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들어오는 손님은 대개 휴대폰부터 꺼낸다. 화면에는 네이버 부동산 매물 캡처가 떠 있고, 거기 적힌 가격을 가리키며 이 단지가 지금 얼마쯤 한다고 말한다.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물으면 답은 거의 같다. 네이버에서 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부동산이다. 주식도 코인도 사람을 끌어모으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안전하다’고 기대는 곳은 결국 집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큰 자산은 본인이 사는 아파트다. 그런데 그 가장 큰 자산의 값을, 많은 사람이 네이버 호가 한 줄로 가늠한다. 여기서부터 어긋난다.
호가는 파는 사람의 희망 가격이다
네이버에 뜨는 매매가는 파는 사람이 받고 싶어 하는 값, 곧 호가다. 그 값에 실제로 거래가 됐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집주인 한 명이 ‘나는 이 값 받고 팔겠다’고 내놓으면 그 숫자가 그대로 화면에 박힌다. 거래가 한 건도 없어도 호가는 떠 있다.
문제는 이 호가가 심리를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시장 분위기가 좋으면 집주인들은 매물이 빠지지 않아도 호가를 올려 부른다. 옆집이 9억에 내놓으면 우리 집도 9억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호가는 거래 없이도 올라간다. 반대로 사정이 급한 한 집이 싸게 던지면 그 단지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숫자를 보고 자기 자산을 계산한다. ‘우리 단지 8억 됐네’ 하고 마음속 장부에 적는다. 실제로는 한 사람의 희망 가격일 뿐인데, 그것이 내 재산의 기준이 되어 버린다. 호가에 좌지우지된다는 건 결국 남의 희망에 내 판단을 맡기는 일이다.
실거래가를 본다면 절반은 온 것이다
실거래가를 챙겨 보는 사람은 이미 호가만 보고 마는 사람보다 한참 앞서 있다. 부동산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거래가는 실제로 돈이 오간 값이라 호가보다 훨씬 정직하고, 적어도 그 가격에 누군가는 사고팔았다는 사실이 남는다.
그런데 실거래가를 본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여기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1년 동안 거래가 몇 건이나 있었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일정한지다. 한 달에 열 건씩 거래가 붙는 단지라면 그 가격대는 시장이 합의한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사겠다는 사람과 팔겠다는 사람이 그 선에서 계속 만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1년에 겨우 한두 건 거래된 단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 한 건은 사정이 급해 던진 급매였을 수도 있고, 상속이나 증여, 세금 문제로 평소보다 싸게 처리한 물건일 수도 있다. 거꾸로 어떤 사정으로 비싸게 받아간 예외 거래일 수도 있다. 표본이 한두 개면 평균도 흐름도 잡히지 않는다. 그걸 들고 ‘이 단지 시세는 이거다’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인중개사인 내가 봐도 그 한 건을 기준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그래서 오히려 그 한 건을 기준처럼 자신 있게 말하는 중개업소를 만나면, 나는 그 말부터 한 번 더 의심한다. 빈약한 근거를 기준인 양 내미는 셈이니까.
실거래가 떴다면 등기부등본까지 떼 본다
그럼 그 한 건이 믿을 만한 거래인지 어떻게 걸러내느냐. 현장에서 쓰는 방법을 하나 풀어 본다. 실거래가가 떴다고 하자. 네이버든 호갱노노든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든, 거래가 뜨면 그 거래의 층이 같이 나온다. 정확한 호수까지는 공개되지 않지만, 층을 알면 그 층에 있는 호실은 몇 개로 좁혀진다.
호실이 좁혀지면 등기부등본을 뗄 수 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는 누구나 인터넷등기소에서 몇백 원이면 떼는, 사실상 공개된 서류다. 그 층 호실들을 다 떼 봐라. 그중 최근에 소유권이 넘어간 집이 바로 그 거래다. 갑구를 보면 소유권이 언제 무슨 사유로 넘어갔는지가 나온다. 매매인지 증여인지 상속인지, 거래가액은 얼마로 적혔는지까지 보인다. 을구를 보면 근저당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도 나온다. 의심스러운 거래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떼 봐라. 떼 보면 답이 어느 정도 나온다.
진짜 그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거래 한두 건을 스치듯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오랜 시간 꾸준히 봐야 한다. 매매가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계속 지켜보다가, 어느 날 거래가 딱 한 건 떴는데 막상 등기부까지 들여다보니 아무리 봐도 의심스러운 매매다 싶으면, 그 한 건은 시세에서 빼고 보면 된다. 그렇게 걸러낸 다음에야 진짜 흐름이 보인다.
거래가 활발한 단지는 가격이 검증된 단지다. 끊임없이 사고팔리면서 그 값이 맞는지 시장이 계속 확인해 준다. 반대로 거래가 메마른 단지는 그 값이 맞는지 시장이 확인해 줄 기회 자체가 없었다. 호가는 9억인데 막상 팔려고 내놓으면 몇 달째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는 단지가 현장에는 수두룩하다. 그런 집의 9억은 장부에만 있는 9억이다.
이건 살 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래가 없는 단지는 사기는 쉬워도 팔기는 어렵다. 내가 가진 자산이 비싸 보여도 정작 팔리지 않으면 그 값은 손에 쥘 수 없는 숫자다. 결국 가격을 만드는 건 호가가 아니라 거래다. 화면에 박힌 숫자보다, 그 숫자 뒤에 거래가 몇 건이나 살아 있는지, 그 한 건이 믿을 만한 거래인지를 먼저 보는 습관이 내 자산을 지킨다.
※ 이 글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견해이며, 특정 단지나 시점의 투자 판단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거래와 가격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확인과 책임하에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