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0만원이 한계였던 유학생과 번역기로 1시간 방을 찾았다

휴대전화 번역기를 사이에 두고 거의 한 시간을 앉아 있었다.

부산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미얀마 출신 유학생이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친구와 같이 살다가 갑자기 혼자 방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생 말로는 이미 여러 부동산을 다녀봤지만 방을 알아보는 과정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도 처음 몇 마디부터 쉽지 않았다.

내가 짧게 이야기하고 번역기를 보여주면 학생이 읽었다.

학생이 다시 자기 말을 입력하면 이번에는 내가 화면을 읽었다.

처음에는 언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시간 가까이 매물을 하나씩 지워가다 보니 진짜 어려운 조건은 따로 있었다.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가 30만원까지였다.

번역기로 1시간 동안 월세방을 찾은 미얀마 유학생 중개 사례를 표현한 반지하 원룸과 제습기, 임대차계약서

영어로도 대화가 잘되지 않아 다시 번역기를 켰다

나는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영어로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영어로도 서로 정확하게 의사소통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다시 휴대전화 번역기를 켰다.

방 하나를 설명하려고 해도 보증금과 월세, 위치, 관리비, 방 상태를 서로 같은 뜻으로 이해했는지 다시 확인해야 했다.

휴대전화 화면만 번갈아 보는 방식으로는 여러 매물을 비교하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사무실 컴퓨터를 같이 보기로 했다.

내가 컴퓨터에 매물 사진과 금액을 띄웠다.

학생은 원하는 조건을 번역기에 입력했다.

사진을 하나씩 보면서 가능한 방과 어려운 방을 나눴다.

그렇게 거의 한 시간을 보냈다.

언어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월세 30만원이었다

당시 그 동네에서 학생들이 많이 찾는 원룸도 보증금 300만원에서 500만원, 월세 35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했다.

그 정도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월세 30만원을 넘으면 생활하기 어렵다고 했다.

몇만원 차이가 작은 상황이 아니었다.

방이 마음에 들면 예산이 맞지 않았다.

금액이 맞으면 위치나 방 상태에서 하나씩 조건이 어긋났다.

처음에는 번역만 제대로 되면 방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매물을 비교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말이 잘 통하는 한국인 학생이 왔더라도 금방 찾기 어려운 예산이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바꿨다.

좋은 조건을 계속 추가하는 대신 어떤 불편까지는 감수할 수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결국 생각난 방은 보증금 200만원짜리 반지하였다

그러다 한 방이 생각났다.

반지하였다.

한동안 임대하지 않고 짐을 두던 방이라 상태가 좋은 편도 아니었다.

주차장과 가까워 차량이 드나드는 소리도 들렸다.

무엇보다 벽 쪽에 곰팡이가 있었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이런 부분을 빼고 보여줄 수는 없었다.

나는 학생에게 반지하라는 점부터 보여줬다.

주차장에서 들리는 소리도 확인하게 했다.

곰팡이가 있는 부분도 직접 보여주고 번역기를 이용해 다시 설명했다.

학생은 차량 소음은 괜찮다고 했다.

대신 곰팡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계속 물었다.

집주인은 외국인보다 재학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집주인에게도 학생의 상황을 설명했다.

부산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이고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소통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재학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계약금도 준비돼 있다고 이야기했다.

집주인은 외국인이라는 점 자체는 상관없다고 했다.

학생인지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방을 오래 비워두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조건을 맞춰보니 우선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7만원까지 가능했다.

금액만 보면 학생이 원했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나는 그대로 계약서를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200에 27만원이면 계약할 수 있었지만 곰팡이가 남았다

나는 이미 곰팡이를 보여줬고 학생도 그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대로 계약한다고 해서 문제를 숨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학생은 계약하고 나면 그 방에서 생활해야 했다.

특히 곰팡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여러 번 물었던 것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한 번 더 부탁했다.

입주 전에 도배를 새로 하고 제습기도 한 대 준비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집주인도 조건을 받아들였다.

대신 처음 이야기했던 월세 27만원에서 2만원을 올려 최종 월세는 29만원으로 정했다.

학생에게도 월세가 왜 2만원 올라가는지 다시 번역해 보여줬다.

집주인이 도배와 제습기를 준비한다는 내용도 함께 설명했다.

학생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도배했다고 곰팡이가 다시 안 생긴다고 말하지 않았다

도배를 새로 하고 제습기도 준비했다.

처음 방을 봤을 때보다는 상태가 나아졌다.

하지만 반지하라는 조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도배를 새로 했다고 앞으로 곰팡이가 절대로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계약을 “곰팡이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기억하지 않는다.

내가 한 일은 입주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를 보여주고, 학생이 특히 걱정한 부분에 대해 집주인과 할 수 있는 조치를 한 번 더 협의한 것까지였다.

다른 부동산들이 왜 계약하지 않았는지는 내가 모른다

처음 학생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여러 부동산을 다녔는데도 왜 방을 구하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을 다시 적으면서 그 이유를 내가 대신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의사소통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을 수도 있다.

월세 30만원이라는 예산 때문에 소개할 수 있는 방이 없었을 수도 있다.

임대인이 외국인 임차인을 원하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동산들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실하지 않은 이유를 만들어 다른 중개사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학생과 한 시간 가까이 번역기를 사용해서 매물을 비교했고, 가장 큰 제약이 예산이었다는 것뿐이다.

번역기가 해결한 것은 언어였고, 방을 찾은 것은 조건 조정이었다

이 계약을 처음 떠올리면 휴대전화 번역기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면 번역기가 방을 구해준 것은 아니었다.

번역기는 서로의 말을 이해하게 해줬다.

실제로 계약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른 작업이 필요했다.

월세 30만원 안에서 가능한 방을 다시 찾아야 했다.

학생이 감수할 수 있는 반지하와 주차장 소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학생이 계속 걱정했던 곰팡이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집주인과 도배와 제습기를 협의했다.

결국 조건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9만원으로 정리됐다.

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외국인 손님이라서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조건을 하나씩 같은 뜻으로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한국말이 서툰 손님이 오면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금액과 조건을 하나씩 화면에 적어 확인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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