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원룸에 계약금 40만원이 두 번 들어왔다, 한 층 위 방으로 풀었다

같은 방에 계약금 40만원이 두 번 들어갔다. 그것도 같은 날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다음 날 알았다.

손님을 데리고 원룸을 여러 군데 돌아보고 있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방이 하나 나왔다. 월세는 40만원이었고 입주시기도 손님이 원하는 날짜에 맞았다. 집주인과도 이야기가 다 됐다.

손님도 마음에 들어 했고 계약금을 넣었다.

나는 그걸로 그 방은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날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 와이프가 어제 다른 부동산을 통해서 같은 방 계약금을 받았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나도 무슨 말인가 했다.

같은 날 같은 호실에 계약금 40만원이 두 번 들어갔다

집주인 부부가 여기저기 부동산에 공실을 내놓고 있었는데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다른 쪽에서 연락을 받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이었다.

내 손님이 방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고, 다른 부동산에서도 또 다른 손님이 같은 방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결국 같은 호실에 월세 한 달치인 계약금 40만원이 각각 들어갔다.

집주인 말로는 자기들도 하루 만에 이렇게 두 팀이 동시에 계약금을 넣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편은 내가 진행하는 쪽을 알고 있었고, 아내는 다른 부동산에서 진행되는 쪽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둘이 그 내용을 서로 공유하지 않은 거였다.

나도 당황했다.

집주인이 나한테 방이 나갔다고 알려주지 않는 이상 다른 부동산에서 그 방으로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내가 알 방법은 없다.

내 손님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마음에 드는 방을 골랐고 돈까지 보냈는데 하루 만에 그 방을 못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니까.

먼저 계약금을 넣은 손님이 그 방을 계약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부동산 손님이 먼저 계약금을 넣었던 것으로 정리가 됐고 그 손님이 원래 호실을 계약하게 됐다.

문제는 내 손님이었다.

나는 집주인에게 말했다.

이걸 그냥 계약금 돌려주고 끝내면 우리 손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배액상환 이야기까지 나올 수도 있으니 이건 잘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때 내가 법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실제 계약금 반환이나 배액상환 문제는 계약이 어디까지 성립했는지, 계약금에 대해 어떤 약정을 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내가 먼저 생각한 건 법을 따지기 전에 이 손님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느냐는 것이었다.

마침 하나가 있었다.

한 층 위에 월세 43만원짜리 방이 하나 더 있었다

같은 건물 한 층 위에 공실이 하나 있었다.

구조는 거의 같았다.

차이라면 작은 테라스가 하나 붙어 있었다. 그래서 원래 손님이 계약하려던 방은 월세 40만원이었는데 한 층 위 방은 월세 43만원이었다.

그런데 내 손님은 이 방도 이미 봤다.

테라스가 있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매달 3만원을 더 내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다.

손님 예산은 처음부터 딱 40만원이었다.

나는 집주인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이렇게 된 거 한 층 위 방을 조금 싸게 주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손님 조건도 다시 이야기했다.

직장인이고 입주도 빨랐다. 차도 없고 반려동물도 없었다. 처음 월세 40만원짜리 방을 고를 때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나쁜 손님이 아니었다.

집주인이 많이 고민했다.

월세 43만원을 받을 수 있는 방을 내려서 계약한다는 게 아깝기는 했을 것이다.

한숨도 한번 쉬더라.

자기도 이런 일이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그날 와이프하고도 한참 싸웠다고 했다.

43만원짜리 방을 41만원에 먼저 제안했다

내가 처음 제안한 금액은 월세 41만원이었다.

원래 방 40만원 → 테라스방 43만원 → 내가 제안한 금액 41만원

나도 사실 모험이었다.

손님은 애초에 40만원에 맞춰서 방을 찾고 있었다.

43만원짜리 방을 41만원에 준다고 하면 테라스도 있으니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손님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방을 골랐고 계약금도 넣었는데 다음 날 갑자기 다른 방에 월세 1만원을 더 내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야기는 해야 했다.

손님에게 연락해서 한 층 위 방을 41만원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그 방을 싸게 주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괜히 뺑뺑 돌려서 말하면 바로 알아차릴 것 같았다.

집주인 부부 사이에서 같은 날 다른 부동산을 통해 같은 호실의 계약금이 들어왔는데 그 내용이 서로 공유되지 않아서 일이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내가 집주인에게 원래 43만원짜리 테라스방을 41만원에 주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손님은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다시 연락이 왔다.

“그냥 40만원에 해주면 안 될까요?”

예상은 했지만 결국 또 내가 집주인에게 가야 했다.

힘이 좀 빠지드라,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그때부터 좀 힘이 빠지드라.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 계속 내가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계약금을 넣기 전에 사모님 쪽 상황까지 알아봤으면 막을 수 있었나.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내가 무당도 아니고.

방을 중개할 때마다 집주인 부부가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른 부동산을 통해 계약금이 들어오고 있는지까지 중개사가 일일이 확인하면서 일을 할 수는 없다.

여러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것도 흔한 일이다.

내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이 방을 진행해도 된다고 했고 조건까지 합의가 됐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중개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번 일은 내가 하나를 덜 확인해서 생긴 사고라기보다 집주인 부부가 같은 호실의 진행상황을 서로 공유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그래도 내 손님 문제는 해결해야 했다.

다시 집주인에게 말했다.

손님이 원래부터 월세 40만원에 맞춰서 방을 찾았고 처음 방에서는 가격도 깎아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입주도 빠르고 차도 없고 반려동물도 없다.

그런데 이번 일은 손님 잘못이 아니니 40만원이면 들어가겠다고 딱 잘라 말한다고 그대로 전달했다.

집주인도 결국 받아들였다.

결국 43만원짜리 테라스방을 40만원에 계약했다

결과적으로 원래 월세 43만원이던 한 층 위 테라스방을 월세 40만원에 계약했다.

처음 선택했던 호실은 아니었지만 구조는 거의 같았고 한 층 위에 작은 테라스까지 생겼다.

손님 입장에서는 원래 계획했던 월세 40만원을 그대로 맞췄다.

집주인은 원래 받을 수 있었던 월세에서 3만원을 낮췄지만 계약금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 않고 다른 공실 하나를 채웠다.

나도 그제야 일이 정리됐다.

당시 그 건물은 총 20개 호실 정도였고 공실이 네 개 정도 남아 있었다. 보증금과 월세 조건이 다른 방들도 몇 개 있었다.

나는 집주인에게 남은 방들도 내가 얼른 채워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끝났다.

배액상환보다 한 층 위 빈방이 먼저 보였다

지금 이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면 배액상환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했던 행동이 기억난다.

같은 건물에 대신 줄 수 있는 방이 없는지부터 찾아봤다.

원래 방과 비슷한 호실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한 층 위에 구조가 같은 공실이 있었고 차이는 테라스와 월세 3만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3만원을 가지고 집주인과 손님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43만원에서 41만원.
41만원에서 다시 40만원.

그 숫자를 맞추는 동안 나는 중간에서 힘이 빠졌지만 결국 돈을 돌려주고 서로 기분 상한 채 끝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손님은 방을 구했고 집주인은 다른 공실 하나를 채웠다.

이번 사건에서 내가 새로 배운 중개 확인사항 같은 것은 없다.

이 일을 겪었다고 해서 지금도 계약할 때마다 집주인에게 배우자가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금을 받았는지 묻지는 않는다.

그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부동산에 같은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한 곳에서 계약금이 들어오는 순간 그 방은 더 이상 그냥 공실이 아니다.

다른 부동산에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집주인 부부끼리도 그 사실을 바로 공유해야 한다.

그날 같은 방에 계약금 40만원이 두 번 들어온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남편은 자기 쪽 계약만 알고 있었고, 아내는 자기 쪽 계약만 알고 있었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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