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 10만원으로 퉁쳤더니 병원 직원 6명이 왔다

거의 따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는데.

부산 연산동에 있는 한 병원 의사가 숙소로 쓸 월세방을 구한다며 전화했다. 다방이나 직방에서 매물을 비교해보고 온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내 부동산을 찾았고, 가까운 곳에서 괜찮은 방 몇 개만 보여달라며 나에게 맡기는 느낌이었다. 숙소 비용은 병원에서 지원하고 입주도 급하다고 했다. 예산 때문에 계약이 깨질 것 같지도 않았고 요구 조건도 복잡하지 않았다. 나는 방만 마음에 들면 계약서까지 금방 쓰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을 고른 뒤부터 월세, 관리비, 주차비, 마지막에는 내 중개수수료까지 협상이 하나씩 시작됐다. 그때는 내가 깎아준 6만원이 한 달 뒤 어떤 연락으로 돌아올지 전혀 몰랐다.

병원 직원 숙소 월세 계약서와 중개수수료 10만원 계산기, 추가 계약을 상징하는 열쇠 6개가 놓인 모습

공인중개사 수수료 16만원을 10만원으로 해달라고 했다

의사는 처음부터 예산을 정해서 온 것이 아니라 이 동네 원룸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면 병원 가까운 곳에서도 괜찮은 방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돈은 그렇게 상관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지원해주는 숙소라 예산 때문에 선택지가 크게 좁아지지는 않았다.

손님이 찾는 조건도 복잡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이고, 건물 연식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원룸이면 됐다. 나는 그 조건에 맞는 방 세 곳을 골라 보여줬고, 의사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중 한 곳을 선택했다. 돈 때문에 계약이 깨질 것 같지도 않았고 입주도 일주일 안에 해야 했다. 나는 속으로 좀 좋았다.

그런데 계약 조건을 맞추기 시작하자 의사가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월세는 조금 더 안 되느냐고 했고, 관리비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도 하나씩 따졌다. 자기는 차를 가져오지 않으니 주차장을 쓰지 않는데 그만큼 더 할인해줄 수 없느냐고도 했다. 방을 고를 때보다 방을 고른 뒤 확인하는 조건이 더 많았다.

병원에서 돈을 지원해준다기에 월세 1만원 정도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의사는 자기도 병원장님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도 1만원, 2만원을 깎는구나 싶었다. 솔직히 그 순간에는 역시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느낌도 살짝 받았다. 그래도 손님이 말한 내용에는 임대인에게 전달해볼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임대인에게 의사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병원에서 숙소비를 지원하고 입주도 일주일 안이라 공실을 오래 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주차도 사용하지 않으니 월세를 1만원만이라도 내려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임대인은 흔쾌히 허락했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9만원으로 조건이 정해졌다.

이제 계약서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사가 나에게 수수료는 얼마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하나씩 물어보던 흐름을 보니 수수료도 깎아달라고 할 것 같았다. 역시나 계산상 16만원 정도 나오는 수수료를 그냥 10만원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온 제안

나는 그건 좀 힘들겠다고 했다. 방을 한 군데만 보여준 것도 아니고, 임대인에게 월세까지 깎아달라고 이야기해서 이미 1만원을 낮춰놓은 상태였다. 월세 1만원이면 1년으로 계산했을 때 12만원이다. 손님은 앞으로 낼 돈을 그만큼 줄였는데 내 수수료 6만원까지 다시 줄여달라고 하니 선뜻 알겠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월세 1만원을 1년으로 계산하면 12만원을 아낀 셈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가 말을 꺼냈다. 앞으로 병원 직원들 숙소를 구할 일이 생기면 그냥 전부 소장님한테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번 수수료를 조금만 싸게 해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잠깐 고민했다. 병원 직원이 언제 올지, 숙소를 몇 개나 더 구하게 될지 정해진 것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나온 말로 끝날 수도 있었다. 내가 받을 수수료는 지금 바로 6만원이 줄어드는데, 다음 손님은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직원 숙소를 전부 맡기겠다는 말이 가볍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정식으로 서류를 쓴 것도 아닌데 병원과 작은 협약을 한 느낌이었다. 의사 한 명의 원룸 계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숙소를 구하는 창구를 나에게 맡기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결국 그 가능성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수수료는 16만원을 다 받지 않고 10만원으로 퉁쳤다.

그 자리에서는 내가 잘한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 6만원을 깎아주고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하면 그냥 수수료만 덜 받은 계약이 된다. 반대로 병원에서 직원 한 명만 더 소개해줘도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손님에게 수수료를 이렇게 깎아준 것이 아니었다. 그 의사가 병원 직원 숙소라는 다음 연결을 직접 이야기했기 때문에 한 번 판단해본 것이었다.

한 달도 안 돼서 연락, 추가 6명

그런데 그 의사는 의리가 있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저장된 번호로 연락이 왔다. 조금 있다가 병원 직원 한 명이 갈 테니 방을 좀 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 의사가 계약한 원룸 건물 말고 다른 곳으로 알아봐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수료를 깎기 위해 그 자리에서만 한 말이 아니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한 명 소개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숙소가 필요한 사람이 생길 때마다 다시 연락이 왔다. 내가 광고를 새로 낸 것도 아니고 병원에 찾아가서 영업한 것도 아니었다. 의사 한 명과 계약하면서 나눈 말이 다음 손님을 데려왔고, 그다음 사람에게도 내가 방을 구해주는 흐름이 생겼다.

추가로 모두 6명의 방을 구해줬다. 처음 의사까지 합치면 병원과 연결되어 진행한 계약이 일곱 건이 된 셈이다. 추가로 온 사람들의 조건이 전부 똑같았던 것은 아니다. 바로 입주할 월세방을 찾는 사람도 있었고, 그중 2명은 당시 중기청 대출로 집을 구해줬다. 처음에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39만원짜리 원룸 한 건이었는데 그 전화 한 통이 월세 계약에서 대출이 들어가는 집까지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내가 깎아준 돈은 6만원이었다. 그런데 그 의사가 약속을 지키면서 나는 병원 직원 숙소를 계속 소개받는 부동산이 됐다. 그렇다고 앞으로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손님마다 다 받아줄 생각은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6만원을 깎아준 게 아니라, 그 의사가 진짜로 다음 손님을 보내줬다는 거였다.

추가로 6명을 해줬고, 그중 2명은 중기청 대출로 집을 구해줬다. 그 뒤로 문득 이런 식으로 병원이나 어떤 단체와 연결해서 숙소 중개를 맡는 방법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운영하는 헬스장이나 지인 가게처럼 사람을 계속 채용하는 곳과도 작은 협약부터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한 사람을 계약한 것이 아니라, 한 곳의 거래 창구를 얻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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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노트

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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