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손님에게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보다 먼저 결정되는 게 있었다.
그 방이 나온다는 사실을 누가 먼저 아느냐.
나는 부동산 일을 하면서 이 차이를 꽤 크게 느꼈다.
인터넷에 광고가 올라오고 여러 부동산이 동시에 알게 된 뒤에 움직이는 것과, 건물에서 방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조금 먼저 듣고 움직이는 것은 달랐다.
한 건물에서는 그 시작이 관리인과 마신 커피 한 잔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에서 전세 매물이 나올 때 내가 먼저 소식을 듣게 되는 일이 이어졌다.
그렇게 알게 된 전세 매물이 10개 정도까지 됐다.
예전 제목에는 이것을 '독점'이라고 적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그 건물의 전세를 법적으로 독점한 것도 아니었고 다른 부동산이 중개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얻었던 것은 매물이 나온다는 정보를 조금 먼저 들을 수 있는 통로였다.
손님에게 보여줄 방은 광고를 올리기 전부터 움직였다
손님들은 부동산 중개사를 방 몇 개 보여주고 계약서를 쓰는 사람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그것도 중개사의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해보면 손님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일이 시작된다.
어느 건물에 빈방이 있는지, 지금은 방이 없어도 언제쯤 하나가 나오는지, 새로 내놓을 집이 있는지 알아야 손님이 왔을 때 선택지를 꺼낼 수 있다.
이미 여러 부동산에 광고가 올라온 매물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반대로 아직 광고에 올라오기 전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 건물의 움직임을 먼저 아는 사람이 한발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나는 이 건물에서 그 차이를 경험했다.
관리인과 마신 커피 한 잔이 기억에 남은 이유
내가 커피 한 잔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커피 자체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커피값을 쓰면 매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날 이후 건물에서 전세 물건이 나올 때 그 소식을 내가 비교적 빨리 알 수 있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건물을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은 부동산 광고보다 먼저 건물 안의 움직임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그 정보가 중요했다.
손님에게 없는 방을 있다고 말하거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광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방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유자와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다른 부동산보다 조금 일찍 준비할 수 있다.
나에게 커피 한 잔은 바로 그 현장 정보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알게 된 계기에 가까웠다.
전세 매물 10개보다 중요했던 것은 먼저 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건물에서 전세 매물 정보를 계속 접하게 됐고, 그 숫자가 10개 정도까지 이어졌다.
숫자만 보면 '전세 10개를 확보했다'는 말이 강해 보인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10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매물이 인터넷에 올라온 뒤 찾는 것과, 매물이 생기는 시점을 현장에서 먼저 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손님에게 좋은 매물을 보여주려면 검색을 많이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진을 잘 찍고 광고를 잘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광고할 매물 자체가 없다면 시작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부동산을 오래 하다 보면 매물을 어디에서 가져오느냐가 생각보다 큰 일이 된다.
이 건물에서는 관리인이 그 흐름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관리인이 말한 것만 믿고 중개할 수는 없다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건물에서 방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과 실제로 그 방을 중개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관리인을 통해 소식을 들었더라도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정말 임대할 의사가 있는지, 보증금과 월세 등 조건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중개할 때 결국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하는 사람은 중개사다.
그래서 나는 '먼저 들었다'는 것 자체보다 먼저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는 쪽에 의미를 둔다.
현장 정보는 빠를 수 있지만 정확성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을 영업 비법이라고 쓰고 싶지는 않다
이 경험을 '커피 한 잔 사주고 매물 10개 얻는 방법'으로 정리하면 이야기는 훨씬 간단해진다.
그런데 실제 부동산 중개가 그렇게 공식처럼 움직이지는 않는다.
어떤 관리인에게 커피를 산다고 다음 날부터 매물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경험을 누군가 따라 하면 그대로 결과가 나오는 중개 노하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본 것은 부동산 매물이 인터넷 화면에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이사를 준비하고, 건물에서는 그 움직임을 알게 되고, 임대인은 다시 방을 내놓기로 결정하고, 그다음에야 중개사와 광고로 넘어온다.
나는 그 과정 중 조금 앞쪽에서 정보를 접했을 뿐이다.
8년 가까이 중개하며 매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 부분
처음에는 손님이 들어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광고 목록부터 봤다.
어떤 방을 보여줄지, 어느 방이 가격이 괜찮을지를 찾는 일이 먼저였다.
그런데 일을 오래 하면서 매물을 보는 방향도 조금 달라졌다.
지금 올라와 있는 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동네에서 앞으로 어떤 방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누가 그 건물 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도 같이 보게 됐다.
관리인이 있는 건물도 있고 집주인이 직접 관리하는 건물도 있다.
형태는 건물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매물이 실제로 움직이는 현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전세 10개보다 커피 한 잔이 더 기억에 남았다
결국 숫자로 남은 것은 전세 매물 10개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숫자보다 커피 한 잔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 전까지 나는 매물을 주로 광고 화면에서 찾았다면, 그 일을 겪으면서 매물이 광고에 올라오기 전에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도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경험을 다시 적는다면 '전세 10개를 독점한 방법'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독점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법도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겪은 것은 훨씬 단순했다.
건물에서 방이 나온다는 소식을 조금 먼저 알게 됐고, 그 시작에 관리인과 마신 커피 한 잔이 있었다.
부동산에서 손님에게 보이는 일은 방을 보여주는 순간부터지만, 내가 겪어보니 중개는 그보다 훨씬 전에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