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오피스텔의 비밀 정원, 소방법 위반 통보에 매수를 멈췄다

비밀의 정원이었다. 2023년 여름, 해운대에서 10억원 안팎의 집을 찾던 손님과 꼭대기층 오피스텔을 보러 갔다. 집주인이 따로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자 약 20평은 되어 보이는 정원이 펼쳐졌다. 집주인은 몇 년 동안 자기 집 테라스처럼 사용했다고 말했다. 나도 그 집이 탐났고 손님은 계약금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계약 직전 확인한 소방법 위반 원상복구 통보가 매수를 멈춰 세웠다.

10억 오피스텔 공용 테라스 비밀 정원과 원상복구 문제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주인뿐이었다

오피스텔 내부만 봤을 때도 괜찮은 꼭대기층 집이었다. 그런데 집주인이 문 하나를 열자 집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높은 층이라 외부에서는 이런 공간이 붙어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다.

테라스에는 이미 정원 공사가 되어 있었다. 크기는 약 20평 정도로 느껴졌고, 해당 호실에서 바로 연결돼 있었다. 구조만 보면 누구나 이 집에 딸린 전용 테라스라고 생각할 만했다.

집주인은 몇 년 동안 자신만 사용했다고 했다. 출입문 열쇠도 자기만 가지고 있고 다른 호실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혼자 사용했으니 자기 공간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 설명을 의심하지 못했다. 집과 바로 붙어 있었고 집주인이 직접 돈을 들여 정원처럼 꾸며 놓았다. 나도 그 집이 탐날 정도였는데 손님은 오죽했겠나. 다른 매물을 볼 때와는 반응부터 달랐다.

주상복합을 보러 온 손님이 오피스텔에서 멈췄다

손님이 원래 찾던 집은 주상복합이었다. 약 10억원의 예산에 맞는 매물을 몇 개 더 보고 싶다고 해서 선택지를 넓히던 중 이 오피스텔도 함께 보여주게 됐다.

오피스텔 매수는 손님의 계획에 없었다. 그런데 여러 매물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집은 이곳이었다. 꼭대기층이라는 점도 좋았지만 손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문 너머에 숨겨진 정원이었다.

가격은 예산 안에 들어왔고 대출도 가능했다. 손님이 마음만 정하면 계약금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처음부터 오피스텔을 사려고 나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 역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테라스는 오래전부터 정원처럼 사용되고 있었고 집주인은 너무 자연스럽게 자기 집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집주인의 말만 믿었다면 계약금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1층 부동산에서 공용 테라스 분쟁을 들었다

계약을 진행하기 전 오피스텔 1층에 있는 부동산에 들렀다. 같은 건물에서 영업하는 소장에게 인사도 하고, 이 건물에 관해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들어보려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왔다. 꼭대기층에는 세 개의 호실이 있었고, 그중 한 호실에 살던 부부가 특정 집주인이 테라스를 혼자 사용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비밀의 정원이라고 감탄했던 곳은 해당 호실의 전용 테라스가 아니라 공용 테라스라는 이야기였다. 집주인이 열쇠를 가지고 출입을 막은 뒤 공사까지 해서 자기 정원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인해 보니 다른 호실의 문제 제기로 신고가 들어갔고, 해당 테라스는 소방법 위반으로 원상복구 통보까지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집주인은 원상복구하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내가 매물을 보러 갔을 때는 이런 분쟁과 통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나는 집주인에게 직접 물었다. 집주인은 공사비도 들었고 예전부터 자기 집에서만 연결해 사용했으니 자기 테라스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구조상 자기 집 테라스가 아닐 수 없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혼자 사용했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그 집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지는 다른 문제였다. 열쇠를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고 해서 공용부분이 전용부분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손님에게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나도 처음 매물을 봤을 때는 공용 테라스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1층 부동산에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집주인의 설명만 믿고 계약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님은 매수를 접었다. 10억원을 주고 이 집을 사려던 가장 큰 이유가 비밀의 정원이었는데, 매수한 뒤 원상복구해야 한다면 오피스텔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졌다. 다른 입주민과 이미 갈등이 생긴 공간이라는 점도 부담이었다.

약 1,000만원의 예상 수수료보다 계약 중단이 먼저였다

손님에게 공용 테라스 문제를 알리는 순간 이 계약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당시 예상한 중개보수는 한쪽에서 약 500만원이었다.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 중개를 모두 맡는다면 약 1,000만원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

솔직히 수수료가 아깝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손님은 계약금을 넣을 준비가 돼 있었고 집주인은 계속 자기 테라스라고 주장했다. 집주인의 주장을 특약에 적고 계약을 진행하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방법 위반으로 원상복구 통보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 정원을 매물의 장점처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손님이 집을 산 뒤 정원을 철거하고 다른 입주민과 다투기 시작한다면 그 계약은 잔금으로 끝나는 계약이 아니었다.

나는 계약을 중단했다. 중개사에게 계약을 성사시키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계약금을 멈추는 판단도 필요했다.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잘못된 중개로 생긴 문제는 몇 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후 나는 집에 붙어 있는 테라스나 옥상, 창고처럼 유난히 좋아 보이는 공간을 만나면 집주인의 설명만 믿지 않는다. 건축물대장과 관련 도면을 확인하고 관리사무소와 같은 건물의 부동산에도 물어본다. 필요하면 관할 행정기관이나 소방 관련 기관에도 확인한다.

나는 그때 계약을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손님이 사려고 했던 것은 오피스텔만이 아니라 그 비밀의 정원까지였고, 정작 그 공간을 사용할 권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 다시 같은 매물을 만나도 나는 계약금보다 공용부분부터 확인할 것이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