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이 지났다. 다른 손님 입주 확인을 하러 그 원룸에 갔는데, 옆방 문이 열리더니 그 손님이 나왔다. 한 달 전에 내가 낮이고 밤이고 방을 보여줬던 그 손님이다.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났고, 그냥 어, 안녕하세요 했다. 그 손님은 놀란 기색이었다. 옆에 집주인도 같이 서 있었다.
부동산 직거래, 1개월 뒤 그 손님이 문을 열고 나왔다
왜 나왔나 싶었는데, 옆집에 누가 들어오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그날 내 다른 손님이 빈방에 입주하려고 방 확인을 하고 있었으니까, 옆에서 웅성웅성하니까 나와 봤던 거다. 그러다 나랑 마주친 거다.
한 달 전 그 손님은 정말 검색을 많이 하고 발품도 많이 팔고 온 사람이었다. 네이버도 보고 부동산도 알아보고, 동네 여러 부동산을 다 돌고 왔더라. 다들 불친절하다느니 요청사항도 안 들어준다느니 하면서 나한테까지 온 손님이었다.
보증금 300에서 500 정도, 월세 35에서 40 사이. 부산에서는 가성비라면 가성비인 가격이다. 그런데 이 손님은 포인트가 조용한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낮이고 밤이고 그 동네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체크를 했다고 하더라. 좀 유별난 손님이었다. 나도 낮에만 7~8번 방을 보여줬고, 밤까지는 아니지만 퇴근 시간에 맞춰서도 서너 군데를 더 보여줬다. 계속 소음에 관심을 가지더라. 나한테 소장님, 이 소리 들리냐고 물어보고. 그때 나는 이 계약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은 계속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계약금은 안 넣더라. 그래서 내가 마지막에 연락을 드렸다. 혹시 결정은 하셨냐고. 그냥 좀 더 알아보고 하겠다고 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은 하더라. 그러고 한 달이 지나서 그 방 문을 열고 나온 거다.
집주인 퇴근길 주차장에서 기다린 손님
그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안 물어봤다. 내 손님이 옆에 있는데 거기서 따지면 그 손님도 어리둥절할 것 같아서다. 나중에 집주인이랑 내 손님이랑 부동산에 와서 계약서를 쓰면서 그때 물어봤다.
집주인 말이 이랬다. 그 사람이 원룸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더라. 집주인도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니까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1층 주차장 쪽에서 기다렸다가 자기가 방을 봤는데 계약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집주인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혹시 어디 부동산에서 봤냐고 물어봤단다. 그랬더니 모른다고 했단다. 그냥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고, 부동산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단다.
주인 입장에서는 너무 땡큐다. 조금 마음에 걸리기야 했겠지만, 주인이 잘못한 건 없잖아. 부동산 어디서 봤는지도 물어봤고, 손님이 모른다는데 뭐 어쩌겠나. 공실 없애는 게 주인의 목적 아니겠나. 그래서 그냥 계약서 뽑아서 했다는 거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기억도 안 난다는 그 말이 제일 걸렸다. 한 달 전에 나랑 낮밤으로 그 동네를 돌아다닌 사람이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복비 10만원에 며칠을 기다렸다는 말
주인이랑도 나도 얘기가 다 되었고, 내 손님 계약도 다 마무리 짓고 나서 내가 그 소음 손님한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여쭈어봤다. 집주인이랑 어쩌다 보니 얘기가 되었습니다. 직거래로 하셨다면서요. 그렇게 하시면 좀 그렇습니다, 라고 했다.
바로 미안하다고 하더라. 복비가 너무 아까워서 며칠을 그 집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그리고 부동산에 찾아가서 미안해서라도 얼마라도 드릴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자기 힘든 생활 얘기를 했다. 그래도 나는 너무 괘씸했다.
복비가 10만원 조금 넘었을 거다. 그 돈 아끼려고 며칠을 그 집 앞에서 기다린 거다. 그런데 나는 계약 직전까지 다 해줬다. 방 안내를 낮 밤 가리지 않고 했고, 임대인한테도 조율하고 기다려달라고 했고, 똑같은 방을 한 번 더 보여준다고도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손님이 너무 힘들어서 복비를 깎아달라고 하면 뭐 어째저째 깎아주고 주인한테 받으면 되는 일이다. 말만 했으면 됐을 일이다. 그리고 나도 매물 광고하고 시간 쓰고 조율하고, 생각하니까 괘씸했다. 그래서 저는 제대로 받아야겠다고, 솔직히 화를 냈다.
집주인한테도 한 달 전 문자를 보여줬다. 사장님, 이거 보세요, 기억나시죠 이 문자. 이 문자가 이분 때문에 보낸 문자입니다. 그러니까 집주인도 상황 파악을 하더라.
복비는 결국 못 받았다. 대신에 집주인이 조금 챙겨줬다. 소음 손님은 복비 없이 방을 채워 넣은 셈이고, 뭐 내가 거의 다 해준 거지만 결국은 나 덕분이긴 하니까. 주인이 그걸 충분히 이해하더라. 그리고 그 옆 빈방까지 내가 계약해줬으니 주인은 내가 고마웠다고 했다. 그래서 나한테 좀 더 챙겨주더라. 그래도 이날은 생각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