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가게에 들어섰을 때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겉은 깔끔했다. 철거도 다 끝나 있었고 안도 말끔했다. 그런데 바닥 배수구 거름망 쪽에서 냄새가 진동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그 공간에 서 있으니 더 심했다.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임대인이 상가 1층 가게를 내놨는데 내가 매물 접수를 거부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매물은 일단 받아뒀지만, 실질적으로 광고하거나 소개는 하지 않았다. 겉만 보면 바로 내놔도 되는 자리였는데 그렇게 했다.
배수구 내시경, 천만원 견적이 나온 이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냄새가 먼저 났다.
겉은 이미 깔끔하게 철거돼 있었다. 내부도 비어 있었고 바로 광고를 올려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닥 배수구 거름망 쪽에 가까이 가자 냄새가 확 올라왔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그 공간에 몇 분 서 있으니 더 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광고를 올리지 않았다.
임대인에게 매물은 받아뒀지만, 배수구 문제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를 중개하면서 내가 매물을 받아놓고 실제 광고와 손님 안내를 멈춘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겉은 깨끗했지만 치킨집 흔적은 배수구에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오랫동안 치킨집을 운영했었다.
이전 임차인은 월세도 밀려 있었고 마지막에는 철거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가게를 떠났다고 했다.
임대인은 이후 보증금과 본인 돈까지 들여 내부 철거를 해놓은 상태였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은 거의 다 정리돼 있었다.
문제는 배수구였다.
임대인도 냄새가 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락스도 붓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오물 분해 제품도 사용해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것으로 해결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내시경으로 확인하자 천만원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임대인은 결국 업체를 불러 배수구를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배수구 내시경도 사용했다고 했다.
임대인이 들은 설명으로는 배수구 관리가 오랫동안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전 영업 과정에서 여러 번 막힘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전 임차인이 막힐 때 철사 같은 것을 안으로 넣어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업체에서는 상태가 심하면 공사비가 천만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때는 어디까지 뜯어야 하는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가 천만원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수구 냄새 하나가 단순 청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나는 예전에 맡았던 레스토랑 냄새가 바로 떠올랐다
내가 이 냄새를 그냥 넘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젊을 때 이태원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가게 배수구가 막힌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배수구 업체와 직원들이 계속 가게에 붙어 있었다.
15년 정도 지난 일이었지만 배수구에서 올라오던 그 냄새는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상가에 들어갔을 때 바로 그때 생각이 났다.
나는 임대인에게 이 상태로 음식점 손님을 받아 계약시키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당장 역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냄새가 계속 나고 전문업체에서도 배관 상태를 문제 삼았다면 먼저 원인을 확인하는 게 맞다고 봤다.
배수구를 제대로 처리한 뒤 광고하거나, 음식점이 아닌 다른 업종을 생각해보는 게 낫겠다고 했다.
나는 음식점 손님에게는 이 매물을 보여주지 않았다
임대인이 냄새를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본인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몰라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점을 하려는 손님에게 이 자리를 소개하기가 어려웠다.
계약이 된 다음 냄새가 계속 나거나 배수구가 막히면 영업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매물은 가지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광고하지 않았고 음식점 손님에게도 소개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결정은 배수구가 더러워 보여서 한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를 내가 확인하지 못한 채 새 임차인에게 넘기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첫 업체에 약 70만원을 쓰고도 해결되지 않았다
임대인은 배수구 전문업체를 여러 곳 알아봤다.
한 업체에서는 장비를 가동하면 뚫리든 뚫리지 않든 약 70만원 정도가 들고 인건비는 별도라고 안내했다고 했다.
임대인은 일단 100만원 정도는 들여서 해결해보겠다고 했다.
업체가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쉽게 뚫리지 않았다.
배관 안에 굳은 기름 덩어리가 있었고 철사 같은 이물질도 일부 나왔다.
5~6시간 이상 작업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장비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그 업체는 더 좋은 장비를 가진 업체를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임대인도 그때 상황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결국 울산 업체가 왔고 바닥까지 뜯었다
마지막에는 울산 쪽 업체까지 불렀다.
이번에는 단순히 배수구 안만 뚫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부 바닥을 뜯어내면서 작업해야 했다.
공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공사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임대인이 이야기한 비용은 약 400만원이었다.
처음 들었던 천만원보다 낮았지만, 배수구 냄새 하나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작은 돈은 아니었다.
그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했다.
공사가 끝난 뒤 임대인이 나에게 했던 부탁이 아직 기억난다.
이번에는 배수구가 깨끗하다는 것도 매물 설명에 꼭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나도 상가를 광고하면서 배수구 공사를 장점으로 이야기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상가를 볼 때 처음으로 배수구를 매물 조건처럼 보게 됐다
그전까지 상가 손님에게 설명할 때 내가 먼저 보는 것은 주로 입지였다.
월세가 얼마인지, 권리금이 있는지, 렌트프리가 가능한지 같은 것도 중요했다.
배수구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는 음식점을 하던 자리라면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 오래 영업했던 곳에서는 바닥이 깨끗하게 철거돼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었다.
냄새가 어디에서 올라오는지, 배수가 실제로 되는지, 이전에 막힘이 반복된 적은 없는지까지 보게 됐다.
인터넷에서 찾은 상가 체크리스트 때문에 생긴 습관이 아니다.
냄새 하나 때문에 광고를 멈췄고, 실제로 바닥을 뜯는 400만원 공사까지 가는 것을 본 뒤 생긴 습관이다.
나중에 지나가다 보니 브런치 가게가 들어와 있었다
한참 뒤 그쪽을 차로 지나간 적이 있다.
그 자리에 브런치 가게가 들어와 있는 것이 보였다.
임대인도 그곳에서 새 임차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이후 배수구에 문제가 다시 생겼는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공사를 했으니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여기에서 단정할 수도 없다.
내가 확인한 결과는 내가 중개하던 당시 약 400만원을 들여 공사를 했고, 이후 다시 음식점이 들어왔다는 데까지다.
그 사건 이후 상가에 들어가 냄새가 나면 나는 예전처럼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냄새가, 때로는 보이는 하자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한번 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