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조카에게 하루 13개 방을 보여줬다, 입주일 15일을 두고 생각이 달랐다

나는 15일을 벌어다 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님은 15일을 손해본다고 생각했다.

같은 계약을 놓고 서로 계산이 달랐다.

부탁을 한 사람은 내 공인중개사 합격 동기였다. 자기 조카가 부산 남구에서 월세방을 구해야 하는데 한번 봐달라고 했다.

조카는 신입생이었다.

지인 부탁이니 평소 손님보다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그런데 그날 하루에 방을 13개 정도 보여주고, 집주인과 입주 날짜까지 조정하고 나니 내가 왜 지인 중개를 할 때 유독 더 피곤해지는지 알 것 같았다.

공인중개사가 지인 월세 중개로 하루 동안 확인한 13개 방과 열쇠·체크리스트를 표현

문제는 방이 아니라 한 달 뒤 입주였다

방을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방도 있었고 가격을 낮춘 가성비 방도 있었다.

그런데 조건 하나가 계속 걸렸다.

실제 입주는 거의 한 달 뒤에 해야 했다.

당시는 신입생들이 방을 많이 구하는 시기였다.

내가 상대하던 임대인들 입장에서는 당장 다른 손님에게 계약할 수도 있는 방을 한 달 동안 비워두고 기다려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좋은 방을 찾아도 입주 날짜를 말하면 이야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방을 찾는 것보다 집주인과 날짜를 맞추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그날 하루에 방을 13개 정도 봤다

하루 동안 본 방이 대략 13개였다.

조건 좋은 방부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까지 가능한 선택지를 거의 다 보여줬다.

방 하나를 보는 데는 방 안에 머무는 시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차로 이동하고 주차하고 문을 열고 설명하고 다시 다음 집으로 움직여야 한다.

13개를 연속으로 보여주면 하루 일정의 상당 부분이 한 손님에게 들어간다.

그날도 그랬다.

다른 손님에게 방을 보여주는 일은 사실상 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지인 조카니까 빨리 하나 골라달라고 재촉하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 구하는 방이니 비교할 만큼 비교하고 결정하게 했다.

결국 집주인에게 15일만 양보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에 드는 방이 나왔다.

그런데 역시 입주 시기가 문제였다.

손님이 원하는 실제 입주 시점까지는 거의 한 달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방의 임대인과 이전에도 여러 번 계약을 진행해본 사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인 조카가 들어올 방이라는 것도 설명하면서 계약기간 시작일을 조금 늦출 수 있는지 부탁했다.

결국 오늘부터 바로 계약기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15일 뒤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내 입장에서는 원래 한 달을 기다려달라는 요청에서 절반을 줄인 셈이었다.

그래서 손님에게도 설명했다.

당시 이 방은 문의가 들어오고 계약이 비교적 빠르게 되는 편이었기 때문에 한 달 뒤까지 그대로 잡아두기는 어렵다고 봤다.

나는 15일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님 표정은 달랐다

내 설명을 듣는 손님 표정이 생각보다 밝지 않았다.

손님 입장에서는 실제로 들어가 살기 전 15일치 월세가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한 달을 다 부담할 상황에서 15일을 줄였다고 생각했다.

손님은 원래 원하는 날짜보다 15일 먼저 계약기간이 시작되니 그만큼 돈을 더 내는 것으로 봤다.

둘 다 자기 입장에서는 틀린 계산이 아니었다.

나는 집주인에게서 얻어낸 15일을 보고 있었고, 손님은 실제로 살지 않는 15일을 보고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이 장면이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임차인 중개보수 약 15만원도 받지 않았다

당시 이 계약에서 임차인에게 받을 중개보수는 약 15만원 정도였다.

나는 처음부터 그 돈은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내 동기의 조카였기 때문이다.

임대인에게 받을 중개보수는 받았고, 임차인 쪽 약 15만원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 종일 방을 보여주고 입주 날짜까지 조율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묘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평소 손님이라면 정상적으로 중개보수를 받고 하는 일인데, 지인 부탁이라는 이유로 더 신경을 쓰면서 한쪽 보수는 받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가 나에게 보수를 받지 말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안 받기로 결정한 사람도 나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선택까지 손님의 문제였던 것처럼 쓰고 싶지는 않다.

동기에게 힘들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계약이 끝나고도 동기에게 오늘 정말 힘들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히 부탁한 사람까지 신경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동기가 스타벅스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줬다.

큰 금액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받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렸다.

내가 지인 부탁을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했나 싶기도 했다.

이왕 도와주기로 한 일이면 처음부터 좋은 마음으로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인 중개가 어려웠던 건 사고가 더 잘 나서가 아니었다

지인에게 부동산 부탁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친구나 다른 지인의 부탁으로 방을 구해주면서 임차인 중개보수를 받지 않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지인 중개를 할 때마다 평소보다 신경이 더 쓰였던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혹시 나중에 집에 하자가 생기거나 임대인과 문제가 생기면 지인 관계까지 불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이전에 거래해봤고 소통이 잘되는 임대인의 방, 내가 비교적 잘 아는 건물부터 먼저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지인 거래가 특별히 사고가 더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는 업무 관계와 개인 관계가 한 계약 안에 같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지인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범위가 애매해질 수 있었다

일반 손님이면 처음부터 중개보수가 얼마인지 말하고 조건을 맞추고 계약하면 된다.

그런데 지인은 나도 모르게 기준이 달라질 때가 있었다.

보수는 안 받아야 할 것 같고.

방은 조금 더 많이 보여줘야 할 것 같고.

임대인에게도 한 번 더 부탁해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상대방이 내가 어디까지 신경 쓰고 있는지 똑같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내가 15일을 줄이느라 애썼다는 사실과, 손님이 15일치 비용을 아까워하는 것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날 그걸 직접 봤다.

지금 다시 지인 부탁을 받는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일을 겪었다고 앞으로 지인 중개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없다.

지인이 부탁하면 아마 또 도와줄 것이다.

대신 예전과 한 가지는 다르게 하고 싶다.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혼자 서비스의 범위를 계속 늘리지 않는 것이다.

입주일이 한 달 뒤인데 임대인이 15일만 기다려준다면, 그것을 내가 얼마나 힘들게 협의했는지 강조하기보다 손님 입장에서 15일치 비용이 생긴다는 사실까지 같이 놓고 설명하면 된다.

중개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면 그것도 내가 선택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기준을 정해두는 편이 서로 편하다.

하루에 방 13개를 보여준 것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결국 그 15일이었다.

나는 15일을 벌어줬다고 생각했고, 손님은 15일을 손해봤다고 생각했다.

지인 중개에서 내가 가장 먼저 맞춰야 했던 것은 방 조건만이 아니라 서로의 기대치였는지도 모르겠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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