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카페에서 다들 서울로 가야 한다잖아.”
와이프의 말을 듣고 내가 물었다. 거기 사람들이 시골로 가라고 하면 시골로 갈 거냐고. 와이프는 서울과 시골을 왜 그렇게 비교하느냐며 바로 뭐라고 했다.
나도 서울이 좋은 건 인정한다. 한국에서 서울이고, 서울에서도 중심지역이라면 나도 가고 싶다. 실제로 우리가 알아본 곳은 용산구였고, 당시 보고 있던 집은 18억원에서 20억원 정도였다.
나는 부산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소장이다. 남의 계약에서는 중개수수료를 받는 사람이지만, 막상 내가 20억원짜리 집을 사려고 하니 제일 먼저 중개수수료부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산 20억 집, 중개수수료부터 계산했다
용산에서 18억원에서 2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생각하니 집값 차액만 볼 일이 아니었다. 취득세와 이사비 같은 비용도 있었지만, 당장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중개수수료였다.
서울시 주택 중개보수 기준으로 15억원 이상 매매는 상한요율이 0.7%다. 20억원에 상한요율을 적용하면 1,400만원이고, 부가세가 별도로 붙는 경우에는 1,500만원을 넘길 수 있다.
중개보수는 상한요율 안에서 협의하는 금액이라 언제나 1,500만원을 그대로 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머릿속으로 1,500만원 안팎을 잡았다. 내가 부산에서 부동산을 하는데 서울 집을 산다고 그 돈을 그대로 다 내자니 솔직히 아까웠다.
내가 당시 머릿속으로 한 계산
서울 집을 사기 전에, 송파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보자.
그 친구는 대학교 동기다. 용산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것은 아니고 송파구에서 사무소를 운영한다. 그래도 내가 용산 매물을 찾으면 친구가 손님 쪽 중개사로 들어와 매물을 가진 부동산과 공동중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친구가 알아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 쪽 집을 보고 있는데 말이야,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왜 전화했는지 끝까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친구는 내가 무엇을 부탁하려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전화를 끊고 내가 든 생각
뭐야, 무당인 줄 알았네. 내가 말도 다 안 했는데 어떻게 바로 알아들었지.
역시 부동산을 하는 친구라 이런 쪽 센스가 빨랐다. 내가 용산에서 집을 알아보면 친구가 손님 쪽에서 같이 진행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다른 말을 길게 하지 않고 그냥 고맙다고 했다.
친구가 들어온다고 해서 중개수수료가 무조건 0원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계약이 정해지면 매물을 가진 용산 부동산과 친구가 어떻게 공동중개를 할지, 내가 낼 수수료는 어떻게 협의할지를 그때 정해야 했다.
그래도 나한테는 큰 도움이었다. 용산에서 처음 만나는 부동산 한 곳에 모든 내용을 맡기는 것보다 내가 잘 아는 친구가 내 쪽에서 같이 확인해준다는 의미도 있었다. 수수료도 아끼고 계약도 조금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친구에게 준 수수료는 0원, 계약을 못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수수료를 얼마 줬느냐고 물으면 답은 0원이다. 친구가 무료로 중개해줘서가 아니다. 계약 자체를 하지 못했다.
서울 집을 사려면 부산에 있는 기존 집이 먼저 팔려야 했다. 지금 집은 해운대에 있고 17억원에 내놨다. 오래 살았고 공동명의라 세금까지 계산해봤지만, 결국 매수인이 나타나 계약이 돼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다.
1단계
해운대 집 17억원에 매도
2단계
송파구 친구와 용산 공동중개
3단계
용산 18억~20억원 집 매수
계획은 세 단계였는데 1단계에서 멈췄다. 부산 집이 팔리지 않으니 친구와 용산 공동중개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계약이 없으니 수수료를 협의할 일도 생기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내가 보던 용산 매물의 호가는 2억원에서 3억원 정도 높아졌다. 호가가 올랐다고 실제 계약가격까지 똑같이 올랐다는 뜻은 아니다. 나도 부동산을 하는 사람이니 매도인이 부르는 가격과 실제 체결가격이 다르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부산 집은 그대로인데 서울에서 보이는 숫자만 위로 올라가니 다시 들어갈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았다. 현재 나는 서울 이사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와이프는 아직 추진 중이고 친구는 내가 다시 부탁하면 같이 진행해줄 준비가 돼 있다.
수수료를 아끼려던 전화가 대출 걱정으로 끝났다
처음에는 중개수수료 1,500만원을 아끼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집이 안 팔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수료보다 더 큰 문제가 보였다. 부산 집을 판 돈으로 부족한 차액은 대출로 채우면 되지만, 그 원금과 이자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맞벌이 중 한 사람이라도 몇 달 동안 수입이 끊기면 어떻게 하나. 내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이 번다는 보장도 없고 와이프의 수입도 언제나 똑같을 수는 없다. 서울 집을 샀다는 만족감보다 매달 갚아야 할 돈이 먼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맞벌이 중 한 명의 수입이 끊기는 순간 경매부터 떠오르는 금액이라면, 나는 못 간다.
서울이 좋은 건 여전히 인정한다. 하지만 한 번 잘못 들어갔을 때 내 인생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면 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친구는 내 중개수수료를 줄여줄 수 있었지만, 내가 무서워한 대출까지 줄여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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