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중개 실수 후기, 반려동물 한 마디에 계약금 30만원 날렸다

손님은 당연히 되는 줄 알았고, 주인은 당연히 안 되는 줄 알았다. 반려동물 이야기였다.

서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아무도 그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중개하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한 마디를 짚지 못한 대가로 계약금 30만원이 꼬였고, 결국 내가 떠안았다. 대학가에서 전월세를 중개하며 겪은 내 실수 후기다.


손님·주인·중개사 누구도 반려동물을 말하지 않아 계약금 30만원이 꼬인 전월세 중개 상황을 나타낸 썸네일


대학가 중개, 한 달 20~30건 하면서 배운 것

나는 대학가에서 원룸과 투룸 전월세를 주로 중개한다. 시즌에는 한 달에 20~30건씩 계약이 돌아간다. 방 구조가 비슷하고 조건도 대체로 정형화돼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계약이 손에 익는다. 손님을 방에 안내하고, 조건을 맞추고, 가계약금을 넣고, 계약서를 쓰는 흐름이 거의 몸에 배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손에 익는 것이 함정이었다. 건수가 많아지면 "이건 당연히 이렇겠지" 하고 넘어가는 항목이 생긴다. 손님은 자기 기준에서 당연한 것을 말하지 않고, 주인은 자기 기준에서 당연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중개사가 하나씩 확인하고 맞춰야 하는데, 익숙해질수록 그 확인을 건너뛰게 된다.

반려동물이 딱 그런 항목이었다. 손님은 요즘 원룸에서 강아지 한 마리쯤은 당연히 되는 줄 알았고, 주인은 세입자가 당연히 동물을 안 키우는 줄 알았다. 둘 다 자기 쪽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입 밖으로 꺼낼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 사이에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반려동물 한 마디에 계약금 30만원이 꼬였다

계약은 흔한 순서로 흘러갔다. 손님이 방을 마음에 들어 해서 가계약금을 먼저 넣었고, 정식 계약서는 2주 뒤에 쓰기로 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렇게 미리 방을 잡아두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계약서를 쓰기 전에 터졌다. 손님이 강아지를 키운다는 사실이 뒤늦게 나왔다. 주인은 반려동물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손님은 그 방을 포기하겠다며 가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주인이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 방을 2주 동안 다른 손님에게 안 보여주고 잡아뒀는데, 그 공실 기간의 손해를 이유로 들었다. 손님은 억울해했다.

"반려동물 된다는 얘기를 왜 안 해줬어요. 미리 말해줬으면 여기 계약 안 했죠."

그 말이 나를 정확히 찔렀다. 맞는 말이었다. 반려동물 여부는 내가 계약 전에 짚었어야 할 항목이었다.

솔직히 억울한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나는 평소에 이런 부분을 늘 중간중간 물어보고 확인하는 사람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주인이 그걸 허용하는지는 거의 습관처럼 확인하는 항목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손님도, 주인도, 나도 셋 다 그 한 마디를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2주가 통째로 지나간 것이 지금 생각해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늘 하던 확인이 하필 그 계약에서만 빠졌다.

하지만 억울함과 별개로, 그걸 확인하는 게 중개사의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손님이나 주인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 변명이 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모르니까 안 물은 것이고, 나는 알면서 안 물은 것이니까.

발뺌할 수도 있었지만, 계약금 30만원을 내가 떠안았다

양쪽이 팽팽했다. 손님은 못 돌려받으면 억울하고, 주인은 2주를 비워뒀으니 그냥 돌려주기 아까운 상황이었다. 누구 하나를 몰아붙여서 될 일이 아니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발뺌할 수도 있었다. 손님도 강아지 이야기를 안 꺼냈고 주인도 조건을 명확히 주지 않았으니, 책임을 세 사람이 나눠 지자고 우길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동네에서 나는 계약을 많이 하는 중개사로 통한다. 소문도 제법 났고, 이번 계약의 주인도 그걸 알고 나를 찾아왔다. 그런 내가 내 실수 앞에서 발뺌한다면, 그건 단순히 이번 손님 한 명을 잃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 이 동네에서 하나씩 쌓아온 신뢰를, 내가 어떻게 일해온 사람인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었다. 30만원보다 그게 더 컸다.

그래서 이 건을 내 실수로 정리했다. 손님에게는 가계약금 30만원을 돌려받게 하고 그 부담을 내가 떠안았다. 주인에게는 이번 건을 계약까지 끌고 가기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내 중개보수를 절반만 받는 것으로 양해를 구했다. 주인도 공실 손해를 전부 떠안기보다 중개사가 책임지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게 겨우 매듭지었다.

돈으로 따지면 손해였다. 하지만 이 일이 없었다면 나는 같은 실수를 더 큰 계약에서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곱씹으면서 한 가지 규칙을 얻었다. 사고는 어려운 조항에서 나지 않는다. 서로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서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에서 난다.

그래서 나는 가계약금이 오가기 전에 확인하는 항목을 그 기준으로 다시 짰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양쪽이 각자 당연하다고 믿고 넘어가는 것들이다. 반려동물이 그랬다. 손님은 요즘 당연히 된다고 믿고, 주인은 당연히 안 키운다고 믿는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손님은 당연히 나올 거라 여기고 계약금을 넣는데, 막상 안 나오면 그 돈을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미리 말해두지 않았다. 갱신도 같다. 손님은 당연히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인은 당연히 이번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셋 다 계약할 때는 조용하다가 나중에 터진다.

그래서 나는 이 세 가지를 계약 전에 소리 내어 묻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금을 어떻게 할지, 그리고 계약 뒤 더 살고 싶을 때와 그만 살라고 할 때 양쪽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특히 대출과 갱신은 말로만 정하면 반드시 기억이 엇갈리므로, 계약서 특약으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확인이라고 해서 대단한 게 아니다. "혹시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세요?" 이 한 문장이면 됐다. 그 한 문장을 그날 내가 안 했다.

지금 와서 솔직히 드는 생각은, 그게 30만원이라 다행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가계약금이 백만 원, 몇백만 원이었다면 내가 떠안겠다는 선택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고, 셋이 진짜 얼굴 붉히며 다퉜을 것이다. 같은 실수라도 액수가 커지면 수습이 아니라 분쟁이 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나는 내 오랜 습관 하나가 나를 살렸다는 걸 알았다. 나는 손님 쪽 가계약금을 늘 최대한 적게 넣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계약금을 크게 걸어야 손님 마음이 안 바뀐다고들 하지만, 나는 반대다. 오늘처럼 계약이 틀어졌을 때 손님이 날릴 돈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계약을 굳히는 쪽보다, 잘못됐을 때 손님이 덜 다치는 쪽으로 금액을 잡아왔다.

이번에도 그랬다. 평소 습관대로 가계약금을 적게 넣어둔 덕에, 내 실수의 청구서가 30만원에서 멈췄다. 손님을 위해 지켜온 원칙이, 결국 내 실수의 피해까지 작게 막아준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 30만원을 손해로 기억하지 않는다. 작게 데였을 때 배운 것이 다행이었다.

그 뒤로 나는 계약이 아무리 익숙해 보여도 이 확인만큼은 건너뛰지 않는다. 손에 익었다는 감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그날 알았다. 발뺌하지 않고 떠안은 30만원은, 지나고 보니 이 동네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가장 싸게 치른 수업료였다. 지금도 가계약금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계좌번호보다 수첩을 먼저 편다.

※ 이 글은 실제 중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정보와 일부 상황을 조정해 정리한 것입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며, 가계약금 반환과 계약 조건은 개별 상황과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분쟁은 공인중개사, 법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확인 후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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