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노하우, 커피 한 잔으로 전세 10개 독점한 방법

손님들이 부동산 중개사를 오해할 때가 있다. 허위 매물 올려놓고 다른 매물만 계속 보여주는 중고차 딜러 같은 사람으로 볼 때. 그리고 방 몇 개 보여주고 계약시키고 돈 받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때. 나도 그런 시선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이 일에서 계약이 갈리는 지점은 방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그 방이 나온다는 걸 누가 먼저 아느냐에서 갈린다. 손님 앞에 매물을 꺼내놓기 전에 이미 승부가 나 있는 셈이다. 나는 그걸 커피 한 잔으로 배웠다.

커피 한 잔으로 전세 10개 독점한 부동산 중개 노하우

부동산 중개사 오해, 허위매물 딜러가 아닙니다

매물을 소개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소장이 경력이 있고, 임대인도 자기 건물에 애착이 있고 잘 알고 있으면 참 좋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임대인들이 그냥 건물을 사놓고 관리인한테 맡겨버린다. 임대인은 다른 데 살거나 다른 일을 하고, 건물은 관리인이 돌린다.

그러다 보니 계약도 관리인이랑 할 때가 많다. 당연히 대리인 신분으로 정확하게 한다. 서류 갖추고 확인할 거 다 확인하고 진행한다. 그러니까 그 건물에서 실제로 나랑 계속 얼굴을 맞대는 사람은 임대인이 아니라 관리인인 거다.

그래서 관리인과 친하게 지내는 게 내 노하우이기도 하다. 관리인은 임대인도 모르는 부분을 참 많이 알고 있다. 그 원룸에 누가 사는지, 주차는 몇 대가 되는지, 전기며 수도며 내부 상태며 곰팡이가 있는지, 옥상은 어떤지. 등기부에도 안 나오고 광고에도 안 나오는 것들이다. 손님이 제일 궁금해하는 게 결국 이런 것들인데, 광고만 봐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관리인 공략, 커피 한 잔이 3~4일 선점권 됐다

임대인한테 전화를 걸면 관리인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런데 여기서 갈린다. 보통 부동산 실무자들은 그 말을 들으면 귀찮아서 그냥 안 한다. 전화 한 번 더 거는 게 일이니까.

나는 끈질기게 파고든다. 관리인한테 연락해서 직접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완전 옛날 스타일인데 나는 커피 한 잔 사서 간다. 전화로 물어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얼굴을 보고 묻는다.

그렇게 좀 친해지다 보면 달라지는 게 있다. 전세가 귀할 때가 있다. 특히 준신축급 건물이면 더 그렇다. 보통 이런 매물은 부동산끼리 쓰는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고, 그러면 여기저기 부동산에서 다 달려든다. 전세 확보하려고. 그런데 관리인이랑 소통이 잘되면 전세 만료되는 방이 몇 개 나온다는 걸 나한테 먼저 알려준다.

대신 기간은 많이 못 준다고 했다. 3~4일만 준다는 거다. 그 안에 계약을 못 하면 공유 사이트에 올려서 빨리 방을 빼야 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임대인이든 관리인이든 결국 공실 막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계약하는 부동산이 자기랑 좀 친하면 편하잖아. 한번 계약해놓거나 한번 소통해놓으면 일일이 설명 안 해도 되고, 내가 알아서 다 하니까.

전세 10개 독점, 1개월에 4개 계약한 결과

3~4일 안에 실제로 계약을 붙였다. 인기 있는 매물인 데다 전세까지 귀하니까 가능했다. 검증된 건물이라 부동산 실무자라면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은 물건이었다. 그때만 해도 전세 문의 전화가 하루에 몇 통씩 올 때였다. 사진만 보고 계약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예전에 월세로 그 방을 봤던 사람이 전세가 나왔다길래 바로 보고 계약한 경우도 있었다.

모든 전세 매물이 내 문자로 접수됐다. 1개월 동안 전세만 네 개 정도 나왔는데 나올 때마다 다 계약을 시켜버렸다. 기간 한 번 안 어기고 딱딱 해내니까 그 뒤로는 모든 편의를 다 봐주더라. 보통 임대인 같으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고집을 피우는데, 초반 네 건에서 신뢰가 쌓였나 보다.

그렇게 그 건물에서 전세만 10개 넘게 계약했다. 한 건물당 전세를 받아야 하는 개수는 대충 정해져 있다. 대학가이기도 하고, 건물 수익률 측면도 있고, 깡통 전세라고 소문나서도 안 되고, 나중에 건물 매각도 고려해야 하니까. 거기에 맞춰뒀는데 그걸 거의 내가 다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 건물 전세 매물은 공유 사이트에 안 올라왔다.

핸디캡도 받았다. 동물을 키운다거나 누가 들어도 아닌 건 나도 요청 안 하고 내 선에서 끊는다. 그런데 입주일이 조금 늦는다거나 도배, 침대 이런 건 요청하면 들어줬다. 아 참, 주차비는 얄짤없더라. 임대인한테 요청해서 도배를 받아낸 일은 다른 계약에서도 있었다.

손님들 반응도 달랐다. 보통 요청만 하고 안 된다면서 끝나는데 진짜로 해주니까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일이 더 잘 풀렸다. 신규 손님이 방 구하러 오면 최근에 계약한 전세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어필을 한다. 당연히 개인정보는 다 가리고 보여준다.

그렇게 힘 있게 건물주한테 요청하는 중개사는 처음 봤단다. 손님이 나한테 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커피 한 잔 들고 관리인을 찾아간다. 아파트에서 경비 아저씨랑 친하면 좋은 것과 똑같다. 그 건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서류에 이름이 적힌 사람이 아니라 매일 거기 있는 사람이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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