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내가 중개사무소를 운영할 때는 중개보수가 내 수입이었다.
그런데 내가 서울에서 20억원 가까운 집을 사려고 하니까 같은 돈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당시 와이프가 서울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알아본 지역은 용산구였고 보고 있던 집은 대략 18억원에서 20억원 정도였다.
집값도 집값인데 계약을 생각하니까 집값 밖으로 나가는 돈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취득할 때 드는 세금도 있었고 중개보수도 있었다.
나는 부산에서 매일 계약서를 쓰는 공인중개사인데 막상 내가 매수인이 되니까 생각이 하나 먼저 들었다.
중개보수라도 조금 아낄 방법이 없을까.
20억원짜리 집에서는 중개보수 숫자부터 달라졌다
부산에서 원룸 월세를 중개할 때 받는 중개보수와 서울 20억원짜리 주택을 살 때 내야 하는 중개보수는 당연히 크기가 달랐다.
2026년 현재 서울시 주택 중개보수 기준을 다시 확인하면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의 상한요율은 0.7%다.
20억원에 상한요율을 단순 적용하면 한쪽 중개의뢰인이 부담할 수 있는 중개보수 상한은 1,400만원이다.
다만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상한이다.
실제 중개보수는 상한 범위 안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가 협의해서 정한다.
그때도 내가 생각한 건 똑같았다.
집값이 20억원에 가까워지니까 몇백만원 차이도 그냥 지나칠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침 서울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 친구 중에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었다.
다만 용산구에서 영업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송파구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동중개였다.
용산구 매물은 그 지역 부동산이 가지고 있더라도 내 친구가 매수인 쪽에서 함께 중개에 참여할 수 있다면, 친구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면서 중개보수도 조금 협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용산 쪽 부동산과 공동중개를 한번 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내가 매수할 집을 친구가 직접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지역 부동산이 가진 매물과 내가 연결될 때 친구가 매수인 쪽 중개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 것이다.
중개사인 내가 매수인이 되니까 복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 부분이 지금도 재미있다.
내 사무실에서 손님 계약을 진행할 때는 중개보수가 단순히 방 하나 보여주고 계약서 한 장 써준 값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매물을 구하고, 조건을 맞추고,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잔금까지 챙기는 과정이 있다.
공동중개라면 다른 중개사와 연락하고 조건을 맞추는 일도 생긴다.
나도 그 일을 해서 돈을 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20억원 가까운 집을 사는 사람이 되니 그런 생각과 별개로 1천만원이 넘는 숫자가 크게 보였다.
“나는 중개사니까 이 돈이 왜 나오는지 안다”와 “그래도 내가 낼 돈이면 아깝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직업이 중개사라고 해서 매수인이 됐을 때의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친구가 공동중개하면 중개보수가 자동으로 반값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험을 다시 쓰면서 한 가지는 정확하게 구분하고 싶다.
공동중개에 친구가 들어온다고 해서 법에서 정한 공식에 따라 내 중개보수가 자동으로 절반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주택 중개보수는 정해진 상한 안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가 협의해서 결정한다.
그리고 여러 중개사가 하나의 거래에 참여했을 때 그 중개보수를 중개사들끼리 어떻게 정산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나는 부산에서 소장 세 명이 한 주택의 공동중개에 참여해 전체 보수의 배분방법을 계약 전에 따로 합의했던 경험도 있다.
그 계약에서는 세 사람이 3분의 1씩 나누기로 했다가 계약이 끝난 뒤 한 소장이 자기 몫에서 다시 30만원씩 나눠줬다.
그러니까 내가 서울에서 친구에게 부탁했던 것도 “친구를 넣으면 법적으로 복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 아니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중개사가 매수인 쪽 과정에 참여한다면 보수도 포함해서 여러 조건을 조금 더 편하게 협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부산 중개사가 용산 매물을 직접 잡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부산에서 중개를 하고 있었다.
친구는 송파구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리가 보던 집은 용산구에 있었다.
이 세 지역을 놓고 보면 각자 가진 현장정보가 같을 수가 없다.
특히 18억에서 20억원짜리 집이라면 단순히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몇 장만 보고 거래할 생각은 없었다.
매물을 실제로 관리하고 있는 현지 중개사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한 것도 용산 중개사를 빼고 우리가 둘이서 거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용산에서 매물을 가진 중개사와 내 친구가 함께 중개하는 구조를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부산에서 공동중개를 할 때도 비슷했다.
한쪽에는 손님이 있고 다른 쪽에는 매물이 있으면 두 부동산이 같이 계약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내가 매수인이 되고 나서 그 구조를 반대로 이용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중개할 때와 내가 중개보수를 낼 때는 달랐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손님들이 중개보수를 두고 왜 그렇게 오래 협상하는지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한 일이 보인다.
손님이 오기 전부터 매물을 찾았고 현장을 확인했고 다른 부동산과 연락했고 계약 과정에서 생긴 문제도 처리한다.
그런데 손님에게 마지막에 보이는 것은 숫자다.
특히 집값이 올라가면 그 숫자도 커진다.
20억원짜리 주택이라면 현재 서울 기준 상한요율을 적용한 중개보수가 한쪽에서 최대 1,400만원까지 나온다.
내가 그 돈을 받는 중개사였을 때와 직접 지급해야 하는 매수인이 됐을 때 체감은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이후에는 손님이 중개보수를 물어본다고 해서 무조건 “복비부터 깎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나도 내가 낼 차례가 되니까 제일 먼저 그 돈부터 계산했기 때문이다.
취득비용 1억원이라는 숫자는 지금 다시 단정하지 않는다
당시 나는 18억원에서 20억원 정도 되는 서울 집을 보면서 취득세와 중개보수, 그 밖의 비용까지 생각하면 집값 외에 들어가는 돈을 꽤 크게 잡고 있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서는 7천만원, 8천만원을 넘어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1억원 정도도 생각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에서 특정 집의 취득세를 다시 계산해서 “무조건 1억원이 든다”고 쓰지는 않겠다.
취득세는 보유주택 수와 취득 시점, 주택의 소재지와 당시 제도 등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내 판단을 바꾼 것은 정확히 1억원이었느냐가 아니다.
20억원짜리 집에서는 매매가격만 준비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 경험에서 남은 건 복비 절약법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서울 고가주택 복비 아끼는 방법”으로 만들 수도 있다.
친구 중개사를 찾아라, 공동중개를 해라, 수수료를 협상하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친구가 있다고 모든 거래에서 보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공동중개 자체가 할인제도도 아니다.
내가 실제로 겪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부산에서는 매일 중개보수를 받던 내가 서울에서는 직접 중개보수를 내야 하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20억원 가까운 집을 앞에 두자 중개사인 나조차 제일 먼저 복비를 줄일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송파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용산구 중개사와 공동중개를 부탁해볼 수 있겠느냐고.
손님이 복비를 아까워하는 마음을 내가 가장 잘 이해하게 된 순간은, 내가 손님이 됐을 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