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차가 있었단다. 그 방을 결국 계약한 다른 부동산 소장이 나한테 해준 말이다. 나랑 친한 소장이라 편하게 물어봤는데 답이 그거였다. 손님한테 차가 있었다고. 그 한마디를 듣고 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렇게 애를 쓰던 방인데 그 한 줄로 끝나버렸으니까.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하려면 2023년 겨울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공을 들여 광고했고, 손님이 오면 꼭 끼워서 보여주던 방이 있었다. 그런데 일곱 팀을 다 놓쳤다.
차 없는 손님 입장, 중개사인 나는 몰랐다
준신축급 방이었다. 네이버지도를 펼쳐놓고 대학교랑 지하철, 버스 거리를 다 재봤는데 다른 매물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 사진도 예뻤다. 그해 겨울에 일곱 팀 정도가 예약을 하거나 사무실을 찾아왔고, 나는 그 방을 다 보여줬다. 그런데 아무도 계약을 안 했다. 다른 방을 하거나 아예 계약을 안 하고 갔다. 나도 완전 초보 중개사는 아닌데 좀 의아했다.
손님들 말은 다양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진짜 예뻐서 너무 좋았는데 막상 와보니 이렇게 작네요, 하는 얘기가 나왔다. 그 부분은 나도 인정한다. 전용면적으로 한 3평 수준이었으니까. 다른 방보다 1.5평에서 2평 정도 작은 느낌이긴 했다. 그런데 작더라도 채광도 괜찮고 주차장도 있고 깔끔하고 풀옵션이고 다 좋았다.
보증금 500에 월세 40이었다. 신축급이라 그랬다. 임대인이 하도 안 나가니까 나중에는 보증금 300도 가능하다고 했고 월세는 그대로 40으로 해줬다. 주변이랑 금액 차이도 그렇게 안 났다. 학교를 가려면 큰 도로를 횡단보도로 건너야 하긴 했는데, 그거 가지고 계약을 안 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안내하고 나서 계약을 하든,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든, 더 생각해본다고 하든 꼭 물어본다. 원인을 알아야 하니까. 그게 내 업무이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냥 계약 안 하면 말지 하는 건 중개보조원 시절에 하던 앞으로만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중개사는 분석을 정말 잘해야 한다.
그래서 알아냈다. 크기도 하나의 이유는 될 수 있었지만 진짜는 언덕이었다. 거기가 살짝 언덕이다. 나는 너무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언덕에 대한 감각이 아예 없었나 보다. 언덕이라서 걸어서 오르내리는 게 좀 그렇다는 거였다.
그제서야 퍼즐이 맞춰졌다. 네이버지도로 거리를 재본 게 의미가 없었던 거다. 거기에는 언덕이 표시가 안 되니까. 몇 미터, 도보 몇 분. 그 숫자만 보고 다른 매물이랑 조건이 같다고 판단했던 거다.
퍼즐 중에 하나는 이랬다. 한 팀이 지인이랑 같이 왔는데, 내가 손님한테 방 설명을 하는 동안 그 지인이 밖에 한번 갔다 와본다고 했다. 나는 그때 눈치도 못 챘다. 그냥 전화를 받거나 주차장을 확인하는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덕을 확인하고 온 거였다. 중개 도중에는 그냥 확인만 하고, 나중에 사무실에 돌아와서 다른 방을 계약하면서 나한테 알려줬다. 특히 그때가 겨울이라 미끄러지는 것까지 얘기하더라.
단점 먼저 말하니 손님이 '안 보여줘도 돼요'
그날 하루 종일 언덕 언덕 하면서 정말 많이 되뇌었다.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차로만 다니다 보니 차 없는 손님들 입장을 전혀 생각 못 했던 거다.
그래서 그 뒤로는 손님을 안내하기 전에 미리 단점을 말한다. 나도 시간이 소중하고 손님도 시간이 소중하니까. 특히 나이 있으신 손님이나 거동이 불편한 손님한테는 미리 말한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언덕길이에요, 이런 걸 먼저 꺼낸다. 건장한 남자 직장인이나 대학생인 경우에도 말은 해준다. 그러면 보통 상관없어요, 하는 대답이 온다.
그렇게 바꾸고 나서는 그 방이 계약될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 나는 그 방을 계약 못 했다. 왜냐하면 미리 말하니까 손님들이 아, 그러면 거기는 안 보여줘도 돼요, 했거든. 방을 볼 기회조차 안 만들어진 거다.
그리고 내가 세웠던 가설도 틀렸다. 건장한 남자 직장인이든 대학생이든 언덕은 좀 귀찮거나 불편한 부분이었나 보다. 말로는 상관없다고 해도 실제로는 아니었던 거다. 대신에 나한테는 시간을 줄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못 판 매물이 한 달 10건 계약 도움
그런데 그 매물이 사실 좀 고맙다. 왜 그런지 아나.
그 매물은 실제 매물이고, 사진으로도 너무 예쁘다. 그 광고를 보고 연락이 진짜 많이 온다. 나는 허위매물을 올린 것도 아니고, 매물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빠짐없이 적었다. 그리고 상담할 때는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준다. 언덕 얘기까지 다 한다.
보통 대학가 근처에 있으면 하루에 1건 정도는 연락이 온다. 그런데 그 매물을 보고는 2~3일에 한 번씩은 따로 연락이 왔다. 결국 다른 매물을 계약하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그 매물 덕분에 한 달 동안 10건 이상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부동산에서 그 방을 계약했다. 계약한 소장이 나랑 친해서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다. 답이 그거였다. 손님한테 차가 있었다고.
그 말 듣고 아직 고수 중개사로 가려면 멀었구나 싶었다. 나는 지도 위에서 거리를 재고 있었는데 답은 손님한테 차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그래서 지금은 손님을 만나면 방 얘기를 꺼내기 전에 차가 있는지부터 물어본다. 그거 하나로 보여줄 방 목록이 완전히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