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만원을 소장 세 명이 똑같이 나누기로 했다.
계산하면 한 사람당 약 233만원이었다.
그런데 계약이 다 끝난 뒤 두 번째 소장이 자기 몫에서 60만원을 다시 꺼냈다.
나에게 30만원, 다른 소장에게도 3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나누기로 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계약 전에는 누가 중개보수를 더 가져갈지를 두고 소장 세 명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다.
9억원 단독주택에 소장 세 명이 붙었다
약 4년 전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중개했던 2층 단독주택이었다.
매매가격은 9억원이었다.
대지는 약 60평 정도였고, 1층에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을 받는 방이 세 개 있었다. 2층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처음 내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은 매수인이었다.
생각하고 있던 예산은 약 8억원이었다. 현금과 대출을 같이 이용하면 그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던 매물만으로는 손님이 원하는 집을 충분히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손님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계속 나에게 집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두 번째 부동산 소장에게 연락했다.
둘이 찾아봐도 마땅한 집이 나오지 않자 그 소장이 자기가 아는 세 번째 소장에게 다시 연락했다.
그 세 번째 소장이 가지고 있던 집이 바로 이 9억원짜리 단독주택이었다.
내 손님은 1층에서 나오는 월세보다 대지 60평을 더 중요하게 봤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예산보다 1억원이 더 필요했지만 손님은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라도 사고 싶다고 했다.
매도인인 노부부도 집을 정리하고 작은 아파트로 옮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계약이 꽤 잘 풀리는 것처럼 보였다.
계약보다 먼저 소장 세 명의 중개보수 문제가 나왔다
집 가격과 조건이 어느 정도 맞아가자 이번에는 소장들 사이에서 돈 이야기가 시작됐다.
세 번째 소장은 본인이 직접 받아 관리하던 매물이라는 이유로 매도인에게 받는 중개보수는 자기가 전부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당시에는 나도 그 매물을 전속처럼 받아온 물건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매도인과 세 번째 소장 사이에 정식 전속중개계약서가 작성됐는지까지 확인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법적인 의미의 전속매물이었다고 단정하지는 않겠다.
세 번째 소장 말대로 매도인 쪽 중개보수를 전부 가져가면 나와 두 번째 소장은 매수인 쪽 중개보수만 나눠야 했다.
나에게는 실제로 계약할 준비가 된 매수인이 있었다.
세 번째 소장에게는 매물이 있었다.
두 번째 소장은 우리 둘을 연결했다.
누구 하나가 빠지면 이 계약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나는 그래서 누가 더 많은 일을 했느냐를 따지는 대신 전체 중개보수를 세 명이 3분의 1씩 나누자고 했다.
그 기준으로 합의가 안 되면 나는 계약을 진행하기 어렵다고도 이야기했다.
손님에게 계약금을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내 손님은 이미 집을 마음에 들어 했다.
처음 생각했던 예산보다 1억원이나 높았지만 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사고 싶어 했다.
계약금도 준비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바로 계약금을 넣으라고 하지 않았다.
조건을 조금 더 협의해보겠다고 하고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매매조건을 맞추는 이유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사이 소장 세 명의 중개보수 배분을 먼저 정리하고 싶었다.
이미 계약금까지 들어간 다음에 우리끼리 돈 이야기를 시작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
세 사람의 역할은 달랐다.
나는 매수인을 데려왔다.
세 번째 소장은 매물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 소장은 두 부동산을 연결했다.
누가 가장 큰 역할을 했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각자 할 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계약에서는 그냥 3분의 1이라는 기준으로 끝내자고 했다.
이 3분의 1은 공동중개를 하면 반드시 이렇게 나눠야 한다는 공식이 아니었다.
그 계약에서 소장 세 명이 사전에 합의한 기준이었다.
중간에 있던 소장이 계약을 계속 이어줬다
처음에는 세 번째 소장도 자기 쪽 매물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째 소장의 역할이 꽤 컸다.
나에게는 매도인 쪽 상황을 알려줬고, 세 번째 소장에게는 내 손님이 실제로 계약금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전달했다.
노부부 중 할머니가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 물어본다는 이야기도 그 소장을 통해 들었다.
내 손님은 계약금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매도인도 거래가 진행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직접 중개보수 이야기만 계속했다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었는데, 두 번째 소장이 중간에서 말을 정리해주면서 협의가 이어졌다.
결국 세 번째 소장도 전체 중개보수를 세 명이 3분의 1씩 나누는 것에 동의했다.
확인·설명서에 적힌 중개보수를 기준으로 정산했다
결국 9억원 단독주택 매매계약은 성사됐다.
세 사무소 모두 공동중개에 참여했고 거래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작성에도 함께 참여했다.
중개보수를 정산할 때는 확인·설명서에 적혀 있던 실제 중개보수 금액을 기준으로 했다.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 중개보수를 정산 기준으로 합치니 약 700만원 정도였다.
세 사람이 3분의 1씩 나누면 한 사람당 약 233만원이었다.
당시 거래가 약 4년 전이었는데, 지금 부산광역시 공식 중개보수 자료로 다시 확인해보니 2022년 2월 16일부터 9억원 이상 12억원 미만 주택 매매의 상한요율은 0.5%였다.
그러니까 이 글에 나오는 약 700만원은 현재 요율로 거꾸로 계산해서 만들어낸 숫자가 아니다.
당시 실제 계약의 확인·설명서에 적혀 있던 중개보수를 놓고 세 사람이 정산했던 금액이다.
233만원씩 나눈 뒤 30만원이 다시 돌아왔다
처음 해본 소장 세 명의 공동중개였다.
중간에 중개보수 문제로 신경전도 있었지만 계약 전에 배분방법을 정해둔 덕분에 계약이 끝난 다음 다시 돈 문제로 얼굴을 붉힐 일은 없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잘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소장이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자기는 두 부동산을 연결한 역할이었으니 자기 몫을 조금 덜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약 233만원씩 똑같이 나눈 뒤였다.
그 소장은 자기 몫에서 60만원을 다시 뺐다.
나에게 30만원을 주고 세 번째 소장에게도 30만원을 줬다.
계산하면 두 번째 소장은 약 173만원, 나와 세 번째 소장은 약 263만원씩 받은 셈이었다.
나는 그 30만원을 받고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돈이 30만원 더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먼저 세 사람이 같은 기준에 합의해서 계약을 끝낸 다음, 그 사람이 자기 판단으로 자기 몫을 다시 덜어냈다는 게 달랐다.
만약 처음부터 두 번째 소장이 적게 받기로 했다면 나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똑같이 정산한 돈을 자기 손으로 다시 꺼내 나눠주니 느낌이 달랐다.
700만원보다 마지막 30만원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는 약 700만원을 어떻게 나눌지가 이 계약에서 제일 예민한 문제였다.
그런데 계약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니 전체 700만원보다 마지막에 받은 30만원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 뒤로 나는 공동중개에서 중개보수를 어떻게 나누느냐만큼 다음 거래 때 다시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고 공동중개는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계약에서는 세 사람이 계약 전에 받아들일 기준을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계약이 끝난 뒤 한 사람은 자기 몫을 스스로 다시 나눴다.
그게 내가 실제로 겪은 이 공동중개의 마지막이었다.
처음에는 약 700만원을 어떻게 나눌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다음 공동중개 때 다시 전화하고 싶게 만든 건 마지막 30만원이었다.
공동중개를 이번에는 내가 매수인 입장에서 고민했던 경험도 있다. 서울 20억 집을 알아보며 송파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에게 공동중개를 부탁했던 과정도 따로 기록해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