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을 치르고 이사까지 마친 날이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이 집은 차량 한 대만 등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손님은 바로 나에게 따졌다.
“월세도 안 깎고 임대인 요구사항도 문제없이 다 받아줬고, 주차 2대도 등록된다고 해서 여기 계약한 건데 너무 황당하네요. 계약서에도 주차 2대 가능이라고 적었잖아요. 책임을 지셔야 할 것 같아요.”
손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임대인이 공실이 생기면 손해라며 빨리 입주해달라고 해서 손님은 날짜까지 맞춰주었다. 그런데 입주하는 날 가장 중요하게 확인했던 조건 하나가 안 된다고 했다. 나도 그 자리에서 “임대인이 된다고 했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할 수는 없었다.
계약서에 썼는데도 주차 2대는 등록되지 않았다
이 집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5만 원짜리 오피스텔이었다. 임대인은 이 건물에 여러 호실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한 호실만 가지고 있었고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 이 오피스텔 관리실이 최근 어떻게 운영되는지까지는 잘 모르는 상태였다.
계약할 때 손님은 차량 2대를 등록해야 한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임대인도 2대가 가능하다고 했고, 나에게 보낸 문자에도 그렇게 남아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임대인이 직접 주차 2대 가능이라는 내용을 특약에 적으라고 했다. 관리실에 확인해봐야 한다는 단서도 없었다. 나는 임대인에게 설명을 들었고 문자로 확답까지 받았으니 그 내용을 계약서에 옮겼다.
그런데 입주 당일 관리사무소의 답은 달랐다. 한 호실당 차량 한 대만 등록할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두 대까지 등록된 적도 있었지만, 단기 숙박 형태의 이용이 늘면서 관리실에서 새 규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계약하기 몇 달 전부터 공지했고 이미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관리실 입장에서는 갑자기 만든 규칙도 아니었고, 이번 손님만 예외로 두 대를 받아줄 수도 없었다.
결국 임대인은 예전 상황만 알고 주차 2대가 된다고 말한 셈이었다. 나는 평소 임대인 측에서 시설이나 주차 조건을 들으면 그 내용을 손님에게 전달한다. 모든 계약마다 관리실에 전화해 임대인의 말까지 다시 확인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번 일을 놓고 보면 임대인이 관리실에 확인했어야 했고, 나도 한 번 더 확인했으면 막을 수 있었다. 그 부분을 손님 앞에서 피할 생각은 없었다.
더 마음에 걸린 것은 손님이 이 집에 들어오기 위해 이미 여러 조건을 맞췄다는 점이었다. 월세를 깎지도 않았고 임대인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빨리 입주했다. 반려동물도 이 집에 데려오지 않고 본가에 두기로 했다. 그렇게까지 하고 잔금과 이사를 끝냈는데, 이제 와서 차 한 대를 다른 곳에 세우라고 하면 주차 한 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손님 입장에서는 계약할 때 들었던 말 전체를 믿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
사건이 터지고 책임 얘기부터 꺼내면 싸움이 된다
이런 일이 생기면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말하기 쉽다. 임대인은 관리실 공지를 몰랐다고 할 수 있고, 나는 임대인이 확답한 내용을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관리실은 몇 달 전부터 공지했으니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각자 자기 말만 하면 차 한 대를 세울 곳은 그대로 없고, 감정만 더 상한다.
나는 손님에게 먼저 이렇게 말했다.
“손님, 우리 이거 잘 한번 풀어가 봅시다. 손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주차 2대가 가능하다고 설명을 들었고 문자로도 2대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관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으면 바로 확인했을 텐데 그런 말도 없었습니다. 특약에도 주차 2대 가능이라고 임대인이 적으라고 했으니, 일단 누가 책임인지 싸우기 전에 해결할 방법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내가 여기서 “저는 임대인 말만 전달했으니 임대인과 이야기하세요”라고 했다면 손님은 더 화가 났을 것이다. 반대로 임대인에게 “특약에 적었으니 무조건 책임지세요”라고 몰아붙이면 임대인도 바로 방어적으로 나왔을 것이다. 사건이 터지고 책임 얘기부터 꺼내다 보면 결국 싸우게 된다. 나는 누구 편을 들어주는 것보다 지금 차 한 대가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지 찾는 것이 먼저라고 봤다.
임대인에게도 아주 부드럽게 사정을 설명했다.
“임대인님, 공실이 하루라도 생기면 손해라고 하셔서 손님이 최대한 빨리 입주 날짜를 맞춰주셨습니다. 특약에도 주차 2대 가능이라고 넣어주셨는데, 손님이 이 부분을 따지기 시작하면 서로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이미 잔금도 치렀고 이사도 끝났습니다. 다시 원상복귀하려 해도 이사비용부터 여러 문제가 너무 복잡해집니다. 이 손님은 여기 들어오려고 반려동물도 본가에 두고 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 부분도 숨기지 않았다.
“관리실 운영은 임대인님이 주차 2대를 말씀하실 때 한 번 확인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저도 더 센스 있게 관리실까지 확인하지 못한 점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무조건 우기지는 않겠습니다. 관리실 규칙을 바꿀 수 없다면 남은 차량 한 대를 세울 다른 방법을 같이 찾아봅시다.”
임대인은 내 말을 듣고 알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누구 책임이 더 큰지를 따지는 대화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주차 자리가 주변에 남아 있는지를 찾기 시작했다.
매매 부동산 소장의 남는 주차 한 대로 풀었다
임대인은 예전에 이 오피스텔을 매매할 때 거래했던 부동산에 연락했다. 그 부동산 소장님은 오피스텔 안에 직접 입주해 영업하고 있었다. 건물 사정도 알고 관리실 등록 방식도 알고 있으니 혹시 방법이 없는지 물어본 것이다.
뜻밖에도 그 소장님은 차가 없었다. 자기 호실에 등록할 수 있는 차량 한 대의 자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소장님이 자기 호실에 등록할 수 있는 차량 한 대를 1년 동안 우리 손님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겠다고 했다. 우리 손님 차량 한 대는 임차한 호실에 등록하고, 나머지 한 대는 그 부동산 호실을 통해 등록하는 방식으로 해결됐다.
관리실 규약을 바꾼 것도 아니고, 안 되는 두 대 등록을 억지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었다. 건물 안에서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한 대의 등록 자리를 찾아 연결한 것이다. 처음부터 예상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임대인이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관리실 사정을 몰랐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지만, 예전에 거래했던 부동산과의 인연이 마지막 한 대를 해결해줬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손님이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잔금도 보냈고 짐도 옮겼는데 자기 차 한 대를 세울 수 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처음에는 계약을 다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생각까지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간중간 임대인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느 쪽에 방법을 묻고 있는지 손님에게 계속 알려줬다. 해결책이 아직 없다는 말보다 아무 연락 없이 미루는 것이 손님에게는 더 찝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차량 등록까지 정리되고 나서 손님이 나에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보통은 나 몰라라 하거나 엄청 찝찝한 상태로 계속 미뤘을 텐데 끝까지 알아봐 주셨네요.”
나는 앞으로 주차 2대라는 말을 들으면 임대인의 기억이나 문자만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차량 대수와 실제 등록 가능 여부를 관리실에 직접 확인하고, 확인한 내용을 특약에 적을 것이다.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는 차량 등록 자리를 찾아 풀었지만, 다음 계약에서는 입주하는 날 이런 해결책을 찾는 일 자체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