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무서워 증여를 미루는 사람은 숱하게 봤다. 그런데 세금을 아끼겠다고 오히려 집을 서둘러 넘기는 사람은, 그 어머니가 처음이었다. 재개발이 막 시작되려는 집을, 값이 뛰기도 전에 아들에게 덜컥 넘겨 버린 것이다. 처음엔 왜 저렇게 급하게 넘기나 싶었다. 그런데 사정을 듣고 나니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 어머니, 보통이 아니었다.
재개발에는 어려운 말이 참 많다. 무슨 인가가 어떻고 하는 용어를 늘어놓으면 읽는 사람은 세 줄 만에 창을 닫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말은 다 빼고, 이 어머니가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이야기로만 풀어 보겠다.
재개발이 예정된 동네에 있는 집이었다. 어머니가 그 집을 혼자 온전히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아들에게 넘겼다. 재개발이 걸린 집을 증여할 때는 사실상 시점이 전부인데, 어머니는 그걸 정확히 알고 값이 오르기 전에 움직였다. 게다가 나에게 재개발이 앞으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돈은 어떤 순서로 들어가고 나가는지까지 하나하나 캐물었다. 세금만 아끼려던 게 아니라, 재개발이라는 큰 판을 통째로 읽고 있었던 것이다.
왜 값이 오르기 전에 서둘러 넘겼을까
집을 물려줄 때 내는 세금은, 넘기는 바로 그 순간의 집값으로 정해진다. 지금 이 집이 5억이면 5억에, 10억이면 10억에 세금이 붙는다. 그런데 재개발이 걸린 집은 가만히 둬도 값이 계속 뛴다. 사업이 될 게 확실해질수록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그럴수록 값은 위로만 간다.
어머니가 노린 게 바로 그 틈이었다. 값이 뛰기 전 아직 쌀 때 넘겨 버리면 그 낮은 값으로 세금이 굳는다. 반대로 한참 오른 뒤에 넘기면 똑같은 집인데도 세금은 몇 배로 불어난다. 어차피 아들에게 줄 집이었다. 그렇다면 쌀 때 넘기는 게 남는 장사라는 걸, 어머니는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물론 재개발이 언제나 순조롭게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사업성이 무너지면 값이 오르기는커녕 돈이 10년씩 묶이기도 한다. 그 이야기는 재개발 로또는 왜 옛말이 됐나에 따로 적었다.
재개발 증여 타이밍이 세금을 가른다
재개발은 몇 개의 고비를 넘어가며 진행된다. 그런데 그중 어느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 집은 더 이상 그냥 낡은 집이 아니게 된다. 낡은 집을 헐고 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로 성격이 확 바뀐다. 그리고 이 권리에는 웃돈이 따라붙는다. 새 아파트를 미리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웃돈을 얹어 사겠다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이 고비를 넘긴 뒤에 넘기면 그 웃돈까지 몽땅 얹힌 값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반대로 고비를 넘기기 전 아직 평범한 낡은 집일 때 넘기면 훨씬 낮은 값으로 끝난다. 하루 이틀 차이가 아니라, 이 고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금이 몇 배로 벌어지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고비가 닥치기 전에 조용히 먼저 움직였다.
그래서 아들은 두 가지를 얻었다
이 한 번의 결정으로 아들이 챙긴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쌀 때 물려받아 세금을 뚝 줄인 것. 다른 하나는 재개발에서 처음부터 그 자리를 지켜 온 사람으로 인정받는 자격을 통째로 물려받은 것이다. 이 자격은 나중에 새 아파트가 다 올라가고 그걸 팔 때도 두고두고 유리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이 자격은 아무 때나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재개발이 어느 선을 넘어가 버리면 그 뒤로는 남에게 넘기는 길 자체가 막혀 버린다. 그러니 아들에게 이 자격까지 온전히 물려주려면 무조건 그 전에 손을 써야 했다. 세금을 아끼는 길과 자격을 넘기는 길. 두 길이 신기하게도 똑같은 시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나도 이 상담이 두려웠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나도 이 상담 앞에서 겁이 났다. 재개발에 세금까지 얽히면 중개를 오래 한 나에게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자료란 자료는 다 뒤졌고, 나보다 한 수 위인 소장님들을 찾아가 묻고, 평소 손발 맞춰 온 세무사와도 몇 번을 상의했다. 그렇게 머릿속을 완전히 정리한 뒤에야 겨우 손님 앞에 앉았다.
그런데 막상 자신 있게 쉬운 말로 풀어 놓으니 손님이 놀랄 만큼 착착 알아들었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재개발 용어는 일반 손님에게 정말 외계어라는 것을. 어려운 말을 그대로 던지면 아무도 안 움직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쉬운 말로 풀어 줘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 이 글을 용어 하나 없이 이야기로만 쓴 것도 바로 그래서다.
증여와 상속 어느 쪽이 유리할까
다만 이 이야기 하나만 보고 역시 증여가 답이구나 하며 덜컥 따라 하면 큰코다친다. 증여에는 함정도 숨어 있다. 대표적으로 부모가 물려준 뒤 10년 안에 돌아가시면 그 재산이 상속 몫에 다시 합쳐져 계산된다. 미리 넘긴 보람이 반쯤 날아가는 셈이다. 집을 받을 때 따로 내는 세금도 있고, 그 집이 어디에 있고 얼마짜리냐에 따라 부담이 확 달라진다.
오히려 평범한 경우엔 부모가 돌아가신 뒤 물려받는 쪽, 그러니까 상속이 더 나은 때가 많다. 그때는 기본으로 빼 주는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는 재개발이라는 확실한 상승과 값이 오르기 전이라는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증여가 통했던 것이지, 아무 집에나 통하는 공식이 아니다. 결국 언제 어떤 집을 어느 시점에 넘기느냐에 따라 정답은 매번 바뀐다.
그래서 나는 증여를 무조건 세금 폭탄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타이밍의 문제에 가깝다. 앞으로 오를 게 뻔한 집일수록 값이 쌀 때 미리 넘기는 게 가장 큰 절세가 되기도 한다. 그 어머니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재개발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부모 집 한 채라면, 증여와 상속 중 무엇이 나을까. 그건 세금만이 아니라 내 주택 수까지 함께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야기라, 부모님 아파트 증여 상속 40대라면 알아야 할 것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 이 글은 2026년 7월 기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참고용 자료다. 재개발 단계와 증여·상속 세금은 집의 상태와 지역, 개인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로 진행하기 전에는 세무사 등 전문가에게 최신 기준을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