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 헷갈리는 부분 정리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이름은 익숙합니다. 그런데 막상 행사할 때가 되면 대부분 헷갈립니다. 언제까지 말해야 하는지, 얼마나 올려 줘야 하는지, 한 번 갱신하면 2년을 꼼짝없이 살아야 하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문제는 잘못 알면 그대로 손해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안 내도 될 돈을 내거나, 쓸 수 있는 권리를 놓치거나, 반대로 버티다 분쟁으로 번집니다. 현장에서 상담하며 가장 많이 받은 오해를 순서대로 짚겠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만 정확히 알아 두어도 대부분의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 청구권 헷갈리는 부분 5가지 정리한 이미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2년을 다 채워야 하나

가장 많이 하는 오해입니다. 갱신을 요구해 계약이 2년 연장되면 그 2년을 무조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갱신된 계약에서도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끝납니다. 2년에 묶이는 쪽은 오히려 임대인입니다. 임차인은 3개월만 여유를 두면 자유롭게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나가는 것은 계약을 어기고 중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법이 준 권리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 세입자를 구하는 중개보수도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기간을 다 못 채우고 나가는 일반적인 중도퇴실과는 바로 이 점이 다릅니다.

더 살 생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둔 손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직후에 타지방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저를 찾아와서는, 전세를 2년 더 살아야 하는 것이냐고, 지금 방을 내놓으면 몇 달이나 걸리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시름 놓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갱신청구권을 썼더라도 해지를 통보하고 3개월이 지나면 나갈 수 있고, 이 경우 새 세입자를 구하는 중개보수도 임대인 몫이라 그 돈까지 아낄 수 있다고요. 다만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법적으로야 당연히 임차인의 권리가 맞지만, 부동산에서는 법을 따지기 전에 당사자끼리 기분 좋게 의논하는 것이 먼저라고요. 그래서 임대인과도 충분히 협의해 두시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 손님은 모두와 타이밍을 맞춰 잘 정리하고 떠났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나가라고 하면 방법이 없을까

얼마 전 서울에 사는 대학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네이버로 이것저것 찾아보다 답이 안 나오니 결국 저에게 직접 건 것입니다.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전세난이 심해 옮길 집도 마땅치 않고 이사 비용에 직장 문제까지 겹쳐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려던 참인데, 집주인이 갑자기 가족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후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무조건 세입자가 1순위로 보호받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똑같이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직접 살겠다고 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건 법에 정해진 정당한 거절 사유가 맞습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주자 후배는 한참을 허탈해했습니다.

그런데 그 실거주가 거짓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세입자에게 집을 내주면 임대인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배상액도 법에 정해져 있어, 환산한 월세의 3개월분 같은 기준 금액 가운데 큰 쪽으로 정합니다.

예전에는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사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요즘은 지자체 서비스로 임대인의 거주 여부를 확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실거주를 이유로 나가게 되었더라도, 이후에 그 집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들어와 살다가 사정이 생겨 집을 판 경우처럼 판단이 갈리는 상황도 있으니, 구체적인 사안은 따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묵시적 갱신과는 무엇이 다른가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아는 분이 많습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묵시적 갱신은 임대인도 임차인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아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입니다. 횟수 제한이 없고 조건도 그대로입니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먼저 갱신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딱 한 번만 쓸 수 있고, 임대인은 정해진 사유가 없으면 거절하지 못하며, 이때는 임대료 인상에 상한이 적용됩니다.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미 묵시적 갱신으로 한 번 연장된 적이 있어도 계약갱신청구권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은 이 권리를 쓴 것으로 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제도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묵시적 갱신을 정리한 글에서 함께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처음 들어갈 때 살 수 있는 최대 기간이 정해지는 것으로 아는 손님이 많습니다. 그런데 묵시적 갱신에는 횟수 제한이 없어서, 서로 별말이 없으면 그 뒤로도 계속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알려 드리면 손님들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의 이사나 이직 같은 계획을 다시 잡곤 합니다. 생각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5퍼센트 인상은 의무가 아닙니다

갱신할 때 무조건 5퍼센트를 올려 줘야 한다고 아는 분도 있고, 반대로 한 푼도 못 올린다고 아는 분도 있습니다. 둘 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5퍼센트는 임대인이 올릴 수 있는 상한선일 뿐, 자동으로 정해지는 값이 아닙니다.

인상 폭은 당사자가 협의해 정하고, 그 상한이 5퍼센트입니다. 지역에 따라 조례로 상한을 더 낮춰 둔 곳도 있습니다. 그러니 갱신하면 당연히 5퍼센트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이 5퍼센트를 두고 오히려 임대인 쪽이 잘못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든 묵시적 갱신이든 따지지 않고, 그저 계약이 연장되니 마음대로 올려도 되는 줄 아는 것입니다. 옛날처럼 보증금을 1000만 원씩 더 올리자는 식으로 말하는 임대인이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상한이 5퍼센트라는 점을 정확히 짚어 드립니다. 모르고 넘어가면 세입자만 고스란히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통지 한 번 잘못하면 권리가 날아갑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아무 때나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요구해야 합니다. 너무 늦어 2개월 전을 넘기면 그사이 묵시적 갱신으로 흘러가 버릴 수 있습니다.

방식도 중요합니다. 말로만 해 두면 나중에 언제 통지했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내용증명이나 문자, 메신저처럼 통지한 날과 도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앞서 본 3개월도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세니, 언제 도달했는지가 특히 중요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어렵게 외울 제도가 아닙니다. 다만 위 다섯 가지처럼 다들 비슷하게 헷갈리는 지점이 있고, 그 지점에서 손해가 갈립니다. 갱신을 앞두고 있다면 내가 이 중 무엇을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한 번 짚어 보시길 권합니다.

※ 이 글은 공인중개사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특정 계약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의 적용과 세부 요건은 개별 상황과 특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계약서와 함께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확인한 공식 자료

이 글은 아래 법령과 정부기관 공개 자료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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