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중개를 세 명이서 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2층 단독주택 매매였고, 매매가는 9억원이었다. 1층에는 월세를 받는 방이 세 개 있었고 2층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집을 팔려는 노부부,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올리려는 내 손님, 그리고 그 사이에 소장 세 명이 붙었다. 손님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한 순간부터 매매가격보다 먼저 소장들 사이의 중개보수를 어떻게 나눌지가 예민해졌다.
공동중개 첫 시도, 수수료 신경전이 시작됐다
내 사무실에 단독주택을 찾는 매수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이 생각한 금액은 8억원 정도였다. 현금과 대출을 같이 운영해서 그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던 매물만으로는 원하는 집을 충분히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손님은 다른 데로 가지 않고 나에게 계속 알아봐 달라고 했다. 내가 설명하는 방식이나 영업 스타일이 자기와 맞았던 것 같다. 나도 이 손님을 놓치고 싶지 않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두 번째 부동산 소장에게 연락했다. 둘이서도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하자 두 번째 소장이 자기가 아는 세 번째 소장까지 연결했다.
세 번째 소장이 가진 매물은 대지 약 60평의 2층 단독주택이었다. 1층에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을 받는 호실이 세 개 있었고 2층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내 손님은 월세 수입보다 대지 평수를 봤다. 기존 집을 밀고 새 건물을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매도 희망가는 9억원이었다. 대지 60평으로 보면 평당 약 1,500만원이었다. 처음 예산보다 1억원이 더 필요했지만 손님은 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사고 싶어 했다. 노부부도 집을 정리하고 깨끗한 작은 아파트로 옮기고 싶어 했다. 매수인은 가격을 더 맞출 준비가 되어 있었고 매도인도 팔 마음이 확실해 보였다.
계약 가능성이 높아지자 두 번째 소장이 중개보수를 어떻게 나누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세 번째 소장은 자기가 혼자 받아온 전속매물이니 매도인에게 받는 중개보수는 전부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직 계약금도 넣기 전인데 소장 세 명의 신경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매도인 쪽 보수를 세 번째 소장이 전부 가져가면 나머지 두 사람은 매수인 쪽 보수만 나눠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의 열쇠는 나, 3분의 1씩 아니면 안 한다고 했다
손님이 이 집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 1억원을 더 마련해서라도 계약할 생각인지는 내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손님은 내 사무실로 왔고 그동안 계속 나와 상담했다. 세 번째 소장에게는 전속매물이 있었고, 나에게는 실제로 살 준비가 된 손님이 있었다. 두 번째 소장은 우리 둘을 이어준 사람이었다.
누구 하나가 빠졌다면 이 계약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매물을 가진 사람의 공이 더 큰지, 손님을 데려온 사람의 공이 더 큰지 따지기 시작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두 번째 소장에게 누구의 역할이 더 큰지를 떠나 전체 중개보수를 3분의 1씩 나누자고 말했다. 그게 억울하다면 나는 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바로 계약금을 넣으라고 서두르지는 않았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협의해보겠다고 말하고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매매 조건을 맞춰보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사이에 소장 세 명의 중개보수 배분을 끝내려는 목적도 있었다.
계약금을 먼저 넣으면 세 번째 소장이 전속매물이라는 이유를 더 강하게 내세울 수 있었다. 반대로 너무 오래 끌면 손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었다. 그래도 계약이 끝난 뒤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는 계약 전에 세 사람이 납득할 기준을 정하는 게 낫다고 봤다. 그래서 내 손님이 기다려주는 며칠 동안 3분의 1이라는 기준부터 확실하게 정하려고 했다.
내가 3분의 1을 주장한 것은 세 사람이 똑같이 많이 일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한 사람은 매물을 잡았고, 한 사람은 매수인을 데려왔고, 한 사람은 두 부동산을 연결했다. 역할은 달라도 이번 계약이 만들어지는 데 세 사람 모두 필요했다. 나는 계약이 성사된 뒤 각자 자기 공을 내세우는 것보다, 계약 전에 단순한 기준 하나를 세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실거래가와 노부부의 반응으로 세 번째 소장 마음을 읽었다
세 번째 소장은 처음에는 자기 전속매물이라는 말을 계속 강조했다. 그사이 두 번째 소장이 중간 역할을 잘했다. 동네 사정과 매도인 쪽 분위기를 빠르게 알아오는 정보통 같은 소장이었다. 노부부 중 할머니가 세 번째 소장에게 계속 찾아가 계약이 어떻게 되어가느냐고 물어본다는 이야기도 전해줬다.
내가 실거래가를 조회하고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합쳐보니, 노부부가 오랫동안 살아온 집으로 보였다. 매물도 쉽게 팔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것은 등기나 당사자의 말로 확인한 사실은 아니고 당시 정황을 보고 한 내 판단이다. 다만 할머니가 계속 진행 상황을 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느껴졌다.
내 손님은 계약금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었고 매도인은 계약이 되느냐고 계속 물었다. 세 번째 소장도 이번 계약이 무산되면 노부부가 다른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전속매물도 거래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실제로 준비된 매수인을 데려온 사람은 나였다.
여기서 두 번째 소장의 역할이 컸다. 나에게는 매도인 쪽 분위기를 알려주고, 세 번째 소장에게는 내 손님이 계약금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서로 직접 맞붙었다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는데 중간에서 말을 정리해주니 협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나는 이때 두 번째 소장이 거의 정보통이라고 느꼈다.
결국 세 번째 소장도 전체 중개보수를 세 명이 3분의 1씩 나누는 데 동의했다. 매물을 가진 소장에게 힘이 있고, 손님의 결정을 아는 소장에게도 힘이 있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정보를 전하고 감정이 틀어지지 않게 한 두 번째 소장의 역할도 분명했다.
약 700만원을 3분의 1씩, 그리고 30만원의 무게
단독주택 매매계약은 결국 성사됐다.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에서 받은 중개보수를 합치면 거의 700만원 정도였다. 세 명이 똑같이 나누니 한 사람당 약 233만원이었다. 처음에 매도인 쪽 보수를 전부 가져가겠다고 했던 세 번째 소장도 같은 기준으로 나눴다.
처음 해본 소장 세 명의 공동중개였고 중간에 신경전도 있었지만, 계약 전에 배분을 정한 덕분에 계약이 끝난 뒤 다시 얼굴을 붉힐 일은 없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소장이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자기는 중간에서 연결한 역할밖에 하지 않았다면서 자기 몫에서 나와 세 번째 소장에게 30만원씩 나눠주겠다고 했다. 약 233만원씩 똑같이 나눈 뒤 자기 몫 60만원을 다시 덜어낸 것이다. 계산하면 두 번째 소장은 약 173만원, 나와 세 번째 소장은 약 263만원씩 받은 셈이었다.
나는 그 30만원을 받고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금액이 커서만은 아니었다. 세 명이 먼저 같은 기준을 인정한 뒤, 두 번째 소장이 자기 판단으로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시한 것이어서 느낌이 달랐다. 처음부터 자기 몫을 적게 받겠다고 했다면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중개보수 때문에 서로 눈치를 봤지만 마지막에는 두 번째 소장의 30만원 때문에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계약 한 건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 다음에도 이 소장과 함께 일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다. 내가 받은 돈은 30만원이었지만 그 돈이 만든 신뢰는 금액만으로 계산하기 어려웠다.
30만원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다음에 또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 들게 했어.
나는 공동중개에서 정확한 배분만큼 중요한 것이 다음에도 전화할 수 있는 관계라고 본다. 결국 공동중개는 한 번의 돈을 나누는 일이면서, 다음 거래를 함께할 사람을 남기는 일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