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소문이 나면 그건 바로 내 밥벌이로 직결된다. 부동산 중개를 하다 보면 오해할 만한 상황이 은근히 많이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신경 쓰는 건 낯선 사람과 단둘이 빈방에 들어가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일인데, 처음 보는 사람과 문 닫힌 공간에 같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몇 년 전부터 손님과의 거리를 내가 먼저 벌려두는 쪽으로 바꿨다.
여성 혼자 방 보러 올 때, 중개사도 긴장한다
중개 실무를 하다 보면 점잖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 동네 매물은 빠삭하게 다 알고 있다. 루트며, 어떤 방을 어떤 순서로 보여주는 게 효율적인지며, 전세는 뻔하게 정해져 있고 가성비 매물은 뭐고 퀄리티 좋은 매물은 뭔지도 안다. 손님 성향에 따라 뭘 보여줘야 하는지도 안다. 그냥 부동산 추천만 보고 싶어 하는 손님도 있고, 무조건 싼 것만 찾는 손님도 있다. 매물을 다 알면 사실 일 자체는 쉽다. 그런데 아무리 성향이 비슷해도 모든 손님이 똑같지는 않다.
나는 부모님이랑 같이 온 손님이 제일 마음이 편하다. 나중에 부모님을 다시 설득하거나 정보를 또 제공할 필요가 줄어드니까. 한 번에 같이 보니까 그렇다. 혼자 온 손님이 남자면 그것도 괜찮다. 건장한 청년이거나 직장인이면 내 노하우대로 안내하고 중개하면 된다. 문제는 미성년자나 여성이 혼자 방을 보러 올 때다.
예전에는 그냥 친근하게 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소문을 하나 들었다. 다른 부동산 실장이 여성 손님한테 어쩌다 오해를 사서 경찰서까지 가게 됐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소문만 들었고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 소장은 자기 실장이 억울해했다고만 했다. 그 얘기를 들은 뒤로 내가 바뀌었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계약할 때 손님한테 직접 들은 얘기인데, 다른 부동산에서는 껄렁껄렁한 실장인지 소장인지가 매물 얘기는 안 하고 계속 사적인 얘기를 하더란다. 그래서 부모님한테 전화 오는 척하고 그 사람이랑 헤어졌다고 했다. 손님도 손님대로 그런 걸 겪고 다니는 거다.
거리 두기 실전, 뒷좌석·블랙박스·CCTV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한다. 특히 평일 퇴근 시간에, 그것도 여성분이 혼자 방을 보러 올 때는 나도 최대한 누가 봐도 중개사 폼이 나는 모습으로 안내를 한다.
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무조건 뒷좌석에 태운다. 조수석에 앉으시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오해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차량 내부 음성 녹음이 되는 블랙박스가 늘 켜져 있다. 방을 보러 갈 때도 오히려 내가 CCTV가 있는 쪽으로 간다. 그리고 거리를 두고 안내하는 편이다. 매물 외의 불필요한 대화는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뒷좌석에 앉으시라고 하면 경계를 조금 푸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티가 나는 건 없다. 표정이 달라진다든지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내 기분일 뿐이다. 다만 내가 먼저 거리를 두고 하니까 손님은 의외로 편해했던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이 아무리 일이라지만 너무 친근하게, 그것도 밤에 중개를 하면 부담스러울 거다.
먼저 꺼낸 말 한마디, 손님이 마음 놓인 이유
지금은 오히려 내가 먼저 말을 꺼낸다. 혹시 부모님은 같이 보셔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남자친구나 가족이랑 같이 보셔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런 말을 내가 먼저 한다.
그 말을 꺼내면 뭔가 안심하는 게 느껴진다. 물론 이것도 확실한 건 아니다. 다만 예전 같으면 이런 말을 먼저 꺼낼 생각조차 안 했다. 손님이 혼자 오셨으면 그냥 혼자 보여드리면 되는 거라고만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그게 손님한테도 나한테도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그날도 그랬다. 저녁에 안내를 하다가 와이프한테 전화가 왔는데 있는 그대로 말했다. 지금 퇴근하신 손님이 계신데 여자분이다, 이거 안내하고 얼른 가겠다고. 숨기고 말 것도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말했다. 그랬더니 와이프가 딸을 바꿔주더니 빨리 오라고 했다. 그 통화 내용도 손님이 아마 들었을 거다.
계약하면 1년 사는데 제대로 고르시라고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않았다. 손님한테 부담 가지지 마시라고, 계약하면 1년은 사셔야 되는데 제대로 고르시라고 말했다. 전화 한 통 왔다고 안내를 대충 하고 끝낼 일은 아니니까.
계약서는 주말 낮에 작성했다. 임대인도 그 자리에 있었다. 임대인도 나를 칭찬해줬고, 손님이 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퇴근하고 나서만 방 볼 시간이 났는데 진짜 매물에만 집중해줘서 본인도 지금 계약한 집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에 내가 와이프랑 딸한테 전화하는 걸 들어서인지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내가 먼저 부모님도 같이 와서 보시면 좋을 텐데, 하고 말을 꺼낸 것도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거리를 둔 게 오히려 편했다는 얘기를 계약 자리에서 직접 한 거다. 나는 오해를 안 사려고 한 일인데 손님한테는 다른 의미였던 셈이다.
대학가에서 중개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손님을 만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도 많이 일어난다. 그런데 희한하게 또 해결이 된다. 찝찝하게 해결될 때도 있고, 큰일인 것 같았는데 그냥 스무스하게 풀릴 때도 있다. 프로 중개사는 손님 입장에 섰을 때 프로가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