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후기, 미얀마 유학생과 번역기로 1시간 매물을 찾은 날

부산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미얀마 유학생이 여러 부동산에서 거절당한 끝에 우리 사무소로 왔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친구와 원룸에서 같이 살다가 갑자기 혼자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이었다. 부동산도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번역기를 켜도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으니 방을 안내받는 것부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돈도 넉넉하지 않았고 일자리도 계속 알아보고 있었지만 거절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당장 살 곳은 필요했고 계약금은 준비해뒀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일단 어떤 방을 원하는지부터 같이 찾아보기로 했다.

번역기로 1시간 동안 월세방을 찾은 미얀마 유학생 중개 사례를 표현한 반지하 원룸과 제습기, 임대차계약서

미얀마 유학생, 여러 부동산에서 방을 구하지 못했다

학생과 몇 마디를 나눠보니 왜 휴대전화 번역기를 계속 보고 있었는지 알겠더라. 내가 한국말로 짧게 말해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고, 학생이 하는 말도 내가 알아듣기 어려웠다. 방 하나를 보여주려고 해도 금액과 위치, 방 상태를 서로 제대로 이해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하나를 설명하고 번역하고, 학생이 다시 입력한 문장을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조금 예민한 이야기지만 가까이 앉아 대화하다 보니 내가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조금 느껴졌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다른 부동산에서 안내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던 사정이 말 문제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그 학생에게 미안했다. 다른 소장님들이 실제로 어떤 이유로 거절했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여러 곳을 다녀왔는데도 방을 구하지 못했고, 이 학생이 지금 혼자 살 곳을 꼭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나는 중개를 계속해보기로 했다. 나는 원래 한 번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편이다. 월세 한 건을 중개하면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 중개보수를 합쳐 보통 30만~40만원 정도가 된다. 계약금도 준비돼 있고 신원과 재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중개를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조건을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번역기와 컴퓨터를 켜고 1시간, 영어에도 반전이 있었다

나는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 그래서 학생이 외국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영어로 말을 걸었다. 솔직히 바로 영어가 나오니 나도 기분이 조금 좋았다. 다른 부동산에서는 번역기로만 얘기했다는데 나는 영어로 방 조건을 물어보고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이 학생이 영어를 못하더라. 그제야 왜 한국말이 안 통하는데도 계속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었는지 알았다. 결국 내가 자신 있게 꺼낸 영어는 몇 마디 만에 끝났고, 다시 번역기를 켰다.

휴대전화 화면만 번갈아 보면 매물을 비교하기가 너무 답답해서 사무실 컴퓨터를 같이 보기로 했다. 내가 매물 사진과 금액을 띄우고, 학생이 원하는 조건을 번역기에 입력하면 내가 다시 설명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거의 한 시간 동안 앉아서 사진부터 추렸다. 방은 마음에 드는데 금액이 안 맞고, 금액이 맞으면 학생이 원하는 조건과 거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언어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는데 계속 보다 보니 더 큰 문제는 예산이었다.

당시 학생들이 많이 찾는 원룸도 보증금 300만~500만원에 월세 35만원 정도는 줘야 했다. 이것도 그 동네에서는 싼 편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월세 30만원이 최대라고 했다. 그보다 올라가면 생활이 힘들다고 했다. 일자리도 구하고 있지만 계속 거절당하고 있다고 하니 몇 만원이 작게 느껴질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산에 맞지 않는 방을 억지로 보여주고 결정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화면에 있는 매물을 하나씩 지워가며 학생이 감수할 수 있는 것과 절대 맞출 수 없는 것을 나눴다.

그때 또 느꼈다. 언어도 문제였지만 그것만 해결된다고 방이 나오는 조건은 아니었다. 예산은 시세보다 낮았고 원하는 조건은 그 금액 안에서 맞추기 어려웠다. 말이 통하는 한국인 학생이 왔어도 금방 찾기 힘든 조건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이 어떤 불편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였다. 나는 번역기를 켜고 그 부분부터 다시 물었다.

200/27만원 반지하, 계약보다 앞으로 살 시간을 생각했다

결국 생각난 방이 하나 있었다. 반지하였고 오랫동안 나가지 않아 집주인이 창고처럼 쓰고 있던 곳이었다. 주차장과 붙어 있어서 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 소리가 들렸고, 무엇보다 곰팡이가 있었다. 싸다고 해서 감추고 계약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나는 학생에게 반지하라는 점과 주차장 소음, 곰팡이 상태를 전부 보여주고 번역기로 다시 설명했다. 학생은 차 소리는 괜찮다고 했지만 곰팡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계속 물었다.

집주인에게도 학생의 사정을 그대로 말했다. 미얀마에서 온 부산의 한 대학교 학생이고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소통은 어렵지만, 신원과 재학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계약금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집주인은 외국인이라는 것은 상관없다고 했다. 원래 창고로 쓰던 방이라 이렇게라도 계약해주는 것이 고맙고,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인지 확인만 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우선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7만원까지 조건을 맞췄다.

그대로 계약서를 쓰면 나는 중개보수를 받고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곰팡이를 설명했다는 것만으로 내 할 일이 다 끝난 것 같지는 않았다. 학생은 계약한 뒤 적어도 1년은 그 방에서 살아야 했다. 학생이 곰팡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계속 물었던 것도 마음에 남았다. 계약 전에 할 수 있는 조치를 조금이라도 해놓는 것이 낫다고 봤다.

나는 집주인에게 도배를 새로 하고 제습기도 한 대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 맞춘 월세는 27만원이었지만, 집주인이 도배와 제습기를 준비하는 조건으로 최종 월세는 29만원이 됐다. 학생에게도 월세가 2만원 올라가는 이유와 집주인이 해주는 일을 다시 번역해 보여줬다. 학생도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도배를 마치고 제습기를 돌려놓으니 처음 봤을 때보다 방이 훨씬 뽀송뽀송하고 쾌적해졌다. 반지하 특성상 곰팡이가 100%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창고로 쓰던 상태 그대로 들어가게 하지는 않았다.

계약하고 끝내면 나는 돈을 벌지만, 이 친구는 그 방에서 1년 또는 그 이상을 살아야 하잖아. 그래서 집주인에게 한 번 더 얘기해 도배와 제습기 조건까지 정했고, 다 하고 나니 방은 나름 쾌적해졌고 학생도 만족했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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