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간에 집을 넘기는 거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래를 준비하던 중 같은 단지에서 유난히 낮은 최근 실거래가 하나가 나타났다.
가족은 반가워했다. 그 가격이 세법상 시가를 판단하는 근거로 인정된다면 가족 간 거래가격도 낮출 수 있고, 예상했던 세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함께 기뻐하기 전에 한 가지부터 물었다.
저 거래가 나중에 취소되거나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좋은 숫자가 나타났다고 바로 믿을 수는 없었다. 부동산은 계약이 끝난 뒤 문제가 드러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가족 간 거래는 몇 년 뒤 자금출처와 시가 산정 근거를 다시 설명해야 할 수도 있다.
앞선 글에서는 부모 자식 간 저가매매에서 양도세 5퍼센트와 증여세 30퍼센트가 왜 다른 기준인지를 정리했다. 이번 글은 그 계산의 출발점이 된 낮은 실거래가를 어떻게 확인했고, 왜 같은 층의 등기까지 전부 떼어봤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낮은 실거래 하나가 가족의 계산을 바꿨다
가족 간 매매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결국 얼마에 거래할 것인가다. 계약서에 적고 싶은 가격을 부모와 자녀가 먼저 정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세법상 시가로 설명할 수 있는 가격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검토할 때는 단순히 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만 보는 것이 아니다. 평가하려는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에 있어야 하고, 전용면적 차이와 공동주택가격 차이도 각각 5퍼센트 이내인지 확인해야 한다. 거래 시점이 평가기간 안에 들어오는지도 봐야 한다.
후보가 여러 개라면 가족에게 가장 유리한 최저가를 마음대로 고르는 방식도 아니다. 평가대상 주택과 공동주택가격 차이가 가장 작은 주택을 우선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실거래는 주변 거래보다 눈에 띄게 낮았다. 정상적으로 성립한 제삼자 간 급매라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계약이 취소됐거나, 신고만 된 채 소유권이전이 끝나지 않았거나, 거래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실거래가 화면에 숫자가 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숫자가 세금 신고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낮을수록 좋아하기 전에 왜 낮은지를 확인해야 했다.
좋은 가능성보다 최악의 경우부터 펼쳐봤다
부동산에서 최악을 생각하는 것은 거래를 겁주거나 깨기 위해서가 아니다. 문제가 될 가능성을 계약 전에 하나씩 지우기 위해서다.
나는 먼저 몇 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계약이 체결돼 실거래 신고까지 됐지만 잔금 전에 취소된 거래일 수 있었다. 실제 거래금액과 신고금액이 다른 거래일 수도 있었다. 가족이나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만들어진 가격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특별한 채무나 권리관계 때문에 일반적인 거래와 비교하기 어려운 집일 수도 있었다.
실제 금액과 신고금액을 다르게 적는 것은 단순한 저가매매를 넘어 다운계약 문제가 된다. 이런 거래의 위험은 부동산 다운계약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오는 이유에서 따로 설명했다. 이번 거래가 그런 경우라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가족 간 매매가격을 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쓸 생각이라면 좋게 해석하기 전에 불리한 가능성부터 점검해야 했다.
부동산 중개사는 세금을 확정하거나 절세를 보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체적인 세액과 신고방법은 세무사가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금은 세무사에게 물어보라는 한마디로 중개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까지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거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계약이 끝까지 이행됐는지, 소유권이전이 됐는지, 주변 거래와 가격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는 현장을 아는 중개사가 먼저 확인해줄 수 있는 영역이다. 세무사가 세법을 적용하려면 그 앞에 놓일 사실관계가 정확해야 한다.
같은 층 같은 평형의 등기를 전부 떼어봤다
실거래 공개자료에는 거래된 동과 층, 면적과 계약일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확한 호실과 소유권이전 여부를 모두 알 수는 없었다.
나는 낮은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같은 층, 같은 평형의 호실을 좁힌 뒤 등기부등본을 전부 열람했다. 어느 호실에서 실제 소유권이전이 일어났는지, 등기원인이 매매로 기록됐는지, 접수 시점이 실거래 신고내용과 맞는지, 거래 전후에 눈에 띄는 권리변동은 없었는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등기만으로 모든 사정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 중개업소에도 당시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가격이 왜 그렇게 낮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한 곳의 말만 믿지 않고 단지의 거래 흐름과 당시 상황을 함께 살폈다.
결과는 다행이었다. 취소된 거래도 아니었고 신고만 남은 거래도 아니었다. 특수관계인끼리 임의로 만든 가격으로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사정은 공개할 수 없지만, 매도인이 일정 안에 처분해야 해 시세보다 낮게 팔 수밖에 없었던 실제 급매였다. 제삼자 간 매매였고 소유권이전까지 정상적으로 완료된 사실도 확인됐다.
그제야 우리는 그 낮은 실거래가를 가족 간 거래의 시가 판단자료로 세무사에게 다시 제시할 수 있었다. 세무사는 유사재산의 요건과 거래 시기, 부모와 자녀의 세금을 최종적으로 검토했다. 가족은 그 검토를 거쳐 거래를 진행했고,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 세 부담을 낮추며 소유권이전까지 마칠 수 있었다.
낮은 실거래가가 나타난 것은 운이었다. 그러나 그 숫자를 실제 거래에 쓸 수 있는 자료로 만든 것은 발품과 확인이었다.
수수료보다 나중에 들을 원망이 먼저 보였다
확인이 끝난 뒤 손님은 여러 번 고맙다고 말했다. 계약부터 서두를 줄 알았는데 혹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먼저 확인해줘서 믿음이 갔다고 했다. 부동산은 어떻게든 계약을 시켜 중개보수를 받으려고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멈춰 세우고 확인해준 것이 고마웠다는 말도 했다.
나는 웃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 계약해서 중개보수를 받았다고 해도, 한참 뒤에 시가가 잘못 적용돼 세금이 더 나왔다며 손님이 나를 찾아오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고. 그때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나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손님은 그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며 웃었다. 나 역시 계약 한 건을 성사시킨 것보다, 거래가 끝난 뒤에도 손님과 마주 앉아 왜 이렇게 진행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았다.
이 글을 쓰면서 가족 간 매매를 준비하는 손님뿐 아니라 막 중개업을 시작한 초보 소장님들도 떠올랐다. 세금 문제를 중개사가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정말 모르는 부분, 사람마다 조건이 달라지는 구체적인 세액과 신고 문제는 세무사 상담을 안내하는 것이 맞다. 나 역시 그렇게 한다. 하지만 세무사에게 넘겨야 할 것과 중개사가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할 필요는 있다.
초보 소장이라면 적어도 다음 사실관계는 확인해볼 수 있다. 실거래 신고가 해제되지 않고 실제 소유권이전으로 이어졌는지, 같은 단지라도 전용면적과 공동주택가격 조건을 충족하는지, 등기부에 특별한 채무나 권리변동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주변 거래보다 유난히 낮거나 높은 이유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다.
정리하면 역할은 이렇게 나뉜다. 중개사는 거래의 존재와 진행상태, 권리관계, 주변 시세와 가격 차이의 이유를 확인한다. 세무사는 그 사실을 토대로 시가 적용 여부와 세액, 신고방법을 판단한다.
세금은 세무사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전문가의 경계를 지키는 말이 될 때도 있다. 다만 확인할 수 있는 사실까지 외면하는 회피 문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거래에서 내가 한 일은 세금을 계산해준 것이 아니었다. 세무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낮은 실거래가가 실제로 성립한 정상 거래인지 끝까지 확인하고, 손님에게 유리한 가능성과 불리한 가능성을 함께 설명한 일이었다.
부동산에서 예방은 계약을 막는 기술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걷어내고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계약 한 건의 수수료는 한 번 받고 끝난다. 그러나 확인하지 않은 위험은 거래가 끝난 뒤 세금과 원망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계약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나중에도 설명할 수 있는 거래를 만드는 쪽을 택했다.
※ 이 글은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매매사례가액을 확인한 과정을 정리한 참고용 정보다. 개별 거래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가와 세액은 거래 시점, 공동주택가격, 면적, 당사자의 주택 수와 과거 증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족 간 계약가격을 정하기 전에 세무사에게 최종 적용 여부와 신고방법을 확인하기 바란다.
확인한 공식 자료
이 글은 아래 법령과 정부기관 공개 자료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