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나도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해야지. 그래야 나도 성장하지.
이 말을 하게 만든 손님은 결혼을 앞둔 커플이었다. 부동산 앞에 내가 붙여놓은 세무 상담 무료 가능이라는 문구를 보고 들어왔다. 마침 남자분이 가지고 있는 부산 아파트와도 가까운 곳이었다.
둘이 세무사 상담도 여러 군데 알아봤다고 했다. 상담료가 드는 곳도 있었고, 물어보는 곳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달랐단다. 그러다 그냥 부동산에 들어와서 자기들 부동산 문제를 다 맡기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솔직히 부담됐다. 방 하나 구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집 하나 팔아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둘 다 다주택자인데 이제 결혼을 해야 하니, 가지고 있는 집과 세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여자 쪽 세 부동산, 남자 쪽 두 부동산부터 펼쳐봤다
여자분은 부산에 시세 5억원 정도 되는 본인 명의 아파트가 하나 있었다. 여기에 시세 4억원 정도의 상속받은 아파트가 하나 더 있었고, 월세가 나오는 원룸 건물도 가지고 있었다.
남자분도 부산에 시세 5억원 정도의 아파트가 있었다. 경남 함안에는 시세 2억원 정도의 시골주택도 하나 있었다. 당장 들어가 살려고 산 집이 아니라 나중에 별장처럼 쓰려고 가지고 있던 집이었다.
내가 처음 느낀 건 집 숫자만 세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상속받은 아파트가 있고, 임대수익을 내는 원룸 건물이 있고, 시골주택까지 섞여 있었다. 여기에 혼인신고까지 들어가니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다주택자 세금 사례 하나를 그대로 가져다 적용할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원룸 건물은 더 그랬다. 우리는 현장에서 그냥 원룸 건물 한 채라고 말하지만 세금에서는 건축물대장상 다가구인지 다세대인지, 등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다가구주택의 경우에도 세법에서는 구획된 부분을 각각 주택으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건물 전체를 하나의 매매단위로 양도하는 경우 전체를 하나의 주택으로 보는 별도 규정이 있다.
그때부터 나도 평소 연계해서 일하던 세무사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원룸은 월급인데 왜 파냐
두 사람이 처음부터 모든 집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면 어차피 같이 살 테니 각자 가지고 있는 부산 아파트도 언젠가는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자분의 상속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있었고, 남자분의 함안 시골집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원룸 건물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월급 나오는 걸 왜 파냐.
세금만 놓고 무조건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판단을 내가 대신할 수도 없다.
다만 매달 임대료가 들어오는 부동산을 단순히 주택 수를 줄이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먼저 처분하는 게 맞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나는 그 얘기를 여자분에게 그대로 했다. 원룸에서 지금도 임대수익이 나오는데 굳이 이것부터 처분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여자분도 그 부분에는 동의했다.
결국 원룸 건물은 가지고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때 내가 생각한 건 이것이었다. 다주택자 상담에서는 몇 채를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왜 그 집을 가지고 있느냐도 같이 봐야 한다.
똑같이 한 채라도 월세를 만드는 집과, 나중에 별장으로 쓰려고 가지고 있는 집과, 상속으로 갑자기 생긴 집은 그 사람에게 의미가 전부 달랐다.
상속 아파트는 급매로 팔았고 시골집은 안 팔렸다
여자분은 결국 상속받은 아파트를 먼저 정리했다.
전세가 들어가 있던 부산 아파트였는데 급매로 내놨고 처분했다. 당시 세무사와 법무사까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방향을 검토했고, 결과적으로 이 집부터 정리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지금 다시 세법을 확인해봐도 상속받은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없는 집처럼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속주택에는 별도의 특례가 있지만 피상속인이 상속 당시 어떤 주택을 가지고 있었는지, 상속인이 기존에 어떤 주택을 가지고 있었는지, 공동상속인지 등 조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상속주택이라는 말만 듣고 바로 주택 수를 단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남자분의 함안 시골집은 팔려고 내놨는데 안 팔렸다.
여기에도 내가 새로 알게 된 게 있었다. 시골에 있는 집이라고 해서 세금에서 자동으로 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농어촌주택 관련 특례도 지역과 취득 경위 등 별도의 요건을 따진다.
그런데 이 손님의 시골집은 세법보다 시장이 먼저 답을 줬다.
안 팔렸다.
계속 내놓아도 안 팔리니 결국 그 집은 안고 가기로 했다. 애초에 나중에 별장으로 쓰겠다는 생각도 있었으니 굳이 가격을 크게 낮춰서 처분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판단도 있었다.
그리고 그 집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집을 다 팔고 혼인신고를 해야 하나
상담하면서 나까지 미궁으로 들어갔던 질문이 혼인신고였다.
두 사람은 집을 어느 정도 정리한 다음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지, 그냥 결혼하고 신고해도 되는지, 신고를 조금 미루는 것이 나은지 계속 물어봤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그때도 혼인신고를 계속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나도 여기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세무사에게 다시 물어보고 법무사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법령을 다시 들여다봐도 이 커플에게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혼인 2주택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있다.
2026년 현재는 1주택을 가진 사람과 1주택을 가진 사람이 혼인하면서 1세대2주택이 된 일정한 경우, 혼인일부터 10년 이내 먼저 양도하는 주택에 1세대1주택 특례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커플은 애초에 단순한 1주택자와 1주택자의 결혼이 아니었다. 상속주택과 원룸 건물, 시골주택까지 이미 섞여 있었다.
더구나 이 혼인 특례 기간도 지금과 우리가 처음 상담하던 당시가 같지 않다. 과거 5년이었던 기간이 2024년 개정으로 10년으로 늘어났다.
세금 상담은 한 번 받아놓은 정답을 평생 들고 가는 일이 아니었다. 이 부부를 3년 동안 지켜보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현재 관련 규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도 생겼고 결국 혼인신고를 했다
처음에는 혼인신고를 미뤘다.
상속아파트를 먼저 처분했고, 함안 시골집은 팔리지 않아 가지고 갔다. 원룸 건물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나머지 부동산도 당장 무리해서 모두 처분하지 않고 정책을 보면서 판단하기로 했다.
그러다 아이가 생겼다.
결국 혼인신고도 했다.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는 혼인신고를 언제 해야 하느냐가 그렇게 큰 문제였는데, 사람 사는 게 세금표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세워놓은 계획도 계속 바뀌었다.
세금 제도도 같이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양도세나 보유세 관련 정책이 바뀌거나 이 부부에게 해당될 만한 내용이 나오면 자료를 뽑아서 PDF로 전달해준다.
벌써 3년째다.
그 집안에서 정말 뭔가 하나를 팔아야 할 시점이 오면, 그때 다시 현재 보유상황을 펼쳐놓고 세무사와 계산하기로 했다.
세금은 세무사한테 가세요, 그 말만 언제까지 할 건가
이 손님을 만나기 전에도 나는 대출 문제가 나오면 은행을 연결했고, 등기나 관련 서류가 필요하면 법무사와 연계해서 일을 했다.
그런데 세금 얘기만 나오면 중개사가 할 수 있는 말이 늘 비슷했다.
세무사한테 가보세요.
물론 세금을 최종 판단하고 세액을 계산하는 건 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 선은 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선을 넘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
상속으로 받은 집인지, 직접 산 집인지, 원룸 건물은 건축물대장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집에서 임대수익이 나오는지, 어떤 집을 실제로 팔고 싶은지, 혼인 시점은 언제인지 정도는 내가 먼저 정리해줄 수 있다.
그걸 정리해서 세무사에게 넘기면 질문부터 달라진다.
대출은 은행을 연결해주고 등기는 법무사를 연결해주면서, 세금만 모른다고 손님을 문밖으로 보낼 이유는 없었다.
그 커플을 만난 지도 벌써 3년 정도 됐다.
상속아파트는 없어졌고 아이가 생겨 혼인신고도 했다. 원룸에서는 아직 월세가 나오고, 함안 시골집은 여전히 안 팔렸다.
나는 지금도 양도세나 보유세 관련해서 이 부부에게 해당될 만한 내용이 나오면 자료를 보내준다.
뭔가 하나를 진짜 팔아야 할 때가 오면 그때 다시 세무사와 숫자를 맞춰보기로 했다.
세금은 그 사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 함안 시골집은 아직 그대로다. 그래서 이 부부의 상담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