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을 하다 보면 명절이든 모임이든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꼭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서울에 집 하나 사둬도 괜찮겠냐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여력이 되면 사두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솔직하게 말립니다. 갭투자는 이미 막혔고 대출도 팍 줄었습니다. 현금이 두둑한 분이 아니라면 지금 서울로 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버겁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규제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지금 사려는 사람을 말리는 수준을 넘어서 이미 사둔 사람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입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그 대상 안에 제 지인이 있고 저 자신도 하마터면 들어갈 뻔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남의 이야기를 옮겨 적는 글이 아닙니다.
집 한 채가 어쩌다 규제 대상이 되었나
많은 분들이 여기서 헷갈립니다. 집이 한 채면 실수요자이고 보호받는 쪽이라고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국이 겨냥하는 비거주 1주택자는 조금 다른 자리에 놓인 사람입니다. 규제지역에 아파트를 한 채 사두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 집에 살지 않고 다른 동네에서 전세로 삽니다. 그리고 그 전셋집을 얻으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습니다. 집도 있고 전세대출도 함께 받고 있는 셈입니다.
당국의 시선은 바로 여기에 꽂혀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집에는 들어가 살지 않으면서 공적 보증이 붙은 전세대출로 다른 곳의 전셋집을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보유한 집은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붙잡아 두고 실거주는 대출을 낀 전세로 해결한다는 그림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전세대출이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맞닿아 있습니다.
실거주냐 비거주냐를 따지는 흐름은 대출에만 있지 않습니다. 세금 쪽에서도 같은 선긋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다룬 글에서 따로 짚어 두었으니 함께 보시면 흐름이 잡힙니다.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규제가 실제로 건드리는 지점
그러면 실제로 무엇이 막히는지 봅니다. 핵심은 전세대출을 떠받치는 보증에 있습니다. 우리가 전세대출을 비교적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 같은 공적 기관이 보증을 서 주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투기성으로 판단되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이 보증을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세대출의 만기 연장을 막거나 신규 전세대출의 보증을 내주지 않거나 보증 비율을 지금의 80퍼센트보다 낮추는 식입니다.
규모를 보면 감이 옵니다. 규제지역에 아파트를 둔 비거주 1주택자의 보증부 전세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으로 대략 4조 9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습니다. 건수로는 3만건가량입니다. 결코 작은 덩어리가 아닙니다.
다만 아직 확정된 규제는 없습니다. 세부 기준은 다음 달 세제개편안과 추가 대출 대책이 나오는 시점에 함께 윤곽이 잡힐 전망입니다. 그리고 지금 기류는 비거주 1주택자를 싸잡아 막기보다 누가 봐도 투기가 분명한 경우만 골라내는 정밀 규제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뚝 떨어진 흐름은 앞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3억원으로 줄어든 이야기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번 전세대출 조이기는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실수요인가 투기인가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할까요. 실제로 이 규제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바로 이 선긋기입니다. 집을 사둔 곳에 살지 못하는 데는 저마다 사정이 있습니다. 아이 학교 때문에 직장이 멀어서 부모님을 모셔야 해서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전세로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국도 이런 실수요 사유는 예외로 인정하는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요와 투기의 경계가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외를 넓게 두면 규제가 헐거워지고 좁게 두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옵니다. 부산에 살면서 서울 규제지역에 집을 사두고 한 번도 올라가 살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인 투기 의심 사례로 거론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 투기를 하려던 것인지 형편상 못 올라간 것인지는 서류 몇 장으로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더 짚자면 규제지역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최근 값이 크게 뛴 곳이라면 규제지역으로 묶이지 않았더라도 이 사정권에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탄처럼 급등한 지역이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이런 급등지가 어떤 규제 그물에 먼저 걸리는지는 동탄 기흥 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다룬 글에서 함께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내 지인 이야기 그리고 나
이론이나 통계보다 사람 이야기가 와닿을 듯합니다. 제 지인 한 분이 규제가 줄줄이 쏟아지기 전에 서울에 집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본인은 부산에서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막차를 탔다며 기뻐한 것이 불과 한두 해 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같이 저에게 연락을 합니다. 뉴스도 여론도 온통 자기를 겨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서울 쪽 부동산에도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부산 센텀시티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고 서울로 옮길 준비를 오래 이어 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찔합니다. 만약 운 좋게 서울에 집을 마련했는데 일터나 아이 양육 때문에 부산에 계속 남아야 한다면 저는 그 즉시 비거주 1주택자가 됩니다. 이 규제가 정면으로 겨냥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도 어쩔 수 없이 관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거주 1주택자는 대부분 본인이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규제를 걱정하기에 앞서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의 권리부터 단단히 지켜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잔금일에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은 잔금일 근저당을 막는 전세 특약을 정리한 글에 담아 두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나
제 솔직한 생각을 덧붙입니다. 투기 수요를 걷어내겠다는 방향 자체는 이해합니다. 다만 부산에 살면서 서울에 집 한 채를 사둔 사람을 전부 투기꾼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실수요를 얼마나 촘촘하게 걸러 내느냐에 이 규제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지금 비거주 1주택 상태에 있는 분이라면 조바심에 서둘러 집을 던지기보다 먼저 자신의 전세대출 만기일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지금 거론되는 방안 가운데 만기 연장을 막는 카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갱신 시점이 규제 시행과 겹치면 그때 목돈이 묶일 수 있으니 만기가 언제인지 미리 짚어 두어야 합니다. 그다음이 사정을 증빙할 자료입니다. 직장 위치와 자녀 학교와 부모 봉양 같은 실거주 필요 사유는 나중에 예외를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서울 진입을 저울질하던 분이라면 세부 기준이 나오는 다음 달까지는 무리한 결정을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부동산에 오래 몸담았다고 해서 이런 국면에서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제 문제 앞에서 관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가 어디를 향하는지 정확히 알고 기다리는 것과 막연히 불안해하며 흔들리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적어도 방향을 알고 있다면 오늘의 선택이 조금은 덜 흔들릴 것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금융 상품의 권유나 중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규제 내용은 아직 논의 단계로 확정 전이며 세부 기준은 향후 정부 발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대출과 거래를 결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금융기관과 공식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