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가게에 들어섰을 때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겉은 깔끔했다. 철거도 다 끝나 있었고 안도 말끔했다. 그런데 바닥 배수구 거름망 쪽에서 냄새가 진동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그 공간에 서 있으니 더 심했다.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임대인이 상가 1층 가게를 내놨는데 내가 매물 접수를 거부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매물은 일단 받아뒀지만, 실질적으로 광고하거나 소개는 하지 않았다. 겉만 보면 바로 내놔도 되는 자리였는데 그렇게 했다.
배수구 내시경, 천만원 견적이 나온 이유
그 자리는 오랫동안 치킨집을 운영하던 곳이었다. 임차인이 월세도 계속 밀리다가 결국 철거도 제대로 못 하고 그냥 야반도주를 했다. 임대인도 몇 달을 방치하다가 소송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임차인 보증금이랑 본인 돈까지 들여서 철거를 하고 깨끗하게 만들어놨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건 다 정리가 된 상태였다.
임대인도 냄새는 알고 있었다. 철거하고 나서 락스랑 인터넷에서 파는 오물 분해 제거제, 그런 걸 엄청 부었다고 했다. 본인은 그걸로 나름 처리를 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자기도 가게를 해봤던 사람이 아니고 이런 걸 처음 겪는 거라 어쩔 줄을 몰라서, 동네 가게에 가서 물어봤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업체를 불러 견적을 봤단다. 그런데 이거 잘못하면 천만원이 넘게 들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배수구가 한 번도 관리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전에 가게를 하던 사장도 몇 번이나 막혔었는지, 철사 같은 걸 안으로 막 쑤셔 넣었다고 했다. 배수구 내시경으로 살짝 확인만 해봤는데도 대공사가 될 것 같더라는 거다.
상가 임대 배수구 문제, 1~2년 내 역류 경고까지
내가 그 냄새를 그냥 넘기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나도 젊은 시절에 이태원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었다. 그때 배수구가 막힌 적이 있었는데 진짜 막막했다. 며칠 동안 가게 문을 닫고, 배수구 뚫는 업체부터 직원들까지 다 가게에 붙어 있었다. 15년 전에 그렇게 고생하면서 맡았던 그 냄새가 그날 그대로 되살아났던 거다.
그래서 임대인한테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대로 소개하면 1년이나 2년 안에 한 번은 분명히 배수구가 역류할 거라고. 그랬을 때 사장님이 지실 책임이 아마 어마어마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냄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가 지금 계속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잊은 것 같지만, 내일 다시 이 공간에 오면 또 코를 찌를 거라고.
그러니까 배수구를 한 번 제대로 처리를 하시든지, 아니면 아예 배수구 쪽은 포기하고 음식점을 하지 마시든지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음식점은 제가 손님 못 구해드립니다, 라고. 그래서 매물은 받아두기만 하고 광고도 안 올리고 소개도 안 했다. 내가 이렇게 해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70만원 업체 실패, 400만원 대공사로 끝난 이유
임대인도 내 말을 들으면서 공감했다. 그래서 배수구 전문업체 여러 곳에 견적을 받아보기로 했다. 거기서 하는 말이, 엔진을 틀었다 하면 배수구가 뚫리든 안 뚫리든 70만원인가 든다는 거였다. 거기에 인건비가 따로 들어간다고 미리 말하더라. 임대인은 되든 안 되든 100만원 정도는 쓸 요량으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결국 못 뚫었다. 고약한 냄새만 더 나고 기계도 중간에 한 번 고장이 날 정도였다. 기름 덩어리가 돌처럼 굳어 있었다. 냄새는 정말 역겨웠다. 이전 치킨집 사장도 온갖 약품을 다 써봤나 보더라. 그리고 그 철사, 겨우 몇 개만 절단해서 빼냈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5~6시간 넘게 하다가 결국 업체도 포기하고 갔다. 장비 더 좋은 업체를 부르라는 말만 남기고 갔다. 임대인은 수년 동안 관리를 한 번도 못 해본 자신을 탓했다.
임대인은 못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조금 억울하기도 할 거다. 결국 울산 쪽에 있는 업체를 불렀다. 어차피 동네에 소문은 다 났고, 배수구 처리가 안 되면 세가 나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본인이 내린 거다. 그 덕분인지 주위 가게들 임차인이며 임대인이며 배수구 관리 소문이 돌았나 보더라. 울산 업체에서 몇백만원이 나왔다고 했는데, 주위 가게들 것도 본인이 편하게 다 볼 수 있게 되고 일거리도 많이 채우게 되어서 할인을 정말 많이 해줬다고 했다.
400만원인가 들었다. 정말 대공사였다. 어쩔 수 없이 바닥을 뜯어내기도 했다. 400만원이면 정말 싸게 한 거라고 하더라. 그리고 공실이라서 바닥을 깰 수가 있었지, 아니었으면 못 했다고 했다. 그 돈은 임대인이 다 냈다. 그러고 나서 나한테 처음 보는 어필 문구를 부탁했다. 배수구가 엄청 깨끗한 물건이라고 꼭 홍보해달라는 거였다.
재밌기도 했다. 그리고 저번에 한번 그쪽으로 차를 타고 지나간 적이 있는데, 브런치 집이 들어와 있더라. 임대인도 보였다. 월세만 받을 줄 알았던 임대인이 임차인이랑 소통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래, 자기 건물인데 저게 맞지 싶었다.
참, 상가 월세를 소개할 때 나는 입지나 월세, 렌트프리 이런 걸로만 어필을 했지 배수구 대공사를 해서 배수구가 완전히 깨끗하다고 어필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수구는 정말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좋은 경험 했다. 내 실무 경력이랑 영업에 소름 끼치게 도움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