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부동산에서 같은 원룸을 봤다면 — 신입생에게 해준 조언

여러부동산에서 같은 매물을 봤을때 손님이 해야할 행동

중개보조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손님이 한 명 있습니다. 타지에서 학교 하나만 보고 올라온 대학 신입생이었어요. 사회 경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친구가, 낯선 동네에서 원룸을 구하겠다고 며칠을 이 부동산 저 부동산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 발품, 잘하는 겁니다. 방은 많이 볼수록 좋아요. 여러 집을 보고 나야 가격이 적당한지, 학교랑 거리가 괜찮은지 비로소 눈이 생기거든요. 사실 제일 깔끔한 길은 부동산 쪽에 믿을 만한 지인이 있어서 그냥 맡겨 버리는 거지만, 그런 사람이 없으면 결국 본인 발로 뛰는 수밖에 없죠. 그 신입생도 그렇게 부지런히 뛰었고,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방을 하나 찾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그 방이 우리 부동산에도 걸려 있고, 그 친구가 처음 들렀던 다른 부동산에도 걸려 있었던 거예요. 같은 매물이 여러 부동산에 동시에 나와 있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집주인 한 명이 방을 빨리 빼려고 근처 사무소 여러 곳에 동시에 내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손님은 그걸 모르니까, 발품을 열심히 팔수록 같은 방을 여러 곳에서 마주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신입생은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한 푼이라도 싸게 들어가고 싶고, 중개보수도 조금이라도 덜 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방은 우리 쪽에서 보고 마음에 들었으니 저를 통해 계약하고는 싶은데, 처음 그 방을 보여줬던 부동산이 자꾸 마음에 걸렸던 거죠. 괜히 찝찝하고요.

그때 제가 해준 말

방이 마음에 들고 우리 쪽으로 계약하고 싶다면, 찝찝한 채로 밀어붙이지 말고 처음 그 방을 봤던 부동산에 가서 솔직하게 말하라고요. "이 방, 다른 데서도 봤습니다." 그쪽이 괜찮다고 하면 두 부동산이 공동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그게 제일 깔끔합니다.

솔직히 저한테는 욕심낼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냥 우리 부동산으로 임차인·임대인 양쪽 수수료를 다 받고 끝내면 당장은 제 이득이거든요. 처음 본 부동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으면 그만이고요. 그런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라면, 눈앞의 수수료 한 번보다 상도덕이 먼저라고 봤어요. 한 번 손님을 가로채면 그 바닥에 소문이 돌고, 결국 오래 못 갑니다.

발품 파는 사람이 알아둘 것

이 이야기는 그 신입생만의 일이 아닙니다. 방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 두면 좋아요. 발품을 팔다 보면 마음에 든 방이 여러 부동산에 겹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때 그 사실을 숨기고 한쪽으로만 밀어붙이면, 나중에 "누가 소개한 매물이냐"를 두고 부동산끼리 다툼이 생기고, 그 사이에 낀 손님만 곤란해집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이 방, 저기서도 봤어요" 하고 선을 그어 두면, 그 한마디가 도리어 나를 지켜 줍니다.

믿을 만한 부동산을 가려내는 기준

덤으로, 이 상황은 어느 부동산이 믿을 만한지 가려내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손님이 솔직하게 털어놨을 때 깔끔하게 공동중개를 받아들이는 곳이 있고, 어떻게든 자기 쪽으로만 끌고 가려는 곳이 있거든요. 후자라면 계약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 하나 구하면서 그 사무소의 태도까지 같이 보게 되는 셈이죠.

대학가 원룸은 결국 정보도 인맥도 가장 적은 사람이 제일 약한 자리에 서는 시장입니다. 그 신입생처럼요. 그 친구가 끝내 어느 부동산을 통해 계약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해준 말은 지금도 똑같습니다. 방은 충분히 보고, 마음에 든 방이 겹치거든 숨기지 말 것. 약한 자리에 설수록, 솔직함이 가장 단단한 무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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