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사망 후 상속인 연락두절, 전세보증금 만기 전 대응

전세 만기가 아직 제법 남아 있던 때였다.

지인이 갑자기 연락해 왔다. 어느 날부터 집주인의 아들이라며 앞으로 집과 관련된 문의는 자신에게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족이 대신 연락을 맡을 수도 있으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아들에게 연락했고, 아들도 별다른 문제 없이 답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휴대전화로 부고장이 도착했다.

기존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그 문자로 처음 알았다.

장례가 끝난 뒤 들은 설명으로는 집주인의 배우자와 자녀 세 명이 상속 절차에 들어갔다고 했다.

가족들은 처음에 장남 한 사람에게 집을 넘겨 정리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 중 한 명이 도장을 찍어주지 않으면서 합의가 되지 않았고, 최신 등기부에는 여러 상속인이 공동소유자로 올라와 있었다.

그동안 지인과 연락해 온 사람은 장남이었다.

“전세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고마운 말이었다. 하지만 지인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사람은 한 명인데,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은 사람은 여러 명이 됐기 때문이다.

더 신경 쓰이는 말도 들었다.

“상속인 중 한 명은 지금 연락이 잘 안 됩니다.”

아직 보증금을 못 받은 것도 아니었고 만기가 당장 닥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한마디가 지인의 이사 계획 전체를 흔들었다.

집주인 사망 후 연락되지 않는 상속인 때문에 전세보증금 반환 절차를 준비하는 임차인

부고 문자 뒤 집주인은 한 명에서 여러 명이 됐다

집주인이 사망했다고 기존 전세계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의 소유권과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사람은 기존 임대인의 지위도 이어받게 된다. 다만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상속재산분할과 상속등기 상태에 따라 실제 통지 상대방은 달라질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임차주택의 양수인과 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구조를 두고 있다.

문제는 계약의 효력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계약 종료를 알리고, 만기일에는 누가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것인지가 흐려진 것이 문제였다.

장남이 오래전부터 집 관련 연락을 담당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다른 상속인들의 의사를 모두 대신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남은 실무상 연락창구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상속인들의 정식 위임을 받았는지, 상속재산분할이 끝났는지, 단독 명의로 등기가 정리됐는지는 별개의 확인사항이다.

그렇다고 보증금을 상속인 수에 맞춰 나누어 받아야 한다고 단순하게 볼 수도 없었다.

대법원은 건물의 공유자들이 공동으로 임대했거나 임대인의 지위를 공동으로 승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성질상 불가분채무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는 2021년 이후 대법원이 거듭 확인해 온 법리이며, 대법원 2025년 4월 15일 선고 판결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쉽게 말하면 상속지분만큼 보증금을 잘라 반환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공동임대인이 보증금 전액의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구조라는 취지다.

다만 법적으로 반환책임이 있다는 사실과 약속한 만기일에 실제로 돈이 준비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상속인의 가족 시계와 임차인의 이사 시계는 다르게 갔다

지인은 원래 만기에 맞춰 이사할 생각이었다.

임대인이 사망한 데다 가족 사이의 상속 정리가 매끄럽지 않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계약을 갱신하고 싶은 마음은 더 줄었다.

새집을 구하면 계약금과 잔금일을 정해야 한다. 이사업체를 예약하고 대출과 전입신고 일정도 맞춰야 한다.

하지만 기존 전세보증금이 약속한 날짜에 나오지 않으면 그 일정들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었다.

지인이 계약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월세를 밀린 것도 아니었다. 임대인의 사망과 상속인들의 분쟁도 지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내 이사 일정이 저절로 보호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임대인 사망 뒤 동시에 움직인 세 개의 시계

상속인의 가족 시계
누가 집을 받을지, 한 사람에게 몰아줄지, 연락되지 않는 가족과 어떻게 합의할지를 정하는 시간이다. 임차인이 통제할 수 없다.

계약의 시계
임대차 만기일과 갱신거절 통지,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날짜다. 임차인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돈의 시계
기존 보증금을 받는 날과 새집 계약금·잔금일, 이사 날짜다. 상속인들의 합의가 늦어진다고 자동으로 미뤄지지 않는다.

나는 최신 등기부등본부터 다시 확인했다.

기존 집주인이 살아 있을 때부터 장남과 주고받은 문자, 아들이 집 관련 연락을 맡겠다고 한 시점, 부고장을 받은 날, 장남이 전세금을 책임지겠다고 한 말과 연락되지 않는 상속인이 있다는 내용도 날짜 순서대로 정리했다.

나 역시 임대인이 사망하고 공동상속인 한 명이 연락되지 않는 사건을 자주 다뤄본 것은 아니었다.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아는 척하며 단정할 일이 아니었다.

등기와 문자 기록을 들고 평소 협력하던 법무사에게 현재 단계에서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직 소송이 시작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까지 진행하지는 않았다. 우선 법무사를 통해 등기와 통지 절차를 확인하고, 실제 소송이 필요해지면 변호사의 검토를 받기로 했다.

“걱정 마세요”를 날짜와 자금계획으로 바꿨다

당시 법무사 자문을 통해 정리한 핵심은 상속인 가족의 합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임차인은 자신의 만기일을 기준으로 계약 종료 의사와 보증금 반환 요구를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알리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임대인이 사망한 사건에서는 누구에게 통지를 보내야 하는지부터 복잡해질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안내는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인을 파악하고, 통지 시점을 기준으로 유효한 상속인들에게 갱신거절 또는 해지 의사를 담은 배달증명부 내용증명을 보내도록 설명한다.

상속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연락되지 않는 경우에는 보증금 반환소송, 의사표시 공시송달,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등 법원 절차를 검토하도록 안내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전세지킴보증 안내

보증기관별 절차와 요구서류는 다를 수 있으므로 보증에 가입했다면 자신의 가입기관에도 임대인 사망 사실을 미리 알리고 확인해야 한다.

실제 사건에서도 확인된 상속관계와 주소를 기준으로 법무사에게 안내받은 통지와 내용증명 절차를 진행했다.

그 전에 장남이 했던 말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시 바꿨다.

장남에게 들은 말 임차인이 다시 확인한 내용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른 공동상속인의 위임을 받았는지
전세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반환 날짜·금액·실제 송금자가 누구인지
한 명과 연락이 안 됩니다 그 사람의 협조가 매각이나 대출 등 자금 마련에 필요한지
가족끼리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족 정리와 별개로 만기일에 지킬 반환계획이 있는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언제까지 기다리고 다음 절차로 넘어갈 것인지

“걱정하지 마세요”는 불안한 감정에 대한 답이었다. 날짜와 금액, 송금자와 자금 출처는 이사 일정에 대한 답이었다.

특히 중요한 질문은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가였다.

장남 개인의 자금으로 전액을 지급할 수 있는지, 집을 매각하거나 공동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새 임차인의 보증금에 의존하는지에 따라 연락되지 않는 상속인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속인의 도장이 필요한 자금계획이라면 “제가 처리하겠다”는 말만으로 반환 준비가 끝났다고 보기 어려웠다.

비슷한 상황에서 대표 연락자에게 사실을 확인할 때는 다음처럼 정리해 볼 수 있다.

만기 전 사실확인 문자 예시

“말씀하신 대로 현재 임대차계약은 ○월 ○일 만료일에 종료하고 이사할 예정입니다. 보증금 ○원을 같은 날 전액 반환해 주시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실제 송금 담당자와 자금 마련 방법, 다른 공동상속인의 협조가 필요한지 여부를 ○월 ○일까지 문자로 회신 부탁드립니다. 상속인 사이의 내부 정산과 별개로 임차인의 이사 일정이 있어 미리 확인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문자는 내용증명을 대신하는 만능 문구가 아니다.

계약 종료일과 보증금, 반환 예정일, 송금 담당자와 답변 기한을 먼저 확인하기 위한 예시다. 계약 상태와 보증기관 가입 여부에 따라 정식 통지 상대방과 문구는 달라질 수 있다.

답변이 계속 모호하거나 연락되지 않는 상속인이 있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임대차계약서와 등기부, 연락 기록을 갖추어 법무사·변호사 또는 가입한 보증기관에 절차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임차인이 연락되지 않는 상속인의 가족문제까지 해결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 사람이 없어도 보증금 반환계획이 작동하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내용증명도 상대를 겁주기 위해 보낸 것은 아니었다.

내용증명 자체가 상대방의 통장을 압류하거나 보증금을 자동으로 지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를 남기는 기록이 된다.

내용증명을 보낸 뒤 장남의 답변은 전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그 조치 때문에 보증금이 반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임차인이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기일을 기준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달된 듯했다.

내용증명은 상속인들의 가족분쟁에 끼어드는 문서가 아니었다. 가족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임차인의 계약 종료일은 이 날짜라는 경계선을 긋는 기록이었다.

만기일에는 장남이 전세보증금 전액을 반환했다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다고 만기일까지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통지 기록을 남기는 일과 실제 반환자금이 마련되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약속한 만기일에 장남이 전세보증금 전액을 송금했다.

지인은 입금된 금액을 확인한 뒤 집을 인도하고 예정대로 이사했다.

연락되지 않는다던 상속인이 이후 가족들과 연락했는지, 별도의 위임장을 작성했는지, 내부적으로 어떤 정산을 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확인되지 않은 일을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확실한 사실은 장남이 약속한 날짜에 보증금 전액을 반환했고, 지인의 이사 일정이 지켜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증금 반환소송이나 임차권등기명령까지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아무 조치 없이 장남의 말을 믿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등기부를 확인하고 문자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한 뒤, 법무사에게 절차를 묻고 필요한 통지를 이어간 과정이 상대방에게 문제의 무게를 알리는 역할은 했다고 본다.

만약 만기일에 보증금이 나오지 않았다면 집부터 완전히 비우고 전입신고를 옮길 일이 아니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검토하고 실제 등기가 완료됐는지 확인한 뒤 움직여야 한다. 이전에 다룬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하면서 임차권등기로 권리를 지킨 사례는 바로 그다음 단계의 이야기다.

이번 사건은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에 위험 신호를 알아보고 움직인 사례였다.

상속인들의 관계를 해결하는 일과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키는 일을 분리했다. 가족이 언제 합의할지는 가족에게 맡기고, 임차인은 자신의 만기일과 반환 요구를 날짜로 남겼다.

권리는 임차인의 억울함을 알아서 실행해 주지 않았다. 상속인 가족의 합의를 기다리기보다 위험한 조짐이 보일 때 자신의 계약 종료일과 이사 일정을 기록으로 고정하고, 필요한 다음 절차를 끊지 않는 편이 임차인의 피를 덜 마르게 했다.

※ 이 글은 실제 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정보와 일부 상황을 재구성한 사례입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며, 상속포기·한정승인·상속등기·보증기관 가입 여부와 계약 상태에 따라 통지 상대방과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임대차계약서, 등기부와 연락 기록을 갖추어 법무사·변호사 및 해당 보증기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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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일하는 7년 차 공인중개사입니다.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상담을 주로 하며 네이버 지식iN과 엑스퍼트에서도 답변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에 맞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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