 비밀번호조차 외부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건물 입장도 이해가 됐다.

빨래방 사장 입장도 이해가 됐다.

문제는 둘 다 이해된다고 빨래방 장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바로 앞 24시간 편의점에 카드키를 맡겼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인테리어가 끝났고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들어왔다.

간판도 달았고 광고도 시작했다.

나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건물 바로 앞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아주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편의점에 카드키 하나를 맡겨두고 밤 10시 이후 외부에서 오는 빨래방 손님이 그곳에서 카드키를 받아 공동출입문을 통과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우리끼리 마음대로 한 것은 아니다.

관리실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그다음 편의점 점주를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점주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자기 장사하기도 바쁜데 다른 건물의 카드키까지 관리해야 하니 그럴 만했다.

그래서 빨래방을 이용할 일이 있으면 이용료를 50% 정도 할인해주기로 했다.

빨래방 사장도 당분간 자주 편의점에 들러 인사하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

카드키를 건물 어디에 숨겨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우리가 찾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카드키 하나만 던져놓고 끝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걱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밤에 외부인이 카드키를 받아서 오피스텔 공동출입문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됐다.

애초에 건물에서 야간 외부인 출입을 막은 이유 자체가 보안 문제였다.

그래서 상가 소유주인 건설사 측에서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

외부 고객이 야간에 빨래방을 이용할 때는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예약용 앱도 만들어서 예약 후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무 과정 없이 카드키만 받아서 출입하는 구조로 두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관리실 동의
편의점 카드키 보관
CCTV 추가 설치
외부 고객 사전예약

이걸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이렇게 운영하려고 만든 빨래방도 아니었다.

이미 생겨버린 문제를 두고 건물 보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24시간 영업도 살리려고 하나씩 방법을 붙인 결과였다.

상가 하나 중개하고 일이 여기까지 커질 줄은 나도 몰랐다.

카드키 맡기기 싫다던 편의점 사장에게 변화가 생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카드키를 맡아주던 편의점 사장이 어느 날 이야기했다.

밤 매출이 조금 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밤이나 새벽에 빨래방을 이용하려는 외부 손님은 카드키를 받으려고 일단 편의점에 한번 들어와야 했다.

카드키만 받아 나가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음료나 먹을거리를 같이 사는 사람도 생겼던 모양이다.

나중에는 편의점 사장이 밤이 되면 세탁과 관련된 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따로 배치해둔다고 했다.

처음에는 카드키 하나 맡아주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자기 가게에도 나름의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것도 참 재미있었다.

건물 공동출입문 하나 때문에 빨래방 영업이 막힐 뻔했는데, 그 문제를 풀려고 끌어들인 바로 앞 편의점에는 또 새로운 손님이 생겼다.

펫미용실 때는 아무 문제도 아니었던 문이었다

지금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른다.

정관까지 거리가 있어서 내가 계속 찾아가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건설사 대표도 빨래방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걸 지켜본 뒤에는 세세하게 관여하지 않게 됐다.

나도 잘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 상가는 아직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전 펫미용실이 몇 년 동안 영업할 때는 밤 10시에 공동출입문이 잠기는 게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상가 소유주도 거의 10년 동안 그걸 상가 임대의 문제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4시간 무인 빨래방이 들어오자 같은 문 하나가 장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됐다.

이 사건을 겪고 나서 상가라는 게 꼭 내부만 본다고 다 보이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빨래방 문은 24시간 열려 있었다. 문제는 밤 10시 이후 그 문까지 가는 길이었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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