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보내기 전, 계약서와 통장에 네 사람의 이름이 남을 뻔했다

토요일 늦은 오후였다.

매수인은 집을 마음에 들어 했다. 다른 손님도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자 매도인은 당일 가계약금을 보내야 집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송금 직전에 이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매수인은 본인 계좌의 이체 한도가 부족하다며 어머니가 대신 보내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어차피 제가 살 집이고 나중에 어머니께 정산하면 됩니다.”

그러자 매도인도 본인 계좌가 아니라 배우자 계좌로 보내달라고 했다.

“제 아내 계좌입니다. 가족 계좌니까 문제없습니다.”

계약서에 들어갈 사람은 매도인과 매수인 두 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계약금은 매수인의 어머니가 매도인의 배우자에게 보내려 했다. 계약서와 금융거래 내역을 함께 보면 한 거래에 네 사람의 이름이 남는 구조였다.

나는 계좌이체부터 멈췄다.

계약금 액수보다 이 돈이 누구의 돈이고, 누구를 대신해 누구에게 지급되는지부터 정해야 했다.

계약서상 매도인·매수인과 실제 계약금 송금자·수령자가 다른 부동산 매매 사례

계약서에는 두 명인데 금융내역에는 네 명이었다

2026년 2월부터 개업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매매거래를 신고할 때는 매매계약서 사본과 계약금 지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도록 신고서식이 바뀌었다.

계약서에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이름이 적힌다. 반면 이체확인증에는 실제 송금자와 수령 계좌 명의자가 나타난다.

부동산 거래신고 관련 시행규칙 확인

가족 명의 계좌를 사용했다고 계약이 곧바로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약 당사자와 실제 송금자·수령자가 다르다면 나중에 설명해야 할 문제가 생긴다.

  • 부모 돈은 증여인지 실제 차용금인지
  • 왜 매수인이 직접 보내지 않았는지
  • 왜 매도인이 아닌 배우자가 받았는지
  • 먼저 보낸 돈이 가계약금인지 정식 계약금의 일부인지
  • 계약이 무산되면 누구에게 반환을 요구할 것인지

나는 이런 차이를 실무적으로 ‘설명 부채’라고 생각한다.

공식 법률용어는 아니다. 계약할 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 신고기관이나 세무사, 거래상대방에게 이름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다.

돈을 보내기 전에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래라면, 돈을 보낸 뒤에는 더 많은 서류가 필요해질 수 있다.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기 전 네 가지를 정했다

복잡한 서류부터 만든 것은 아니었다. 송금 전에 네 가지만 확인했다.

  1. 자금 제공자 — 계약금을 실제로 마련한 사람은 누구인가
  2. 송금자 — 금융거래 내역에 돈을 보낸 사람으로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3. 수령자 — 돈을 받을 계좌는 매도인 본인 명의인가
  4. 지급 목적 — 오늘 보내는 돈은 가계약금인지 정식 계약금의 일부인지

가계약금을 먼저 보낼 때는 목적물, 총매매대금, 보낼 금액, 정식 계약서 작성일과 계약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의 처리 기준도 문자로 맞춰두도록 했다.

계약서를 며칠 뒤에 쓴다고 해서 먼저 보내는 돈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보다 먼저 움직이는 돈이기 때문에 오히려 송금 전에 돈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보내는 가족 돈과 받는 가족 계좌는 확인할 것이 달랐다

매수인의 어머니가 보내는 돈과 매도인의 배우자가 받는 돈은 모두 가족 계좌 문제였다.

그러나 확인할 내용은 달랐다.

보내는 쪽에서는 돈의 성격을 확인하고, 받는 쪽에서는 수령 권한을 확인해야 했다.

부모 자금이 실제로 갚을 돈이라면 금액과 상환계획 등을 사실대로 정리해야 한다. 돌려줄 계획이 없는 지원금이라면 형식만 차용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증여 문제를 세무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부모 돈을 매수인 계좌로 먼저 옮긴 뒤 매수인 명의로 계약금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매수인 계좌를 한 번 거쳤다고 증여가 자동으로 차용금이 되거나 세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배우자 계좌로 받기를 원한다면 매도인이 그 계좌를 직접 지정했다는 사실과, 해당 입금을 자신의 계약금 수령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는 편이 안전하다.

매도인의 요청에 따라 계약금 중 ○원은 매도인의 배우자 ○○○ 명의 계좌로 지급하며, 매도인은 해당 금액을 본 매매계약의 계약금으로 정상 수령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 문구가 모든 계약에 그대로 적용되는 표준특약은 아니다. 실제 소유관계와 지급방식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체 한도 때문에 계약금을 나눠 보낸다면 각 입금의 메모도 맞춰두는 편이 좋다. ‘매매계약금 일부 1차’, ‘매매계약금 잔액’처럼 표시하면 여러 건의 입금이 하나의 계약금으로 연결된다.

계약금은 설명할 수 있을 때 보냈다

이 거래가 멈춘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보낼 돈은 준비돼 있었다. 다만 계약서에는 두 사람이 등장하는데 금융거래 내역에는 다른 가족 두 사람이 추가되려 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뒤 금융증빙을 억지로 맞추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였다.

부모 돈의 성격을 정하고, 매도인의 배우자 계좌 사용을 서면으로 남기고, 먼저 보내는 돈의 목적과 처리 기준을 맞춘 뒤에야 계좌번호를 전달했다.

임대차에서도 계약자와 실제 송금인의 이름이 달라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전에 다룬 대학생 원룸 보증금을 부모 이름으로 보냈다가 집주인이 바뀌면서 생긴 일도 같은 이름 차이에서 시작됐다.

계약금은 돈이 준비됐다고 바로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계약서와 금융거래 내역에 다른 이름이 남더라도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보내는 돈이었다.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정해야 할 것은 계약금 액수만이 아니다.

누구의 돈을 누구의 계약금으로 누구에게 지급하는지, 그리고 나중에도 그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먼저였다.

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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